샘 오취리가 지난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의정부고등학교 학생들의 흑인 분장 사진을 올려 인종차별 이슈를 비판했다. 사진=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캡처
의정부고 학생들이 졸업 사진을 위해 분장한 흑인들의 모습은 유튜브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휩쓸었던 이른바 ‘관짝소년단’의 패러디다. 관짝소년단은 장례식을 즐거운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하는 아프리카 가나의 흑인들이 관을 들쳐 메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관짝’과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의 이름을 합성한 것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밈(meme·인터넷 상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이나 용어)으로 큰 인기 속에 소비된 모습을 패러디한 것인데, 문제는 학생들이 얼굴에 검은 칠을 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이 같은 행동은 ‘블랙 페이스(Black face)’로 불리며 흑인이 아닌 인종이 흑인을 흉내내거나 조롱하기 위한 인종 차별 행위로 판단해 금지되고 있다. 당초 샘 오취리는 이 논란에 대해 알지 못했으나 한 가나인 K팝 팬이 그의 인스타그램에 문제를 제기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공개적인 비판 글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샘 오취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한국어와 영어로 비판 글을 게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해시태그로 ‘teakpop’을 단 것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가십을 뜻하는 티(Tea)와 K팝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해외 K팝 팬들 사이에서 주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실제 K팝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를 다루면서 이 같은 해시태그를 달아 강한 파급력을 의도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졌다. 다만 샘 오취리가 적은 해당 해시태그는 7일 기준으로도 인스타그램에서 100개 미만의 게시물이 검색될 뿐으로 그마저도 대다수가 샘 오취리에 대한 게시물 뿐이다. 결국 이 해시태그를 이용해 샘 오취리의 게시물에 접근할 수 있는 해외 네티즌들이 많지 않다는 것.
네티즌들의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자 샘 오취리는 7일 결국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사진=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캡처
그럼에도 비난이 이어지자 샘 오취리는 결국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네티즌들이 비단 이 게시물 뿐 아니라 그의 과거 행적 가운데 인종차별로 볼 수 있는 행위나 성희롱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며 새로운 공격에 나서면서다. ‘비정상회담’에서 눈을 위로 찢어 올리는 행동을 보이거나 그의 SNS에 털모자가 붙은 점퍼를 입은 사진을 올린 뒤 ‘에스키모(북아메리카 북부지역 원주민들을 비하하는 단어)’라는 농담을 던진 것 등이 네티즌들의 역공 대상이 됐다. 또 ‘라디오스타’ 등에 함께 출연한 여성의 신체를 훑어보며 “가나인들은 몸매를 본다”고 언급한 것 역시 비난거리가 됐다.
네티즌들은 샘 오취리에 대한 비난을 놓고 “코로나19 확산 초기 흑인들로부터 동양인들이 공격을 받아도 샘 오취리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가 없다. 그런데 고등학생들의 무지로 비롯된 일을 공개 비판하면서 마치 한국 전체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국가인 것처럼 일반화시킨 데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제까지 흑인들의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행동이나 언행에 대해서는 국내 흑인 유명인들 가운데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국가 또는 국민 전체의 일로 확대시키는 것에 염증을 느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샘 오취리 측은 이와 관련한 지적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의 소신 발언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동양인의 정서’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국내 대중들의 분노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이후 한국 방송 활동 6년 차를 맞이한 샘 오취리가 방송 최초로 직면하게 된 논란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