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괜찮은 정신병원 간호사 남주리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박규영. 최근에는 팬카페가 생겨 그를 더욱 행복하게 했다.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규영에게 “팬카페가 개설됐는데,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나온 뜻밖의 반응이다. 당연히 배우 본인은 물론 소속사에서도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팬카페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이 자리에서 기자 한 명뿐이었다. 노트북으로 팬카페 화면을 띄워 보여주자 박규영은 연신 “우와”라는 감탄사를 터뜨렸다.
“너무 신기해요. 사실 예전부터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제게 메시지를 보내주시기도 했는데,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거든요(웃음). 마음 같아서는 막 ‘우와!’ 하면서 이렇게 다다닥 하고 글 쓰고 싶은데 그러려면 또 거쳐야 하는 절차도 있을 것 같고… 옛날엔 할 수 있으면 팬 분들 메시지에 막 답장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메시지가 너무 많아져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게 좀 아쉬웠어요. 조만간 인스타라이브 같은 것도 조심스럽게 한 번 시도해 보겠습니다(웃음).”
박규영은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사괜)에서 괜찮은 정신병원의 7년차 간호사이자 문강태(김수현 분)를 절절하게 짝사랑한 남주리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6년 데뷔 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왔지만, 특히 ‘사괜’ 이후로 이전과 다르게 변하는 주변의 반응을 조금씩 눈치채고 있다고 했다.
“사실 저는 드라마가 사랑받는다는 실감을 못하고 있었는데 제 친구들이 다 보고 있었고, 친구들의 친구들도 다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심지어 부모님 친구 분들도 보고 계신다고 하시는 거예요(웃음). 해외에서도 인기 있다고 느꼈던 건 제 SNS 게시물에 외국어 댓글들이 많이 늘면서부터인 것 같아요. 아직 길거리를 돌아다닌다고 해서 다들 막 알아보고 그런 정도는 아닌데, 한번은 카페를 방문했다가 누군가 저한테 SNS 메시지로 ‘카페에서 봤어요’라고 말해주시더라고요. 신기했죠(웃음).”
조금 늦게 연기자의 길을 선택한 박규영의 든든한 지원군은 부모님이었다.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분 말에 따르면 원래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 사진을 올리면 벽을 보고 혼자 하는 외침처럼 느껴졌는데, 이제는 같이 대화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너무 즐겁다고 그러더라고요(웃음). 한편으론 미안하기도 하면서 이제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를 더 늘려줘야 하나 싶기도 해요. 저, 제 ‘고독방’(연예인들의 사진이 올라오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도 들어가 있거든요? 진짜 대화 참여 인원이 스무 명 정도일 때 들어간 건데, 그분들이 대화하시는 거 보고 너무 감사해서 미공개 사진도 막 올리고 그랬어요(웃음).”
이처럼 오랜 팬과 배우 본인이 모두 실감하고 있는 인기에 대해 박규영은 조금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댓글 하나, SNS 팔로어 몇 명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변함없는 초심으로 연기하겠다는 다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그도 부모님의 즐거움까지는 막지 못했다고 쑥스러워했다.
“제가 아직 그런 위치에 있다는 걸 체감하거나 제 스스로 정의를 내리진 못했어요. 그저 드라마가 인기를 끄니까 사람들이 드라마 사진을 많이 궁금해 하셨던 게 아닌가 싶었죠. 사괜 이후로 팔로어가 많이 늘거나 외국어 댓글, 메시지가 많아졌다는 게 신기하긴 했는데 딱 그 정도까지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아버지가 막 ‘야, (팔로어가) 30만 명!’ 하시면서(웃음).”
박규영에게 부모님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이전까지 포털사이트에서 그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던 학벌과는 다른 길을 선택할 때도 부모님의 응원이 힘이 됐다고 했다. 다소 늦은 나이에 연기자의 길에 뛰어들면서 스스로 초조해질 때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박규영을 잡아준 것은 부모님의 믿음이었다.
박규영은 “스케치북처럼 ‘뭘 그릴까’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원동력은 박규영으로 하여금 반짝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쉴 새 없이 달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가 데뷔 때부터 고집하고 있는 연기자로서의 마음가짐에서 굳이 이전과 다른 점을 찾자면 “더 이상 불안하거나 조급해 하지 않는 것”이 꼽혔다. 이제는 “앞으로 어떡하지, 내가 뭘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며 마음 졸여 봐야 어차피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하염없이 불안해하는 것보다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는, 달관한 듯한 결론을 내려놓기도 했다.
“지금이라고 여유가 생긴 건 아니지만 과거를 생각하면 ‘내가 왜 그렇게 조급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걱정해 봐야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제가 막 미래로 뛰어가서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웃음). 그래서 그냥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찾으려 했던 것 같아요. 저는 계속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스케치북을 예로 들면 하얀 종이에 빨간 색을 칠했다가 넘기면 또 하얀 종이가 나오잖아요? 그러면 이번엔 노란 색을 칠하고, 다음 페이지에 다른 색을 칠하고, 그러면 한 권이 되고 두 권이 되고…. 스케치북처럼 다음은 뭘 그릴까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기대해 주시면 제가 열심히 부응하도록 노력할 거예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