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경주마가 도축장에 끌려와 구타당하는 장면을 지난해 5월 페타아시아가 공개했다. 페타아시아 유튜브 캡처.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유인즉슨 지난해 5월 페타아시아가 공개한 3분 분량의 영상에는 순종 경주마들이 맞고 도살되는 장면이 담겼기 때문이다.
‘케이팝? 케이 고통! 한국 최대 말 도축장 안에서’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면 경기를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경주마들이 제주시 애월읍 축협축산물공판장에 실려와 인부들에게 머리, 몸을 무차별적으로 구타당했다. 이러한 행태는 최근까지도 계속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페타아시아에 따르면, 부산에서 경주를 마친 지 72시간 만에 도축장으로 실려온 사례도 있다.
올 상반기 6개월 동안 496마리의 말이 도축됐으며, 이 중에는 스트로나흐 그룹(The Stronach Group)에서 사육한 암말 ‘워터릴리’도 포함돼 있었다. 6월 4일 훈련 중 골절상을 입은 ‘인도강자’ 또한 부상 이틀 뒤 제주축협에서 다른 말이 보는 앞에서 도살되는 모습도 찍혀있다.
지난 1월 제주지검은 축협 관계자 2명에게 5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말을 구타한 인부와 운전기사에게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동물단체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생명체 학대방지포럼 박창길 대표는 7월 2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이들의 불기소 처분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대표는 “말들을 학대한 직원들과 트럭 운전사들, 그리고 학대 행위가 일상적으로 반복될 수 있도록 방치한 제주축협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이슨 베이커 페타아시아 부의장은 “한국의 경주마 도축을 막기 위해 수출을 중단시킨 스트로나흐 그룹(The Stronach Group)의 새로운 규정에 찬사를 보낸다. 한국마사회는 말을 구타한 해당 직원들을 즉시 기소해 더 큰 망신을 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색이 선진경마 파트2의 자부심을 지닌 한국 경마가 일부 마주들의 은퇴마 관리부실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실정이다. 물론 이번 사건이 일부 마주에게 국한된 행동임을 전제하는 바다. 대부분의 마주들은 불의의 사고를 당해 경주로를 떠나는 경주마를 자식 같은 심정으로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어찌 보면 경주마의 은퇴 후 진로가 불분명한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조용히 은퇴 생활을 즐기게 하는 마주도 있고 승용마로 전용해서 승마장에서 제2의 마생을 보내게 하는 마주도 있다.
그러나 은퇴 후에도 위탁비에 부담을 느낀 마주들이 뚜렷하게 경주마의 진로 선택을 못 할 시에는 저가로 중간상에게 맡긴다. 중간상 역시 이득을 남기기 위해서 말고기로 판다. 과거에는 동물원에 맹수 사료로 매매했다고 한다.
개인마주제이기에 시행체인 마사회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나, 경주마의 복지 처우만큼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마주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