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국가간 경기가 열릴 수 없는 상황에서 A대표팀과 올림픽 대표 간 맞대결이 펼쳐진다. 벤투 감독(왼쪽)과 김학범 감독의 맞대결로도 흥미를 끌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분야는 국가대항전이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역시 2020년은 단 1경기의 A매치조차 치르지 못하고 시간을 흘려보낼 처지에 있다. 최근 아시아축구연맹은 올해 하반기에 예정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2021년으로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표팀의 마지막 A매치는 2019년 12월 18일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한축구협회는 색다른 아이디어를 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이 펼치는 맞대결을 기획한 것이다. 이들은 오는 8월 31일과 9월 8일, 두 차례 경기를 한다. 이 날짜는 이전부터 예정됐던 A매치 기간으로 K리그 일정도 없다.
오랜 기간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올림픽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난 1월 태국에서 올림픽 지역 예선을 겸해 열린 2020 AFC U-23 챔피언십 이후 소집 훈련조차 치르지 못했다. 비록 이들의 존재 이유인 2020 도쿄올림픽이 1년 뒤로 연기됐지만 김학범 감독으로선 선수들을 소집하고 훈련, 평가전 등을 거치며 전력을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 열리는 경기다. 손흥민 등 해외파는 소집 불가능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벤투·김학범 감독은 K리그가 5월부터 재개된 이후 매주 빠지지 않고 현장을 찾아 대표팀에 선발할 수 있는 자원들을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소속팀 활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이번 맞대결을 발표하며 “두 감독과 상의한 결과 선수 점검과 팀 전력 유지를 위해 이번 맞대결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번 경기는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해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소집할 수 없어 국내파 선수들로만 꾸려질 예정이다. 그간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음에도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거나 대표팀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중용받지 못하던 선수들은 감독의 신임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황희찬(라이프치히) 등 유럽파가 중용되던 공격진에 어떤 얼굴들이 포함될지 관심이 높다. 벤투 감독은 2018년 부임 이후 줄곧 황의조를 주전 공격수로 활용했다. 백업 공격수로 석현준(트루아) 지동원(마인츠) 등을 활용했고 2019년 들어 김신욱(상하이)이 기회를 받았지만 이들 모두 해외에서 활약 중이다.
2019년 하반기부터는 황의조의 백업으로 이정협(부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2014년 9월~2017년 6월) 이후 오랜만인 그의 A대표팀 선발은 벤투 체제에서도 단발성에 그치지 않았다. 오는 올림픽 대표와 평가전에서 이정협의 선발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나머지 한 자리에 관심이 쏠린다. 벤투는 부임 이후 최전방 공격수 자원으로 최소 2명 이상을 선발해왔다.
젊은 공격수 김지현은 자원이 부족한 최전방에 대안이 될 수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문제는 국내 공격수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동원 황의조 김신욱 등은 모두 해외로 진출했다. 국내 리그는 외국인 선수들이 공격수 자리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K리그 득점 10위권 내 절반(1위 주니오, 2위 일류첸코, 3위 세징야, 4위 펠리페, 8위 데얀)을 외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득점 상위권 선수들도 선발을 낙관하기 어렵다. 중앙 공격수로 분류되는 선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득점 5~7위에 올라 있는 강상우(상주 7골) 송민규(포항 6골) 한교원(전북 6골)은 모두 측면 포지션 선수들이다. 고무열(강원 5골) 역시 측면과 미드필드를 오가는 유형이며 4골을 넣은 이동국(전북)은 최전방 스트라이커지만 올해 만 41세로 더 이상 대표팀 선발을 기대하기 어렵다. 같은 4골로 득점 11위에 올라 있는 오세훈(상주)은 23세 이하 자원이기에 올림픽 대표팀으로 선발될 공산이 높다.
공격수 기근 현상에 A대표팀 최전방 공격수 후보군에 오를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대다수 K리그 구단이 최전방에 외국인 선수를 활용하고 있고, 그나마 일정 시간 이상 출장 기회를 받고 있는 공격수는 양동현(성남) 김지현(강원) 윤주태(서울) 박주영(서울) 정도다. 이들 중 30대 중반인 양동현(만 34세) 박주영(만 35세)은 향후 활용 가능성을 감안하면 선발 가능성이 낮다. 시즌 초반과 달리 최근 팀에서 입지가 다소 줄어들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김지현은 이번 시즌 13경기 3골로 득점이 많지 않다. 하지만 지난 시즌 10골을 기록하며 연말 시상식에서 영플레이어상을 차지한 바 있다. 최근 벤투 감독이 유독 그의 소속팀 경기를 거듭 지켜봤다는 점도 ‘깜짝 발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996년생(24세)으로 향후 활용 가치도 높다.
윤주태는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다. 소속팀 FC 서울이 극도로 부진한 상황에서 기회를 잡았다. 올 시즌 두 번째로 선발 명단에 포함된 경기에서 멀티골로 팀의 연패를 끊어냈다.
11년 만에 국내로 복귀한 이청용의 대표팀 재승선을 위한 무대가 마련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아시아 무대 활약 선수로 구성됐던 지난해 말 동아시안컵에서 부름을 받았던 김승대(강원) 김인성(울산) 이영재(강원) 한승규(서울)를 포함해 강상우(상주) 한교원(전북) 등도 가능성이 충분하다.
공격 2선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선수는 이청용이다. 2019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그의 친구 기성용(서울) 구자철(알 가라파)과 달리 이청용은 대표팀에 남았다. 벤투 체제에서 2019년 3월 평가전에서 골맛을 보기도 했다. 이후 활약 무대가 독일이었고 소집 시기에 부상 등이 겹치며 대표팀과 멀어졌다. 하지만 11년 만에 국내 무대로 복귀하며 판이 깔렸다.
기성용 역시 지난 7월 K리그로 돌아왔다. 복귀 당시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복귀에 관해서도 “고민을 해볼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이번 소집에서 복귀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월 서울과 계약 이후 아직 리그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비수 정승현(울산) 골키퍼 구성윤(대구)도 이적으로 기회가 열렸다. 이들은 불과 수개월 전까지 일본 J리그에서 활약 중이었다. 이번 시즌 전격 K리그로 이적을 택했고 대표팀 소집에 응할 수 있게 됐다. 정승현은 김민재(베이징 궈안) 김영권(감바 오사카)이 빠진 중앙 수비진을 메울 적임자로 꼽힌다. 구성윤도 주전 김승규(가시와 레이솔)가 합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현우(울산)와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측면 수비 포지션에는 익숙한 자원들이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은 그간 왼쪽에 김진수(전북) 홍철(수원) 박주호(울산), 오른쪽에 이용(전북) 김문환(부산) 김태환(울산) 등을 활용해왔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