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으로 코스피 지수가 전고점을 돌파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코스피가 상승 마감한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68포인트(0.57%) 오른 2432.35로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기로에 선 증시, 낙관과 비관 사이
지난 3월 20일 1439로 바닥을 찍은 코스피는 4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 지난 8월 11일 2400선을 넘어섰다. 4월과 5월 낙폭과대에 따른 반등에 이어, 6월부터는 언택트 수혜주들이 질주했다. 7월부터는 2차전지, 자동차, IT 대형주의 반등이 시장을 이끌었다. 8월 들어서는 화학, 철강, 금융 등 주요 업종으로 매수세가 도는 ‘순환매’까지 나타나며 2년 7개월 만에 2400 고지를 탈환했다. 통상 순환매는 시장의 주요한 분수령이다. 전고점을 향한 가격의 레벨업이 이뤄지든지, 조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 보통이다. 공격이냐 수비냐의 기로다.
낙관론자들은 유동성 환경에 주목한다. 코로나19로 막대한 돈이 풀렸지만 딱히 갈 곳이 없다는 논리다. 코로나19로 대출이 급증한 상황에서는 금리를 올리기 어렵고, 이에 따라 통화량이 늘면 화폐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 1% 미만의 예금이자로는 실질가치를 지키기 어렵다. 부동산은 정부 규제가 말 그대로 ‘살벌’하다. 증시는 정부도 응원하는 곳이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일부 조정은 오히려 보약이 될 것이라고 시장을 풀이하고 있다. 차익 실현 후 결국 다시 증시로 들어올 수 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미국 백악관과 민주당의 대치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경기부양책이 일단 의회를 통과하면 글로벌 증시도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란 기대도 크다.
신중론자들은 제도적 변화를 경계한다. 9월 15일 공매도 금지조치가 해제되면 유동성의 힘만으로 급등했던 종목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증시가 하락하면 두 배의 수익이 나는 인버스ETF, 이른바 ‘곱버스’에 최근 한 달 사이 상당한 자금이 몰린 것은 이 같은 우려의 크기를 보여준다. 주식뿐 아니라 금, 은 상품 관련 인버스도 덩치가 커졌다.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새로운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다. 정책금리 자체는 유지하겠지만, 정책금리 결정의 근거가 될 기준들을 새롭게 마련할 예정이다. 그동안의 완화적 자세에서 조금이라도 매파적 변화가 감지된다면 유동성의 힘으로 잔뜩 부푼 시장이 민감하게 반영할 가능성이다.
#코스피 전고점을 넘기 위한 전제들
코스피가 처음으로 2400선을 넘은 것은 2017년 9월이다. 2018년 1월 2600선을 통과했지만 이후 연준이 긴축적 통화정책에 속도를 내면서 경기 타격 우려가 커졌고, 주가도 내리막을 탔다. 같은 해 10월에는 2000선도 무너진다.
현재 전세계 증시를 지탱하는 힘은 유동성이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은 최대 변수다. 2018년에도 연준은 미국의 경기회복 조짐을 이유로 통화정책 전환을 밀어붙였다. 이번에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더해진 이차방정식이다. 경기와 코로나19 상황을 둘 다 살펴 통화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 9월 연준의 판단이 중요한 이유다.
현재로서는 연준이 완화적 태도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관측대로면 코스피는 전고점까지 쉽게 오를 전망이다. 달러 약세까지 지속된다면 주요국 가운데 성장률과 기업이익이 가장 견조한 한국 증시를 글로벌 자금이 선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매도 금지조치가 해제돼도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시장의 방향을 바꿀 힘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매도 후에는 빌린 주식을 되갚기 위한 재매수(short covering)가 필요하다. 이는 과거 공매도 금지 해제 사례를 봐도 유추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지됐던 공매도가 2009년 5월 해제된 후는 글로벌 유동성 확대 국면이어서 외국인은 오히려 순매수를 보였다. 지수도 더 올라 해제 직후 1300선이던 코스피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2010년말 2000선을 회복한다.
2011년 여름에는 유럽 재정위기로 공매도가 금지돼 같은 해 10월 규제가 풀렸다. 당시 코스피는 1600선에 있었다. 그해 12월까지 외국인 순매도가 나타나며 변동성이 높아졌지만 2012년 초 순매수로 빠르게 돌아서며 지수는 2000선에 다시 올라선다. 이때도 역시 글로벌 양적완화가 진행 중이던 때다. 공매도가 변동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시장 방향을 주도하지는 못한 셈이다.
역시 증시 방향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수는 통화정책이다. 연준 이후에는 10월 3분기 기업 실적과 미국 대선 등의 변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분기 실적이 2분기보다 나아져야 경기회복 기대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를 키울 수 있다. 또 트럼프와 바이든의 공약이 확정되고, 유력 후보 윤곽이 드러나면 그에 따라 증시가 움직일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