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AOA의 전 멤버 권민아가 지난 8일 지민, 설현, 한성호 FNC대표를 저격한 글을 올린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권민아는 특히 한성호와 FNC 관계자들을 가리켜 “(피해 보상) 넉넉히 해주세요. 돈 밖에 모르는 사람이시잖아요. 정산도 제대로 안 해주셨다면서 계약도 8년에 불법 연습생 30억 빚도 내역 없고 끝까지 내 연락도 안 받은 무책임한 사람들”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11년간 세월을, 내가 어떤 취급을 받고 살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방관자라 했다고 뭐라 했던 사람들(네티즌들) 똑똑히 알아둬. 저 사람들 다 말로 담을 수 없을만큼 쓰레기 같은 사람이야. 멀쩡한 사람 죽음까지 몰아넣은 사람들이라고, 알아요?”라며 이제까지 자신이 활동하는 동안 불거진 따돌림과 괴롭힘 등이 소속사의 묵인 또는 방관 아래서 이뤄졌음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 폭로글에서 권민아는 “난 행복한 데로 갈래. 여기 너무 괴로워. 내가 죽으면 장례식장에 발도 딛이지마 더러워. 나는 죽어서 당신들 괴롭힐 거야, 악에 받쳐서 못 살겠거든”이라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해 대중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줬다. 소식이 알려지자 권민아의 현 소속사인 우리액터스 측에서 119에 신고하는 한편 관계자를 권민아의 자택에 보내 빠르게 대처했다. 현재 권민아는 입원 후 치료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권민아가 AOA의 멤버이자 리더였던 지민(신지민)의 극심한 괴롭힘을 폭로한 뒤, 약 한 달 간 그는 소속사와 가족들로부터 보살핌을 받으며 다시 활동에 매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가 갑작스럽게 다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데에는 FNC엔터테인먼트의 영향이 있었다는 게 주변인들의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예계 관계자는 “권민아의 폭로 후 지민을 비롯한 AOA 멤버들이 권민아 자택을 방문해 사과했고 민아도 받아들였다고 보도 됐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라며 “진심어린 사과라기 보단 여론에 떠밀리듯 하다 보니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더 억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권민아가 최근 FNC 측 관계자와 이 문제로 연락하는 과정에서 FNC 측도 제대로 된 사과를 내놓지 않고 사안을 흐지부지 뭉개려고 했던 모양이다. 그게 결국 이번 사건에 방아쇠가 된 게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실제로 앞서 권민아는 FNC 측과 지민의 사과 문제로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해당 관계자가 “지민이 잘못을 빌지 않았냐.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고 말해 충격을 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권민아는 AOA 활동 시절 괴롭힘의 주동자와 방관자를 실명 저격하면서 한성호 FNC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이름을 거론했다. 사진=SBS ‘동상이몽’ 캡처
수장인 한성호 대표의 침묵과 방관도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권민아의 폭로 이후 FNC엔터테인먼트의 태도는 중견 엔터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터무니없다는 비난을 들었다. 아무리 계약이 해지됐다곤 하지만 활동 시기 전체를 통틀어 괴롭힘을 당해 정신적인 문제가 생겼다고 호소하는 전 소속 연예인을 두고도 이에 대한 사과나 대책 마련 등에 대해선 일절 언급한 바가 없는 탓이다.
FNC엔터테인먼트가 이 사건과 관련해 언급한 것은 지민의 AOA 탈퇴를 알리는 공식입장 뿐이었다. 이 입장문에서 FNC 측은 “현재 소속 가수 지민과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일들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지민은 이 시간 이후로 AOA를 탈퇴하고 일체의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당사 역시 이 모든 상황에 책임을 통감하고 아티스트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 다시 한번 좋지 않은 일로 걱정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만 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수장인 한성호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되면서 FNC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공식입장이 나올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명이 거론된 이상 FNC라는 사명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한성호 대표가 직접 입장문을 낼 것인지에도 눈길이 모인다. 특히 권민아가 언급한 것 중에 단순히 이번 괴롭힘 폭로 사태 뿐 아니라 정산 문제, 빚, 불법 연습생 등의 의혹까지 제기함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해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권민아의 지난 8일 폭로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현재 권민아는 어머니와 함께 병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