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울릉군이 고 김성도 씨 유족에게 보낸 답변서. 998 계단공사와 관련된 자료가 부존재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사진=고 김성도 유족 제공
998계단은 독도의 동도와 서도를 잇는 유일한 통로다. 계단은 주민숙소부터 서도 몰골까지 연결돼 있다. 이전까지는 배를 이용해 두 섬을 이동해야 했다. 계단은 이름처럼 998개다. 독도 최초 주민인 고 최종덕 씨와 독도리 이장 고 김성도 씨가 독도에 살던 1983년 건설됐다. 두 사람은 독도 수호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5월 31일 국민훈장목련장을 수상했다.
그런데 최 씨와 김 씨의 후손들이 서로 얼굴을 붉히고 있다. 김 씨 가족들이 “998계단 공적에서 김 씨가 빠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까닭이다.
현재 해양수산부와 행정안전부 등 정부 공식기관 공적조서상 998계단을 만든 이는 최 씨다. 김 씨의 공적은 기재돼 있지 않다. 공적조서를 작성한 쪽은 울릉군이다. 이에 대해 김 씨 가족들은 이 공적조서 작성 과정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김 씨도 998계단 건설에 참여했는데 이에 대한 공이 누락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 경북도가 발행한 ‘독도주민생활사’에는 998계단 설치가 두 사람의 공적으로 기록돼 있다.
김 씨 가족들은 지난 12일 일요신문과의 만남에서 그동안 수집한 자료들을 내놓았다. 계단 건설 현장에서 김 씨가 찍힌 사진, 김 씨가 살아생전 계단을 만든 경위와 의도 등을 설명하는 영상들이었다. 반면 최 씨의 가족들은 김 씨가 998계단 건설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1983년 작성된 독도 등반로 및 급수시설 공사 자료. 자료 제공자는 해당 문서가 울릉군청 문서고에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보자 제공
올바른 고증으로 두 사람의 공적을 밝혀내야 할 지자체와 정부기관은 정작 뒷짐만 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경북도, 울릉군은 공적조서 작성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김 씨 유족이 제기한 민원을 확인해 보니 해양수산부와 행정안전부는 경북도에, 경북도는 울릉군에 답변을 미뤘다. 울릉군이 공적조서 작성을 담당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울릉군은 998계단 건설 당시 현황 자료를 요구하는 가족들에게 ‘자료부존재’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모든 자료가 부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울릉군청 문서고에 1983년 작성된 ‘독도 등반로 및 급수시설 공사’자료가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울릉군은 사실과 다른 답변을 준 것이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기관과 지자체의 무책임한 태도가 독도 2세들의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울릉군 관계자는 문서를 통해 “공적 조사 때 유족들에게 998계단 건설 과정에 참여했다는 입증 자료를 내라고 연락했다. 당시 김 씨의 유족들은 아무런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씨 가족들은 “전화를 받았다면 지금도 가지고 있는 자료를 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공적 조서에 대한 전반적인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