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OO야, 나 정말 돌아버리겠다. 이 일을 어쩌면 좋냐”
접견실에 들어선 조 씨는 기자와 동행한 60년지기 친구 A 씨를 보자마자 가슴을 치며 하소연을 했다. 또다시 범죄의 나락에 빠져든 자신의 처지가 스스로도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었다. 일흔이 넘은 나이였지만 조 씨는 건강해보였다. 지난해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는 그는 지인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며 안부를 전했다.
조 씨와의 만남은 지난 2008년 9월 그의 전 부인이었던 이 아무개 씨가 당시 운영하던 ‘천상암’에서의 가진 부부인터뷰 이후 처음이었다. 지난해 12월 결혼 10년 만에 파경을 맞은 사연을 취재할 당시 전 부인 이 씨와 달리 조 씨는 지방의 기도원에서 두문불출한 채 일체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었다. 오랜만에 만난 기자에게 조 씨는 “이런 꼴로 만나게 되서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앞으로 어찌 얼굴을 들고 다닐지 모르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며 괴로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지난해 광주 금은방 4인조 강도들이 강취한 귀금속 2000돈 중 1000여 돈(시가 1억 1000만 원 상당)을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순차적으로 대신 팔아주고 수고비조로 10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대체 범행동기는 무엇일까. 경찰에 검거된 직후 조 씨가 밝힌 범행동기는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하지만 조 씨와 그의 측근에 따르면 조 씨가 이번 범행에 휘말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후배의 부탁을 거절하기 못했기 때문이었다. 광주 금은방 4인조 강도범 중 한 명은 조 씨와 청송교도소 수감시절 감방동기로 만나 ‘형님’ ‘아우’하며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접견에서 조 씨는 “아우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제 성격 때문이죠. 그게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 아우가 귀금속 장사를 하거나 다루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물건은 아니겠구나’라는 것은 어렴풋이 눈치챘지만 금은방 강도행각으로 취득한 물건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라며 뒤늦은 후회의 빛을 보였다.
조 씨가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전 부인 이 씨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당시 이 씨는 기자에게 “주변에서 그 사람을 놔두지 않았어요. 수많은 출소자들이 수시로 찾아와 ‘도와달라’고 부탁했어요. 그 사람은 정이 너무 많아서 거절을 못하는 성격입니다. 그런 문제로 갈등이 심했습니다”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결국 인간적인 ‘정’에 이끌려 장물을 처분해줬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됐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조 씨는 이유야 어찌됐든 또다시 불미스러운 일에 오른 것에 대해 “면목이 없다”며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조 씨는 10년 만의 파경과 관련해서도 짤막하게나마 심정을 밝혔다. 우연한 만남으로 부부의 연을 맺게 된 후 아들까지 낳고 ‘잉꼬부부’로 살았던 두 사람이 갈라서게 된 원인에 대해 조 씨는 “사실 이런저런 갈등이 많았다. 종교적인 갈등도 있었고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부딪쳤다”고 털어놨다.
그간 조 씨가 ‘대도’에서 목사와 사업가, 경비회사 간부와 무역회사 CEO로 깜짝 변신을 거듭할 때마다 그의 곁에는 항상 부인이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조 씨가 몇 차례 불미스러운 일로 수감과 출소를 반복할 때에도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었다. 실제로 조 씨는 “저는 아내를 사랑을 넘어서 존경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진정한 새 삶을 공언하며 사업에 몰두할 각오를 밝혔었다. 하지만 양 측에 확인한 결과 적어도 겉으로는 행복해 보였던 부부의 실상은 달랐다. 신뢰는 점차 사라졌고 언젠가부터 부부 사이는 이미 금이 갈 대로 가 있었다. 말 그대로 “아이 때문에 산다”는 심정으로 아슬아슬하게 버텼던 시간이었다. 조 씨는 전 부인 이 씨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무너진 신뢰와 오해에서 비롯된 원망과 섭섭함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조 씨는 “저도 할 말은 많지만 이미 인연이 끝난 사람에 대해 얘기해서 뭐하겠습니까. 부부 간의 일인 데다가 또 그 사람의 프라이버시기 때문에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전 부인에 대한 얘기를 하던 중 조 씨는 환갑이 넘어 얻은 외아들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과 그리움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야 말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이런 처지라) 아이가 걱정입니다.”
아이 얘기를 하다 잠시 머뭇거리던 조 씨는 “아무쪼록 그 사람이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아이에게만큼은 좋은 어머니가 되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조 씨는 수 개월 전 만난 조선족 여인과 새로운 인연을 맺은 상태다. 법적으로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부부나 다름없는 사이라고 했다. 측근 A 씨에 따르면 40대 후반의 이 여인은 형제들이 중국 고위직에 근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현지에 상당한 재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조 씨가 이번 사건이 정리되면 두 사람이 중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인생을 함께할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조 씨는 “중국에서 사업을 고려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 사귀는 여인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편 조 씨는 조만간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에 대한 소회와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참회하는 내용을 담은 수기를 출간할 뜻을 밝혔다. “어린 나이에 범죄에 빠져드는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되는 책을 수기형식으로 써서 출간할 생각입니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목적입니다. 하지만 부족한 제가 책 출간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앞길이 구만리같은 젊은이들이 저처럼 실패한 인생을 살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 때문입니다. 또 수차례 물의를 일으킨 사회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보답이자 봉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60년 지기가 말하는 전 부인과 파경 진실
“알려진 얘기와 다르다”
접견 당일 영등포 구치소에서 조 씨의 최측근 A 씨를 만날 수 있었다. 보육원 시절인 열두 살 때 조 씨를 알게 된 후 현재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A 씨는 조 씨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조 씨 부부의 파경이 알려진 당시에도 A 씨는 “불편한 가정사를 기사화해서 조 씨를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A 씨는 ‘돈’ 때문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일당 중 한 명의 부인이 후두암에 걸려 급전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조 씨가 거절하지 못한 거다. 조 씨는 그게 강도행각으로 절취한 물건이라는 것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조 씨의 전 부인 이 씨가 주장했던 파경원인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세간에는 이 씨가 조 씨를 인간 한번 만들어보려고 갖은 애를 썼으나 조 씨가 매번 사고를 치고 문제를 일으켜서 가정이 파탄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니다. 조 씨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다. 그간 알려진 부부얘기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말하지 못한 진실은 따로 있다”는 것이 A 씨의 얘기였다.
A 씨는 “조 씨는 천성적으로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다. 어릴 때부터 자신은 굶을지언정 굶주린 거지를 지나치지 못했다. 자신을 찾아오는 아우들에게 밥 한끼 먹여 보낸 것 가지고 재산을 축냈다고 주장하는 게 이해가 안된다. 그들 부부의 첫 만남이 어땠으며 파경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데…. 오히려 이 씨가 사업을 벌이다 사기를 당했고 떼인 돈을 받으러 다닌 게 조 씨였다.
또 조 씨는 평생에 술·담배·여자 문제로 속을 썩인 적 없는 사람이다. 내 친구여서가 아니라 조 씨가 천성적으로 나쁜 인간이며 인생막장으로 묘사되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답답하다. 그의 범행을 두둔하려는 게 아니라 그의 본성이 선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사회와 언론이 섣불리 판단하고 한 인간을 매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심정을 밝혔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