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10일 청와대 보좌진과 식사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슬림행정, 작은 정부를 통해 조직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 추세인데, 청와대 비서실이 이런 추세에 따르지 않고 인원을 증가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
14년 전인 2006년 11월 1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나온 말이다. 이 발언의 주인공은 당시 집권 여당 열린우리당 소속이었던 장경수 전 의원이다. 장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몸집이 비대해진 것을 꼬집었다. 노무현 정부 막판 청와대는 3실 10수석 53비서관 체제로 비서실 정원 533명을 뒀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 비서실 정원이 405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30% 이상 불어난 셈이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는 비서실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인수 과정에서 청와대의 비대한 상층부를 과감하게 수술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기존 ‘비서실장-정책실장-안보실장’ 3실체제를 대통령실장 체제로 일원화했다. 대통령실 인원은 20%가량 감축했다. 이명박 정부는 1실 7수석 1대변인 36비서관 체제로 첫발을 뗐다. 노무현 정부 막판 533명이던 청와대 비서실 정원은 427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역시 임기를 거치며 청와대 대통령실 규모를 늘렸다. ‘작은 정부’가 각종 이슈 대응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던 까닭이다. 이명박 정부는 2실 9수석 6기획관 45비서관 체제로 임기를 마쳤다. 임기 말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정원은 456명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일요신문DB
2013년 2월 다시 한번 청와대 주인이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는 다시 한번 조직 개편의 갈림길에 섰다. 박근혜 정부는 새로운 조직 체계 구성에 나섰다. 박근혜 정부 역시 임기 초반 ‘작은 정부, 간결화-슬림화’ 기조를 반영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실을 대통령 비서실로 개편했다. 또 정책실을 폐지하고 국가안보실을 신설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2실 9수석 34비서관 체제로 시작했다. 기획관 제도를 폐지하고 비서관 수를 11명 줄였다. 박근혜 정부 초반 대통령 비서실 정원은 443명이었고, 국가안보실 정원은 13명이었다. 겉모양은 간결화된 것처럼 보였지만, 보좌진 머릿수는 이명박 정부 막판과 비슷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확정될 당시 청와대 비서실은 2실 10수석 37비서관 체제로 운영됐다. 체제는 바뀌었지만 비서실 정원 규모에는 변동이 없었다. 그리고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당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은 통상적이지 않았다. 전임자가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치지 않은 까닭에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직을 수행했다. 2017년 5월 11일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청와대 조직 개편안 청사진을 내놨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정부 부처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한편 국정 핵심 아젠다에 대한 추진 동력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3실 8수석 2보좌관 체제로 청와대 조직을 개편할 것을 예고했다.
2017년 7월 즈음 문재인 청와대 1기가 자리를 잡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 직제는 3실 12수석(8수석·2보좌관·2국가안보실차장) 48비서관 체제로 첫발을 뗐다. 청와대 비서실 정원은 490명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보다 몸집이 불어났다. 노무현 정부 이후 최대 규모였다.
2018년 8월 6일 문재인 정부는 6명의 비서관 인사를 단행하면서 청와대 2기 출범을 알렸다. 문재인 청와대 2기에는 미세한 직제 개편이 있었다. 기존 3실 12수석 48비서관 체제는 3실 12수석 49비서관 체제로 바뀌었다. 자영업 비서관 직이 신설되면서 나타난 변화다.
2020년 8월 12일 기준 문재인 청와대는 3실 12수석 49비서관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8월 7일 노영민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거성 사회시민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등 청와대 주요 인사 6명은 일괄 사직서를 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외숙 인사수석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에 대한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자를 내정했다. 8월 10일엔 문재인 청와대 3기 주축이 될 새 얼굴 3명이 공식 발표됐다. 신임 정무수석으론 ‘친문 핵심’이라 불리는 최재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정됐다. 신임 민정수석엔 김종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시민사회수석으론 김제남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이 발탁됐다.
사진 왼쪽부터 정세균 국무총리, 문재인 대통령, 노영민 비서실장. 사진=청와대 제공
8월 12일엔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의 후임자가 발표됐다. 신임 국민소통수석 내정자는 정만호 전 강원도 경제부지사다. 이날 청와대는 사의를 표명하지 않은 김연명 사회수석 후임자로 윤창렬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을 내정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사의를 표명하지 않고 청와대를 떠나는 김연명 사회수석의 ‘입각설’이 흘러나온다.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외숙 인사수석의 경우엔 ‘유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비서진들 교체가 이뤄지자 정가에선 청와대 직제 개편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직제 개편을 통해 청와대 몸집을 불리기보다는 사람을 바꾸면서 국정 운영을 할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채 연구위원은 “이전 정권들은 레임덕이 왔을 때 막판에 남은 에너지를 쏟아부으려는 의도로 청와대 몸집을 불린 전력이 있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전 정권은 레임덕이 조금 빨리 왔지만, 문재인 정부는 아직 레임덕이 오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에 비해 맷집이 단단하다. 다음 정권까지 연착륙을 시도하는 입장에서 과거와 같은 과감한 직제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보좌진 정원이 참여정부 이후 최대 규모인 것과 관련해 채 연구위원은 “앞선 정부들이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보좌진 수를 줄였지만, 국정 운영 전반에 걸쳐 여러 분야에서 삐걱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이런 학습효과로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촘촘하게 보좌진을 배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와대의 몸집을 불리면 그에 따른 지적이 나오기 마련”이라면서 “현 정부 들어 청와대 조직이 작지 않은 만큼, 현시점에선 지금 직제를 그대로 가지고 국정 운영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