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의 시내버스업체 인수가 늘면서 사회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박정훈 기자
사모펀드의 버스운수업 진출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신생 자산운용사로 2020년 1월 전문사모집합투자업 인가를 받은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은 서울 버스업체인 한국비알티(BRT)와 인천의 명진교통 등 버스업체 지분을 인수하며 국내 3위 시내버스 운송사업자로 올라섰다. 더불어 차파트너스는 시내버스 투자에 특화된 하우스란 평가를 받으며 단숨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차파트너스는 영세한 규모로 운영되는 시내버스업체에 투자해 사회적 복지 차원에서 버스 서비스를 선진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차파트너스가 인수한 한국비알티자동차는 2019년 영업이익 20억 원을 올렸는데 2배가 넘는 45억 원을 배당금으로 집행했다. 사모펀드 자금이 투입되기 전인 2018년 배당금이 0원이었던 것과 비교되는 행보다.
차종현 차파트너스 대표는 “중소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버스시장을 재편하면 비용은 줄고 서비스가 개선돼 궁극적으로 정부 재정 지원도 절감될 수 있다”며 “해외에서는 이미 인프라 시장 대형화가 자연스레 이뤄졌다. 단기투자로 시세차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버스시장 운영의 투명화와 효율화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모펀드가 시내버스업에 눈독을 들인 데는 버스 준공영제가 한몫을 했다. 2004년 서울을 필두로 인천 부산 대구 광주 등지에서 준공영제가 시행 중이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자치구역 내 모든 버스회사의 운송수입금을 관리하고 매년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산정된 수입 대비 비용 부족분을 예산으로 보전해주는 제도다. 적자 버스회사들도 배당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건 2004년 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된 뒤부터다.
버스회사에 지원되는 보조금도 상당하다. 버스회사는 운송에 들어가는 유류 보조금, 인건비 등을 받는다. 환승 할인으로 못 받은 금액도 보조금을 통해 보전된다. 여기에 버스 구입 보조금도 있다. 전기버스를 도입할 경우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준다. 서울시는 전기버스를 도입하면 1대당 보조금 1억 원을 지원하고, 충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별도로 1대당 5000만 원을 지급한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도 각각 9500만 원과 1억 원을 지급한다. 버스회사는 4억~5억 원 상당의 전기버스 1대를 구입할 때 3억 원 이상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금융자본이 뛰어들 정도로 시내버스 사업이 매력적이라는 데 준공영제의 맹점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그 한계가 더욱 명확해졌다”며 “승객이 다른 지역보다 덜 줄어든 서울만 해도 코로나19로 인해 버스회사에 들어갈 보조금을 2000억 원 정도 추경했다. 요금 수익과 무관하게 주주들이 수익을 가져가는 준공영제 구조상 사모펀드가 진입하든 하지 않든 현재의 문제점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자본의 시내버스업 진출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사진=일요신문DB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금융자본의 시내버스업 진출에 대해 비판이 나온다. 공공재에 가까운 시내버스 투자는 사모펀드의 도입 취지인 모험자본 활성화와 장기투자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사모펀드가 리스크는 없고 매출이 보장되는 시내버스 사업에 뛰어드는 건 땅 짚고 헤엄치기식 투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모펀드가 시내버스 업체에 뛰어들어 안 좋은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사모펀드가 지분을 인수한 전국 시장점유율 4위 수원여객은 2019년에만 천연가스버스 취득 보조금으로 236억 원, 재정지원보조금 37억 원 등 356억 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았다. 이는 2018년 수령한 보조금 108억 원에서 크게 증가한 규모다. 정부 보조금이 확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원여객 자회사는 파업으로 노사간 내홍을 겪고 있다. 수원여객 100% 자회사인 남양여객 노조는 주변 업체들과 크게 차이나는 처우에 대해 회사가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지난 11일부터 운행을 중단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버스회사들 역시 보조금을 지원받으면서도 서비스나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는 데 재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지환 전 경기도의회 의원에 따르면 경기도가 2011~2015년 9월 버스업체에 지원한 금액은 1조 원에 육박한다. 이 기간 버스업체는 부동산 구입에 6415억 원을 사용했고, 88억 원의 임대수익을 올렸다.
더욱이 수익을 우선하는 사모펀드가 버스업계에 들어오면 배당을 늘려 재투자가 더욱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모험자본 육성을 위해 활성화시킨 사모펀드가 정부 보조가 이뤄지는 공공영역에서 이익을 챙겨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일부 투자금 유치도 필요하겠지만 준공공 영역에 사모펀드가 진입할 경우 국민 편의 증대, 버스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의 문제보다 수익률 제고가 우선시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