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감나무골 전경
[전주=일요신문] <속보>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사전에 내정하고 짜맞추기식 입찰을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물의를 빚고 있는 전주시 서신동 감나무골재개발사업조합이 감사결과 위법성이 지적됐으나 이를 묵살하고 계약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12일자 전국 호남)
전주시 서신동 감나무골재개발사업조합 일부 조합원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3일 제출된 감사보고서에 협력업체 선정관련 법률자문 결과 위법성과 입찰무효 소지가 지적됐으나 감사보고서를 받은 지 불과 4일만인 6일 낙찰업체와 계약을 강행했으며 보고서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감사과정에서 위법성과 입찰무효 여지가 지적된 사안은 ‘협력업체(수용재결 및 명도업무) 선정을 위한 입찰’과 ‘협력업체(범죄예방 및 이주관리) 선정을 위한 입찰’, ‘협력업체(지장물철거) 선정을 위한 입찰’ 등 3건이다.
법률자문 결과 제시된 위법성의 근거는 ‘공정거래법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제1항 9호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방해하거나 제한함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이다.
이 같은 위법성이 제기된 입찰은 ‘협력업체(수용재결 및 명도업무) 선정을 위한 입찰’과 ‘협력업체(지장물철거) 선정을 위한 입찰’ 등으로 적격심사 배점기준표가 특정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작성돼 다른 사업자와 경쟁을 실질적으로 부당하게 제한한 것으로 지적됐다.
‘수용재결 및 명도업무 선정을 위한 입찰’의 배점기준표의 경우 수용·명도업무의 실적평가가 ‘회사실적’ 항목과 ‘가산점’ 항목 등 유사항목을 중복해 평가했으며 변호사 수와 실적, 매출 등 업체 평가가 전체배점의 80%로 과도해 입찰가격과 관련된 평가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각 평가 항목별 최고 점수 기준이 차순위 업체와 무려 32점이나 차이를 둬 특정업체가 만점 가까이 받을 수 있게 작성돼 다른 사업자와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할 여지가 있다는 것.
‘지장물철거 선정을 위한 입찰’의 적격심사 배점기준표도 ‘공사계약 실적’과 ‘공사수주 실적’을 별도로 각 20%씩 배분해 공사실적을 중복 평가했으며 지장물 철거와 무관한 ‘토공’과 ‘철콘’, ‘포장’, ‘조경’ 등의 면허까지 ‘면허보유’ 여부를 평가한 것도 위법성이 제기됐다.
여기에 해당 용역 내용인 지장물 철거에 대한 ‘시공능력’이나 ‘공사계약실적’ 등을 평가해야 함에도 이와 무관한 일반적인 공사실적까지 평가했으며 사업자등록상 종목을 확인하지 않고 평가에서 제외해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협력업체(범죄예방 및 이주관리) 선정을 위한 입찰’은 판례까지 제시하며 입찰을 무효로 볼 여지가 충분한 것이란 자문결과가 나와 충격을 안겨줬다.
‘범죄예방 및 이주관리 선정을 위한 입찰’은 2개 응찰업체가 입찰참가신청서 제출 마감기한 내에 입찰서류인 적격심사배점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이사회 의결을 거쳐 미제출 서류를 보완하도록 허용해 적법성 시비를 샀다.
입찰공고 입찰지침서 제14조 제3항에 ‘입찰참가신청서가 소정의 일시, 장소에 도착하지 아니한 입찰(마감시한 엄수)은 무효로 한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입찰참가 후 특정업체에 대해 입찰서류를 추가 접수해 입찰 참가자격을 부여한 것은 공정성과 적법성에 위반해 무효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유사 판례도 제시됐다.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두3045 판례는 정비사업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서 입찰마감 후 대의원회를 통해 입찰 참가규정을 변경해 입찰참가자격을 사후에 부여한 사안에서 ‘위법하여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사회의 의결로 합법성로 부여할 수 있는 지 여부에 대해서도 ‘서울고등법원 1985. 12. 28 선고 84나4143 제11민사부판결’에서 입찰기한을 넘겨 무효가 된 입찰이 그 후 별도의 절차가 있더라도 유효한 입찰로 성립될 수 없음을 확인한 판례를 제시했다.
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24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94조 등은 정비사업 시행에 관련한 각종 서류와 자료를 작성 또는 변경 15일 이내에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해 공개하도록 돼 있으나 감나무골조합은 해당 감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감사결과에 대한 조치와 감사결과보고서 미공개 사유 등에 대해 조합 측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조합장과 전화연결을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으며 메시지를 남겼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조합원 A씨는 “지난해 압수수색으로 조합장 검찰 조사 시 변호사 비용과 주변 인물을 동원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해 업체들로부터 선수금을 받았다는 소문이 자자했고 입찰 전부터 이들업체들의 사전 내정설이 파다했다”며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촉구된다”고 말했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