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 전도사’로 잘 알려진 정덕희 씨. 정 씨 측은 “경산 스님이 2008년 2월 29일까지 사찰 건물과 부대시설을 명도하기로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지난해 8월 31일 용역직원을 동원해 해룡사 법당 내의 집기들을 들어냈다. 사진제공=시사저널 |
취재 결과 경산 스님은 정 씨와의 성관계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언론에 공개하겠다며 정 씨를 협박하다 경찰에 구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스님은 정 씨에게 넘겨줬던 해룡사 토지 및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되돌려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한 절의 토지 소유권을 놓고 옥신각신하던 두 사람 간의 법정 다툼이 어떻게 사생활 동영상이 언급될 정도로 비화됐을까. 그리고 동영상은 실재하는 것을까.
두 사람을 옭아맨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1월 아직 출가 전이던 경산스님은 찜질팩 의료기 사업을 했다. 경산 스님은 찜질팩 의료기 제주도 체험장을 개장하면서 지인으로부터 행사 홍보요원으로 정 씨를 소개받았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스님은 ‘사실혼 관계’라고 주장한 반면 정 씨는 ‘단순한 지인’이라고 소개했다. 관계에 대한 양측의 주장은 엇갈렸지만 두 사람이 어느 정도 친분 관계를 맺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정 씨는 해룡사 신도 회장을 맡으면서 사찰에 많은 돈을 시주했고, 경산스님 개인과도 수차례 금전적인 거래를 해왔다. 또한 정 씨는 경기도 안성에 있는 별장 열쇠를 경산스님에게 두 차례 빌려주기도 했다고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정 씨와 경산 스님의 관계가 사실혼이든 아니면 단순한 지인이든 두 사람은 6년여간 특별히 얼굴 붉힐 일 없이 잘 지내왔다. 하지만 금전 문제가 꼬여버리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고소장을 남발하는 사이로 악화됐다.
금전 문제의 핵심에는 현 해룡사 부지와 건물 소유권이 걸려 있었다. 특히 정 씨가 지난 2007년 학력위조 사건에 휘말리면서 두 사람 간의 관계는 악화 일로로 치달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학력위조 사건이 터진 직후인 지난 2007년 8월 경산 스님을 ‘사기죄’로 경기도 광주경찰서에 고소했다. 당시 조서에는 정 씨가 경산 스님에게 사찰 부지 매입비 5억 4000만 원과 운영비 2억 6000만 원 등을 빌려준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 사건은 나중에 양측이 ‘화해 조서’를 쓰고 합의하면서 종결됐다. 경산 스님이 해당 토지의 소유권 및 지상 건물을 모두 정 씨에게 넘겨주는 것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 위 사진은 해룡사 주지 경산 스님과 해룡사. |
또한 스님은 정 씨와의 관계가 탄로날까봐 토지 소유권을 넘겨주는 데 합의했다며 2007년 맺은 화해 조서의 내용도 부인했다.
경산 스님의 고소장 제출과 동시에 해룡사 신도인 김 아무개 씨도 정 씨를 절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고소 내용에 대해 수사기관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리자 스님은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였다는 주장을 본격적으로 부각시키고 나선 것이다. 만약 경산 스님의 주장대로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였다면 이는 평소 강의를 통해 가정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던 정 씨에겐 치명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경산 스님은 정 씨와의 관계가 악화되자 줄곧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에 있다고 주장해 왔었는데 점차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해지자 보다 구체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스님은 올 1월 한 지방일간지에 두 사람이 불륜관계에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제보를 했고, 이 내용은 실제로 기사화되기도 했다.
경산스님은 한 술 더 떠 지난 3월 27일 정 씨의 친구 변 아무개 씨를 통해 “해룡사 부지 및 건물을 다시 나에게 넘기지 않으면 (경산스님과 정 씨의) 성관계가 담긴 동영상을 언론에 제보하겠다”며 정 씨를 협박했다.
하지만 정 씨는 경산 스님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오히려 지난달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결국 스님은 4월 11일 협박 혐의로 다시 경찰에 구속되는 신세가 됐다. 특히 정 씨는 언론 보도를 우려해 이번 사건을 지방의 모 경찰청에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경산 스님이 주장하는 성관계 동영상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경산 스님은 정 씨와 지리한 송사를 진행하면서 줄곧 사실혼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정 씨는 지난해 12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전혀 알지 못하고, 그런 것이 있다면 조작된 것이다”라며 자료의 존재를 부인해 왔다.
이와 관련해 경찰에서는 적어도 어느 한 쪽의 주장을 확인해 줄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요신문>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정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정 씨와는 직접 연락이 닿지 않았고, 대신 전화를 받은 지인들을 통해 ‘연락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끝내 아무 답변이 없었다.
행복전도사 정덕희 누구?
잘나가던 ‘국민 강사’ 학력위조 탓에 제동
정덕희 씨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시름에 빠져있던 국민들에게 ‘웃음’을 던져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인물이다. 그는 특유의 재치 있는 말솜씨와 솔직한 화법으로 듣는 이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정 씨의 일명 ‘행복 강의’는 전업 주부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으며 방송, 정부기관, 대학, 기업 등에서 1000번이 넘게 강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수많은 강의를 통해 ‘행복전도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정 씨는 전문 강사뿐만 아니라 2001년 11월에는 여성의 성기에 관한 고백과 자전적 에세이 형식의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게스트로 출연한 경력도 있다.
특히 어려웠던 가정 환경을 딛고 성공한 스토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학력 위조 파문에 휘말리며 잘나가던 그의 인생은 제동이 걸렸다. 현재 명지대 사회교육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재기를 모색하고 있으나 경산 스님과의 송사 건이 알려지면서 곤란한 입장에 처해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