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도 사람이 산다. 경북 울릉군 안용복길 3. 독도 유일 민간인 거주지 주소다. 고 김성도 씨가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김 씨는 살아 생전 ‘독도리 이장’ ‘독도 주민 3호’ 등으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첫 국세 납부하는 독도 이장 고 김성도 씨 . 사진=연합뉴스
김 씨 부부가 독도로 이주한 시기는 1991년 11월이다. 독도 최초의 주민인 고 최종덕 씨가 1987년 9월 숨지고 최 씨가 운영하던 배의 선장이었던 김 씨가 아내와 함께 독도로 이주했다. 2007년 4월 6일 독도의 이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2009년에는 독도 1호 사업자가 됐다. 2014년에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독도 주민 최초로 국세를 납부하는 주인공이 됐다. 독도를 삶의 터전으로 30년 가까이 산 셈이다. 그가 낸 세금은 국제법상 독도 지위를 한국 과세권이 미치는 유인도서지역으로 끌어올려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2018년 10월 김성도 씨가 간암으로 사망하면서 야기됐다. 노령의 아내 홀로 독도에서 살아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제 아내 김신열 씨는 독도 유일한 민간인이자 주민이다. 가족들의 걱정은 날로 깊어진다. 올해로 85세. 고령의 노인이 의료 시설도 변변치 않은 독도에서 홀로 살아가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어서다. 평생 해녀로 물질을 하며 살아온 김신열 씨의 달팽이관은 보청기조차 낄 수 없을 만큼 손상됐다.
자녀들이 나서서 어머니를 모시고자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울릉군에서 김 씨 자녀들에게 독도 주민권을 쉽게 내주지 않아서다. 이런 이유로 남편이 사망한 뒤에는 한동안 독도를 떠나 육지에 위치한 자녀들의 집에 머물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둘째 딸 김진희 씨 집에서 머물다 지난 7월 29일 다시 입도했다. 주민권이 없는 자녀들은 독도에 장기간 머물 수 없어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딸 진희 씨는 “한 번 입도할 때마다 10~30일 머물다가 다시 육지로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희 씨는 독도 주민이 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를 위해 아버지로부터 독도 내 사업권을 물려받기도 했다. 그러나 전입신고는 관계기관으로부터 번번이 퇴짜를 맞고 있다. 독도로 주소 이전을 하기 위해서는 독도 주민 숙소에 상시 거주할 수 있다는 승인허가서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현재 독도 주민 숙소에서 상시 거주할 수 있는 사람은 김신열 씨뿐이다.
당분간 이 허가서를 취득하는 이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울릉군과 독도관리사무소는 독도의 새 주민을 선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승인허가서를 내달라는 진희 씨의 요구에 독도관리사무소는 지난 8월 11일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독도 주민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 없다”며 “상시거주민을 추가로 선정하기 위해서는 관계기관의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답변했다. 즉 지금은 그 누구도 독도 주민이 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만약 김신열 씨의 건강 악화로 독도 생활이 더 이상 어렵게 된다면 독도는 사실상 무인도가 되는 셈이다.
왜 울릉군과 독도관리사무소는 독도 새 주민을 선정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독도관리사무소는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첫 주민 선정 당시에는 해양수산부, 문화재청, 울릉군 등 여러 관계기관이 서로 협의를 거쳐 주민을 선정한 것인데 또 다시 그런 합의를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독도관리사무소 관계자는 “1세대 주민의 자녀를 새 주민으로 선정하든지, 새로운 신청자를 받든지, 독도 주민을 없애든지 세 가지 방안이 있을 것인데 아직까지 아무것도 논의된 바가 없다”고 답했다.
독도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진희 씨는 지난 12일 일요신문과의 만남에서 “실제로 독도에서 나가라는 말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독도관리소와 울릉군 관계자들이 “어머니 혼자 독도에서 지내는 것이 어려우시다면 독도에서 나가도 괜찮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김 씨는 “관할 공무원들과는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부터 마찰이 잦았다. 한번은 독도관리사무소 관계자로부터 ‘부모님 건강이 좋지 않으니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가 이튿날 사과를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분통을 터뜨리며 보냈던 문자를 증거로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지목된 전직 독도관리소 관계자는 13일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 주민 숙소 정비 문제로 독도를 찾았고 협조를 부탁한 적은 있으나 ‘독도에서 나가도 좋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독도 이장 자리도 수 년째 비어 있다. 지난해 8월 연합뉴스는 ‘울릉군이 독도 이장을 김신열 씨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자녀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진희 씨는 “울릉읍사무소에서 어머니께 이장직을 제안한 적도 없었다”며 황당함을 내비쳤다. 독도 이장직은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 있다.
한편 김신열 씨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죽는 날까지 독도에서 가족들과 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