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서신동 감나무골재개발사업 조감도
[전주=일요신문] 전주시 서신동 감나무골 재개방사업조합이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사전에 내정하고 짜맞추기식 입찰을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전주시 서신동 감나무골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조합장 고창학) 일부 조합원들에 따르면 조합이 지난 5월 25일 공고한 ‘협력업체(범죄예방 및 이주관리) 선정 입찰’을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발주했으나 객관적인 기준이 없이 진행돼 공정성 시비와 함께 특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입찰공고 전부터 조합 주변에서 특정업체 내정설이 나돌았으며 실제로 입찰결과 해당 업체들이 낙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적격심사 낙찰제로 입찰을 진행했으나 객관성을 상실한 평가방식과 낙찰업체 선정으로 특정업체를 겨냥한 짜맞추기식 입찰이라는 것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감나무골 재개발을 성공적으로 바라는 사람들의 모임(감성사모)’라는 명칭으로 입찰 관련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유인물을 작성해 배포했으며 입찰결과 조합원들이 사전에 내정된 것으로 지목했던 업체들이 낙찰을 받아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조합원들이 유인물을 통해 사정 내정설을 제기했던 업체들은 ‘수용재결·명도용역’의 법무법인 정비, ‘범죄예방 및 이주관리’ ㈜신영코리아시스템·지니기획, ‘지장물철거’ ㈜엄다종합건설 등이며 입찰결과 이들 업체들이 낙찰됐고 최근에 계약까지 체결했다.
조합원들이 사전 내정설을 제기한 이유는 근거없는 예정가격 작성과 예정가격에 근접한 낙찰업체들의 응찰가격, 입찰자격 박탈사유인 입찰서류 미비업체에 대한 추가 입찰서류 접수 허용 등을 들고 있다.
입찰 과정을 확인한 결과 무늬만 일반경쟁입찰에 의한 적격심사 낙찰제였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원칙이나 기준없이 입찰을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예방 및 이주관리’ 입찰의 경우 공동도급을 허용했으나 공동도급체 구성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비율, 업체수, 평가방법 등을 제시하지 않아 특정업체의 실적이나 자격 등을 보완하기 위해 편법적으로 공동도급을 적용한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낙찰업체인 ㈜신영코리아시스템 컨소시엄은 공동도급업체인 지나기획의 실적을 포함시켜 배점이 20점으로 심사항목 가운데 가장 점수가 많은 ‘재개발 또는 단독주택재건축 이주관리 완료 실적’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낙찰업체 선정방식인 적격심사도 엉터리였다. 심사항목 가운데 입찰업체의 건전성을 평가하면서 신용평가등급이나 경영상태는 평가하지 않고 자본금 규모와 회사설립연도를 평가해 실질적인 건정성 평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해당 용역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수행실적의 경우 범죄예방은 건수와 단일 면적을 따로 평가했고 이주관리는 단순히 건수로만 평가해 객관성을 떨어뜨렸다. 통상적으로 수행실적은 용역 이행면적이나 계약금액 등을 평가한다.
자격증보유 여부에 대한 평가도 모호했다. 실무적으로 필요한 경비지도사와 신임경비원 이수증 등은 제외시키고 범죄예방에 관련한 자격증 보유여부를 평가했으나 공인된 자격증이 아니어서 법률적 근거가 모호했고 적정성을 상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낙찰업체가 제시한 ‘범죄방지지도사’는 자격이 아니고 민간단체에서 교육 후 발급하는 인증이였으며 입찰지침서에 제시된 경비와 순찰 등 ‘범죄예방 업무’와는 거리가 멀었다.
입찰가격 평가방식도 특혜시비를 불렀다. 예정가격을 기준으로 일정한 범위를 설정해 차등을 주고 예정가격에 근접한 업체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해 사전에 예정가격 고지를 통한 특정업체와의 밀착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달청 일반용역 적격심사 세부기준’에 따르면 예정가격 이하로서 최저가로 입찰한 순서대로 심사하고 심사결과 85점 이상이면 낙찰자로 결정하도록 돼 있다. 결국 이번 입찰은 무늬만 적격심사방식이고 특정업체를 겨냥한 짜맞추기식 입찰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예정가격 작성도 객관성을 상실했다. 예정가격을 작성하기 위해선 원가계산용역을 의뢰해 적정한 원가를 산출해야 하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원가가 작성됐다. 조합장이 유사한 재개발사업 7곳의 계약금액을 제시해 이를 근거로 예정가격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입찰업체들이 입찰서류를 접수마감 기간에 제출하지 않아 입찰자격이 박탈됐는데도 불구하고 적격심사 후에 입찰서류를 팩스로 접수해 낙찰업체로 선정, 밀착 의혹을 기정사실화시켰다.
해당 서류는 적격심사의 핵심 서류인 ‘적격심사기준 배점표’로 미제출 업체는 ㈜신영코리아시스템과 ㈜이지스가드, ㈜대건건설 등 3개 업체이며 이중 ㈜신영코리아시스템 컨소시엄은 낙찰업체로 선정됐다.
입찰지침서 ‘제14조(입찰의 무효) 다음 각 호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입찰은 무효로 한다.…제3항 입찰참여 신청서가 소정의 일시, 장소에 도착하지 아니한 입찰(마감시한 엄수)’로 규정돼 있어 해당 업체들의 입찰자격은 박탈돼야 한다.
입찰 과정도 조합장과 상임이사 등 2명이 관장하면서 완전 비공개로 진행돼 임원들조차 제출된 입찰서류의 적합성과 진위 여부 등을 전혀 확인할 수 없게 한 점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대의원회에서 선정한 낙찰업체들은 일부 조합원들이 입찰전 사전 내정된 것으로 지목한 업체들이었다. 여기에 낙찰업체들과 관련 용역에 대해 회의를 하고 안내문을 작성하면서도 40여일이 지난 후에야 계약을 체결한 배경에도 의혹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감나무골조합 관계자는 “조합장이 비슷한 재개발사업조합의 입찰공고문들을 참고해 한 달 가까이 고민해서 입찰공고문을 작성한 것이라고 공고문안을 제시, 결정한 것”이며 “낙찰업체들의 입찰가격이 예정가격과 아주 근접해 ‘점쟁인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적격심사 세부기준을 작성하려고 했으나 조합장이 잡음이 나올 수 있으니 그대로(공고문과 입찰지침서대로) 진행하라고 했다”며 “국가계약법과 같은 법률을 강제(준용)할 수 없어 조합장이 정한 기준대로 입찰을 집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조합원 A씨(58)는 “조합장이 사전에 내정한 업체들이 입찰서류 미비로 입찰자격이 박탈될 처지에 놓이자 이사회를 열어 추가 접수를 허용한 것은 명백히 불법”이라며 “조합장이 업체들로부터 선수금을 받았다는 소문이 자자한 만큼 사실 규명과 관련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창학 조합장에게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12일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회의 중이라고 전화를 끊고 다음에 연락하라며 통화를 거부했다. 또 통화가 어려우면 문자를 남기라고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