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현 보험업법은 단일종목 주식 보유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한다. 단 기준이 취득가다. 이를 시가로 바꾼다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모든 금융자산을 시가로 평가하는데 유독 보험업법에서만 취득가 기준이 남아있다는 게 명분이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만 약 34조 원 규모다. 지난 3월 말 기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총자산이 각각 309조 원, 86조 원인 것을 고려하면 두 회사가 23조 원 안팎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개정안이 통과돼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불가피해지면 삼성물산이 이를 인수할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외부에 매각하면 삼성전자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유보기간은 최대 7년가량이 될 전망이다. 현 시세라면 한 해 3조~4조 원 규모다.
삼성물산의 자금 마련 방법은 두 가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활용하는 방법과 외부 차입이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은 활용이 쉽지 않다. 삼성전자에 매각할 수 있지만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이보다는 삼성전자가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들의 지분과 맞교환하는 것이 유리하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은 삼성물산이지만, 제조계열은 삼성전자가, 금융계열은 삼성생명이 사실상의 중간지주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가 가진 계열사 지분을 가장 손쉽게 가져오는 방법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활용이다.
외부 차입은 삼성물산 지주회사 강제전환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자산의 절반 이상이 계열사 지분인 경우 지주회사로 강제전환된다. 계열사 지분을 늘리게 되면 그만큼 자산도 늘려야 한다.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한다면 그 가치만큼 자산을 불려야 지주사 강제전환 요건을 피할 수 있다. 1분기 말 현재 삼성물산의 자산은 19조 원, 부채 13조 6000억 원이다. 사업이익과 배당이익 등의 유보에 따른 자본 증가를 감안하면 부채를 36조 원까지 늘려도 부채비율을 200% 미만으로 충분히 유지할 만하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배당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주가 급등의 배경에는 배당 확대 기대감이 존재한다. 실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매각 차익을 유배당 보험상품 계약자에게 배당해야 한다. 다만 역마진 손실(과거 고금리 확정금리상품과 현재 자산운용수익률과의 차이로 부채로 분류됨)과 주식매각 차익을 상쇄할 수 있다. 올 1분기말 삼성생명의 확정금리형 유배당 보험계약의 결손액은 22조 원에 달한다. 7년에 걸쳐 삼성전자 매각차익을 이와 상쇄하면 배당여력이 거의 다 소진될 수 있다. 삼성화재는 역마진 부담은 미미하다.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면 대규모 현금이 유입되겠지만 삼성생명과 같이 주식매각 차익을 배당해야 할 의무는 없다.
비유동성 자산인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면 삼성생명·화재의 재무건전성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삼성전자 주가 부침에 따른 자본계정 변동성이 줄어들고, 현금흐름 개선에 따른 실질 배당 여력 강화를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동시에 두 회사 모두 삼성전자와 같은 초우량 투자처를 어디에서 구하느냐는 숙제는 남는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