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비판하며 곧장 사의를 표명한 문찬석 광주지검장 발 후폭풍이 거세다. 그가 검찰 내부망에 올린 사의를 표명한 글에는 400여 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 중에는 개인적 인연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도 있지만, 그가 사의글에 표명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는 주장을 옹호하며 법무부를 비판하는 글도 적지 않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고위간부 인사에 대해 윤석열 총장 옥죄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추미애 장관 취임 이후 두 번째이자, 7개월 만에 단행된 인사에서 법무부는 ‘대검 간부’를 대부분 정리했다. 채널A와의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만 유임됐으며, 윤석열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찰청 주요 보직 부장들은 이정수 기조부장을 제외하고 모두 교체됐다.
인사 이후 대검찰청을 제한하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총장 밑에서 일선 지검과의 ‘지휘 및 조율’ 역할을 하는 간부급 검사 자리도 줄이겠다는 게 법무부 계획이다. 검찰이 인사 이후에도 계속 뒤숭숭한 이유다.
8월 7일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두고 검찰 내에서는 ‘윤석열 총장 고립시키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윤석열 총장의 옆자리들이 비워지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법무부 인사의 목적은…
법무부는 7일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고위 간부 26명에 대한 인사를 통해 윤석열 총장을 보좌하는 주요 보직 부장들을 대거 교체했다. 고검장급 2명, 검사장급 6명 등 총 8명이 승진했는데 이번 인사를 놓고 검찰 내에서는 ‘윤석열 총장 고립시키기’가 목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을 두고 윤석열 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이들은 승진하거나 요직에 유임됐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임됐고, 추 장관 참모이자 이번 정권과 친하다는 평을 받은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은 고검장급으로 승진해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임명됐다. 조남관 신임 대검 차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친정권 인사로 대검찰청 내에서 윤 총장에 대한 ‘견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윤석열 총장을 보좌하는 검사장 자리에는 그동안 대립각을 세웠던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들이 대거 앉게 됐다. 이성윤 지검장 휘하에서 수사를 이끌던 서울중앙지검 이정현 1차장, 신성식 3차장은 각각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반부패·강력부장을 맡게 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개혁추진지원단 부단장을 맡았던 이종근 남부지검 1차장은 검사장 승진과 함께 대검 형사부장에 발탁됐다. ‘윤 총장과 가장 멀거나, 친정권적인 검사’들로 대검 간부진을 채웠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 윤석열 총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과 이두봉 대전지검장, 박찬호 제주지검장,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원석 수원고검 차장 등은 아예 인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간부급 검찰 인사는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총장이 속 편하게 사건에 대해 논의를 할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한 인사”라며 “이 정도면 ‘무조건 나가라’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추미애 장관은 신규 검사장 인사와 관련해 윤 총장에게 의견은 물었지만, 실제 윤 총장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찬석 검사장이 던진 돌
검찰 내에서 떠돌던 인사 관련 비판적 목소리는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표출되기 시작했다. 문 전 지검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퇴의 변을 남기면서 “참 이런 행태의 인사가 언제까지 반복되어야 하는지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의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이런 행태에 대해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혐의인 걸 정치적 이유만으로 기소할 수는 없다. 있는 그대로, 오직 법리에 충실해야 하는 게 법률가”라며 “검사라는 호칭으로 불리지만 다 같은 검사가 아니다. 그분(이성윤 지검장)이 검사인가. 검사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대놓고 비판했다.
현재 법무부가 추진 중인 ‘2020년 하반기 검찰청 직제개편(안)’ 계획을 두고도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총장에게 수사 관련 보고나 범죄 정보를 모아줄 수 있는 자리를 다른 업무와 통합해 힘을 빼려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대검찰청 간부급 축소
실제 검사들 대부분은 “국민들이 원하는 검찰 개혁이 이렇게 ‘윤석열 총장 손발 자르기’였겠냐”며 “이건 인사를 빙자한 잘못된 방향의 검찰 개혁”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법무부는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찰청 간부급 자리를 축소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법무부가 추진 중인 ‘2020년 하반기 검찰청 직제개편(안)’ 계획대로라면 수사정보정책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 공공수사정책관, 과학수사기획관 등 4개 자리가 사라진다. 일선 검찰청의 차장검사에 해당하는 중간 간부 자리들인데, 이 중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 공공수사정책관은 통상 일선 검찰청의 개별 사건을 지휘할 때 일선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역할이다.
검찰총장 직속으로 범죄정보를 수집하는 수사정보정책관 역시, 산하에 있는 부장검사급 수사정보 1·2담당관은 수사정보담당관으로 축소 개편된다. 수사정보정책관은 각종 범죄 정보를 수집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했는데, 사실상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곳이다.
검찰총장에게 수사 관련 보고나 범죄 정보를 모아줄 수 있는 자리를 다른 업무와 통합해 힘을 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간부급 검사는 “대검찰청이 지휘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법무부가 임명하는 각 지검장이나 고검장급의 ‘그립감’을 높여주려고 하는 것 같은데 국민을 위한 독립된 검찰권을 확보하는 게 진짜 개혁 방향이어야 하지 않냐”며 “차라리 이럴 거면 검찰총장을 국민 투표로 뽑아서 국민들이 원하는 수사를 하게 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