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무사트 멤버들을 만났다. 이들의 신상과 얼굴은 보안상 모두 비공개다. 사진=최준필 기자
요즘 웹예능 ‘가짜사나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MBC 예능 ‘진짜사나이’를 패러디해 만든 이 웹예능은 BJ, 유튜버, 스트리머들이 특수부대 훈련과정을 체험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 인기를 끌었다. 최근 한 달 동안 조회 누적수만 4000만을 넘기며 올해의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기획과 제작은 구독자 200만 명의 헬스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와 민간군사기업 ‘무사트’가 맡았다.
영상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들을 키워낸 ‘무사트’ 교관들을 향한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에이전트h’ ‘야전삽’ ‘로건’ 등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 교관들의 모습은 어딘가 비밀스럽다.
일요신문은 14일 민간군사기업 무사트 멤버들을 만나 회사 설립 취지와 목적, 그리고 국내 특수부대의 우수성과 이들의 전역 후 이야기까지 들었다. 인터뷰는 신중했다. 현역 군인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무사트 멤버 A 씨와의 인터뷰는 보안상 익명으로 진행됐다. 인터뷰에 앞서 비밀유지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전역 군인들 돕고파
“(‘가짜사나이’를 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했던 건 ‘웹예능이 부대에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닌가’였다. 훈련 강도를 너무 쉽게 하면 실제로 고강도 훈련을 해내고 있는 현역 군인들에게 대단한 피해였다. 그래서 훈련 강도를 마냥 낮출 수는 없었다. 군에 대한 이미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민간군사기업 무사트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가짜사나이’와 같은 콘텐츠 제작은 여러 사업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2013년 공식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에는 교육, 보안, 전술 전략 연구개발 등이 주요 사업이었다. 회사 이름은 이들이 2002년부터 10년 동안 개발한 전술 ‘무사트’에서 따왔다.
‘국내에 민간군사기업이 필요할까’ 싶지만 수요층은 경찰특공대 등 국가기관부터 일반 경호업체 등 사기업과 민간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개인적으로 훈련을 받고자 찾아오는 현역 요원도 있다. 특히 특수부대 창설 목적을 가지고 있는 해외 국가의 경우 무사트에서 직접 컨설팅과 디렉팅을 해주기도 한다. 오랜 기간 쌓은 경험과 노하우로 한 부대가 실제로 운영될 수 있을 때까지 책임진다.
그런 무사트가 최근 콘텐츠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단순 인기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특수부대 요원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기술과 능력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전역한 군인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서다. 그는 “무사트를 통해서 군인들의 처우 개선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북파 공작 임무를 성공했는데도 여전히 어렵게 살고 계신 분들이 많다. 특수부대 요원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능력은 민간에서는 돈을 주고도 배울 수가 없는 고가치 기술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엘리트 특수부대원들이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국내에는 아쉽게도 그러한 기회가 거의 없다. 무사트 설립 이유 중 하나는 전역 군인들이 사회에 나온 후에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술력보다 정신력
전술 훈련하는 무사트. 사진=무사트 홈페이지
특수부대원들의 전역 후 생활은 어떨까. 일부는 전역 후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당연한 일이다. 특수부대 출신들의 평균 전역 나이는 20대 중후반으로, 특전병이나 부사관까지 마치면 30대 중반에 사회로 나온다. 인생의 황금기를 모두 군에서 보낸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서로에 대한 믿음과 팀워크는 이미 몸에 배어 있다.
“때로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어려움이 되기도 한다. 특수부대 특성상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안 된다. 특히 개인주의는 절대 안 된다. 그런데 이런 훈련을 받았던 분들이 사회에 나오면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거나 금전적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그런 친구들을 찾아가 격려를 하기도 하고 전역을 앞둔 친구들을 모아 ‘사회에 나가면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으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나면 다양한 분야에서 실력을 뽐낸다. 실제로 헤어 디자이너, 교사, CEO(최고경영자), 파일럿 등 각계각층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군 생활 내내 강도 높은 훈련을 이겨내며 누구보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덕분이다. A 씨는 “부대에서 ’포기라는 단어는 생각조차 하지마라’ ‘생존 가능성이 단 1%도 없더라도 반드시 살아남는다’는 정신력을 배운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기술보다 우선하는 것은 강인한 정신력이다.
UDT에는 ’퇴교병’이라는 말이 있다. 힘든 훈련을 이기지 못한 교육생 한 명이 “퇴교하겠다”며 공개적으로 분위기를 흐려 전 교육생이 영향을 받는 상황을 뜻하는 용어인데, ‘가짜사나이’에서도 한 차례 퇴교병이 돌 뻔했다. 퇴교병은 부대 내에서만 발생하는 병은 아니다. 하루하루가 힘든 직장인들에게는 퇴사병으로 발현하기도 한다. “멘탈이 무너져 본 사람이 오히려 더 쉽게 어려움을 극복한다. 기술력만 뛰어난 훈련생들이 더 쉽게 꺾인다. 강할수록 더 쉽게 꺾이고 무너질 수 있다”는 그는 정확한 목표와 가치를 기억하는 것이 퇴교병 퇴치의 노하우라고 조언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는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국내 군인들의 위상과 처우가 낮은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 특수부대의 능력은 세계 어느 부대보다도 높다고 평가되는데 국내에서는 이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 적다는 것이다. 오히려 군인으로서의 자부심은 외국에서 갖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전역 군인들 가운데 임무 수행 중 다쳐 어쩔 수 없이 제대를 하신 분들도 계시고 목숨을 잃은 분들도 있다. 쓸쓸히 노후를 보내는 국가유공자도 적지 않다. 특수부대의 경우 소속감을 느끼기도 쉽지 않다. 그들에게 ‘후배들이 이렇게 하고 있다’고 보여드리고 싶다. 무사트의 존재가 작게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