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가 8월 13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18대 이후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당시와 21대 국회 차이가 있다면.
“당시는 통합민주당으로 85석 소수야당이었다. 난 비례대표를 승계해 1년 6개월 뒤에 들어왔기 때문에 더 어려웠다. 4대강 사업 진실규명을 다시 띄우는 역할을 하느라 힘들었다. 21대 국회는 6월 1일부터 같이 했기 때문에 의욕이 생긴다. 지금도 소수야당이지만, 범여권으로 구분된다. 일단 큰 여당과 검찰개혁 부동산개혁 등 시대적 과제에 말이 통하고, 서로 동의하는 면이 있어 편한 점이 있다.”
―왜 국회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나.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한 적 없다. 지난 8년 동안 자유인 생활을 나름 만족스럽게 한 편이다. 물론 그 사이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등 속상한 점도 많았다. 촛불혁명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2년 정도는 태평성대 같았다. 개인 활동도 잘됐다. 그러다 위기의식을 느낀 것은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과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 태극기부대 활동 등 여러 사건을 보면서다. 그럼에도 내가 밖에서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열린민주당 국민참여 열린 공천에 내 이름이 거론됐다. 처음 연락이 왔을 땐 당연히 거절했다. 그러다 다시 연락이 왔다. 나중에 사정을 들으니 비례정당 홀수 여성 후보 중 맨 앞에서 깃발을 들 대표주자가 없어 고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내가 할 역할이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또한 부동산과 관련해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어 승낙했다.”
―승낙하고 후회는 안했나.
“솔직히 가끔씩 후회했다.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 그런데 7월 지나고 기분 좋다. 일단 임대차보호 3법 제1호 법안이 통과됐다. 백혜련 의원 등 여러 분이 함께했지만, 소수야당으로 1호 법안을 두 달 만에 통과시킨 사람은 나밖에 없다. 알다시피 내가 어쩌다 법사위에 소속됐다. 처음에 ‘1호 법안 통과시킬 때까지는 안 나온다’ 말했다. 이제 나올 수 있는 자격과 여건은 마련됐다.”
―국토위로 배정받은 최강욱 대표와 사보임을 통해 상임위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법사위에 말뚝 박을 생각이다. 처음에 비법조인이 법사위에서 활동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오히려 비법조인으로 참신하게 문제들을 지적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사보임은 원내대표가 요청해야 하는데, 내가 원내대표다. 이렇게 열린민주당 지지자들과 최강욱 대표 놀리는 맛에 산다.”
―법사위에서의 사이다 발언이 화제를 모았다.
“사이다 발언 한 적 없다. 상임위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상식적이지 않으면 못 참고 손들고 이야기했을 뿐이다. 평소 권력층·특혜층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다. 솔직히 법조계가 한국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굉장히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예컨대 사법부가 ‘비위 판사에 대해 국회에서 탄핵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태도’를 참지 못했다. 그래서 ‘판사는 왜 10년씩 그냥 하냐. 국회의원들도 4년밖에 못 하고, 대통령도 5년인데’라고 말한 것이다. ‘검찰청은 왜 국회에 나와서 업무보고 안 하느냐. 국민에 대한 예의 아니다’라는 문제 지적도 비법조인이기 때문에 일반인 시선으로 새롭게 지적한 것이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8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 개정안 찬성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7월 첫 임시국회를 평가해달라.
“임대차보호 3법과 종부세 취득세 등록세 등 부동산 후속 입법 통과시킨 것은 밥값 아주 조금 했다고 본다. 과정에 대해 말이 많지만 부동산 시장의 교란, 국민들이 바라는 것들을 바로 잡으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일하는 국회법’을 통과 못 시킨 거다. 지금 미래통합당이 제기하는 소위원회 운영, 법사위 체계 자구 심사권 등에 대해 일하는 국회법에 여러 가지 안이 있었다. 일하는 국회법을 이번에 통과시켜놨어야 8월 임시국회부터 정상적으로 갈 수 있었다. 욕먹는 김에 일하는 국회법까지 같이 처리하지 왜 그러나 싶었다. 8월 임시국회에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면 미래통합당과 굉장히 많은 진통 있을 것이다.”
―부동산 관련 입법 내용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당연히 아쉽다. 임대차보호와 관련해 이번에 3법이 통과됐다. 사실은 5법이 필요하다. 지자체의 표준임대료 제공과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분쟁조정위원회가 상당히 강한 힘을 가져야 한다.”
―최근 한 토론회에서 ‘주택청’ 신설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에 쫓기다보니 주택정책은 뒷전이다. 부동산이 정부 정책이 돼선 안 된다. 부동산은 반칙사례에 대해 감시감독만 하고 시장에서 이뤄지게 해야 한다. 정부는 주택·주거·도시·복지정책을 관장해야 한다. 임대차보호 3법 등 도입으로 초반에는 분쟁이 많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정책 전체를 관장하는 기구가 주택청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택청 설치를 처음 시도했는데, 당시는 힘이 들어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다시 검토해봐야 하는 시기다.”
