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선 소장(왼쪽)과 김수정 대표(오른쪽)이 비에 젖은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광주=일요신문] “아이들이 무슨 죄인가요? 부모가 불법체류자라 무국적영유아들이 제대로 보살핌도 못 받는데 이번 수해로 그나마 공부할 수 있는 터전마저 쑥대밭이 되었네요”
10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장덕동에 있는 광주이주여성지원센터가 운영하는 무국적영유아돌봄센터는 마치 전쟁을 피해 정신없이 피신을 간 버려진 건물처럼 비에 젖은 여러 물건이 밖으로 나와 널려있었고, 물건을 정리하던 정미선 소장이 필자를 보자 하소연을 쏟아냈다.
이곳은 불법체류자 자녀 중 3개월부터 18세의 아이들의 어린이집이요 유치원이고 학원 역할을 하는 곳으로 정미선 소장이 정부의 지원 없이 세이브드칠드런과 일부 후원단체 그리고 개인들의 도움을 받아 10년 넘게 어렵게 운영하는 곳이다.
이번 폭우에 물에 잠겨 비에 젖은 무국적영유아센터 물건들을 정미선 소장이 들춰 보인다
예산이 넉넉하지 못하다 보니 장소도 좋은 곳이 아닌 임대료가 싼 지하에 터전을 잡았다. 그러나 올해처럼 비만 오면 지하인 무국적영유아돌봄센터는 어김없이 물에 잠기고, 물에 잠겨 젖은 물건과 파손된 물건들을 골라내고 말리는 일이 반복된다,
하지만, 올해는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고, 광주도 피해 가지 못해 다른 해 보다 피해가 더 컸다. 특히 차가운 바닥에서 올라온 한기를 막아줬던 전기패널과 지하지만 아이들에게 산뜻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던 벽지를 많은 돈을 들여 새로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 수해로 다 망가진 것이다.
그렇다고 정미선 소장과 직원들이 손을 놓고 있을 수만 없었다. 하나라도 더 쓸만한 물건을 골라내서 건지고, 비에 젖은 물건을 말려 쓰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때 무국적영유아돌봄센터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단숨에 자동차로 1시간을 달려 온 반가운 손님이 있었다. .
목포에서 조그만 건설업인 (주)부강산업개발을 운영하는 김수정 대표, 그녀는 여성기업인으로 무국적영유아돌봄센터의 어려운 사정을 전해 듣고 무국적영유아돌봄센터를 돕겠다고 단숨에 광주로 가서 정미선 소장을 만났다.
수해를 입은 무국적영유아돌봄센터를 둘러본 김수정 대표는 “이런 어려운 일을 혼자서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며 “보내주신 분의 뜻에 따라 이곳을 도울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수정 대표는 이어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은 있었으나 어디를 도울지 어떻게 도울지를 몰라 실행을 하지 못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작은 것이나마 나보다 더 어려운 곳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무국적영유아돌봄센터는 현재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나이지리아, 필리핀, 몽골, 태국, 시리아의 아이들 중 영유아 16명과 청소년 20명 등 총36명의 아이들의 보살핌과 공부를 가리치고 있다.
강효근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