―정부에서 8·4 부동산 공급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죽을 힘을 다해 주택공급 숫자를 맞춰 내놨다. 그 숫자는 일단 시장에 좋은 사인을 줬다. 정부가 공급대책도 열심히 하겠구나라는.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난관에 부딪힐 위험성이 높다. 각 부지에서 공공임대에 대한 반발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재개발 지역에서는 상당히 먹힐 수 있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통해 훨씬 더 많은 인프라 지원을 약속하면. 하지만 재건축, 특히 강남권에서는 이미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졌기 때문에 공공임대 들어와 집값 떨어질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정교하게 설계하고 열심히 설득해야 한다.”
―8월 임시국회는 공수처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개인적으로 공수처법을 보며 의결과정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7명 위원 중 6명이 찬성해야 한다. 보통 과반수, 3분의 2, 4분의 3, 전원일치, 이런 형식 아닌가. 추천위원 7명이 다 채워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갑자기 누가 관둬 공석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의결방식을 문제제기하고, 정상화를 위한 개정 발의를 민주당보다 먼저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4분의 3이든, 3분의 2든 개정 입법을 하면 통합당도 들어와 위원을 추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8월 13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인터뷰 내내 답변이 기승전통합당으로 끝난다.
“한국이 발전하려면 튼튼한 야당이 있어야 한다. 야당 지지율이 최근 반짝 올랐는데, 자기 실력이 아니라 정부와 여당 반사이익이다. 그러면 안 된다. 자기 실력이 있어야 한다. 통합당이 과거 여러 나쁜 짓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경제나 기술 쪽에 실력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보수는 썩었을지 몰라도 유능하다’는 말까지 있었잖느냐. 그런데 요즘은 무능하고 지루하다. 전체적으로 생떼 쓰고 억지 쓰는 게 통합당의 문화가 됐다. 더 체계적으로 문제제기해야 한다. 실력을 갖춰야 한다. 내가 매번 통합당 의원들 공부 안 한다고 지적한다. 옛날엔 공부하는 의원들도 꽤 많았는데. 요즘은 공부하는 의원들이 앞으로 안 나서는지도 모르지만. 안타깝고 딱하고 이러다 큰일 나겠다 생각이 든다. 그래서 계속 얘기하는 것이다.”
―민주당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나.
“여당도 문제가 있다. 내가 최근 민주당이 다주택자를 너무 적대시한다고 문제제기했다. 그건 여당의 입지를 좁히는 거다. 여당은 사회 전체를 아울러야 한다. 여러 가지 변화가 있을 때는 국민들도 불안해하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으니까. 그런 불안감을 선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럴 때 여당이 국민들에게 많이 설명하고 안심시키는 게 필요한데, 그런 면이 좀 부족한 것 같다.”
―민주당 대표 후보들 모두 전대 이후 열린민주당과 합당을 말하고 있다.
“합당은 4월 총선 끝나고부터 계속 나왔다. 민주당 전대쯤 다시 이슈로 떠오를 건 확실했다. 논의가 공식화될지 우리는 모른다. 열린민주당은 항상 열어놓고 있다. 차기 지도부가 뽑히고 민주당에서 필요에 의해 논의 요청이 오지 않겠나. 우리도 조건이 맞아야 합당하는 것이다. 열린민주당은 전당원 투표라는 의사결정과정이 있어 당원들도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의원들은 개인적으로 다 친하니까 ‘우리가 남이가’ 농담 삼아 말하지만, 진지한 논의를 해본 적 없다. 통합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지도부가 하는 거니까.”
―합당에 대한 개인 의견이 궁금하다.
“마음이 왔다갔다한다. 열린민주당 만든 취지도 선명한 개혁을 앞세운 여당, 민주당이 못하는 말을 밖에서 확실하게 지적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당의 행보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 의원들은 한계를 좀 느끼고 있다. 당정청 회의에도 못 들어가고 교섭단체도 아니다보니, 의견도 건너 전달해야 하고 일이 훨씬 많다. 선거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비례정당이다. 하지만 내년 4월 재보궐선거, 내후년 대선과 지선에서 우리 당이 지역에 나갈 것인가. 지역에 후보를 내면 바로 민주당과 대립각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거기에 대한 우려가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선명한 개혁노선을 가진 코어 지지층이 열린민주당에 와 있다. 이분들이 의견도 많이 개진하고 이슈를 만든다. 앞으로 대선을 치르려면 이들 지지자들이 민주당에 돌아와야 결집이 된다.”
―민주당과 합당해 집권당이 되면 발언이나 행동에 제약 생길 수도 있을 텐데.
“나는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합리적 생각에 대해서는 주장하는 편이다. 지금도 민주당의 의견을 모두 다 받아들이고 있진 않다. 18대 국회도 그렇고 이번에도 한 번도 여당 의원을 못해봤다. 범여권이라도 아직 야성이 살아있는데, 여당에 들어가면 없어질지 모르겠다. 그럼 재미 없는데. 나는 똑같이 할 것 같다. 그래서 미움 받을 것 같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