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뚜레쥬르 매각을 공식화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CJ의 사업재편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외식사업부문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알짜 자산이자 핵심 브랜드인 뚜레쥬르를 매각하게 된 CJ푸드빌의 생존전략은 모호하게 됐다. 서울 중구 CJ그룹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CJ는 뚜레쥬르 매각설이 불거질 때마다 이를 부인했다. CJ는 지난 5월 15일 공시를 통해 “지분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바, 사실이 아님”이라고 뚜레쥬르 매각설를 일축했다(관련기사 ‘시간은 우리 편?’ CJ그룹의 이유 있는 매각설 부인). 그러나 최근 입장이 급변했다. 지난 14일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에서는 “씨제이푸드빌(주)의 경쟁력 강화와 사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며 “추후 3개월 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같은 날 공시 정정을 통해 “1개월 내에 재공시하겠다”며 재공시 예정일을 앞당기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뚜레쥬르는 CJ푸드빌 내 사업부문이지만, 그룹 지주사인 CJ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사업재편 과정에서 뚜레쥬르 매각이 결정됐고, CJ푸드빌은 캐시카우의 매각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인 셈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CJ푸드빌은 최근까지도 뚜레쥬르에 배달‧구독 서비스를 적용하는 등 뚜레쥬르를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며 “수익성이 높은 핵심 프랜차이즈를 매각하게 된 것은 CJ푸드빌의 선택이라기보다 그룹사 차원의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CJ가 그룹사 차원의 포트폴리오 개편에 나서면서 다년간 하락세를 겪고 있는 F&B사업 단위에 대한 축소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점포를 보유한 유통사업에 회의론이 확산된 만큼 뚜레쥬르의 몸값이 높을 때 매각해 다른 사업단위에 재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뚜레쥬르가 현재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지만 향후 10년을 바라보면 ‘도그(점유율과 성장률이 둘 다 낮은 사업)’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뚜레쥬르 매각이 현실화되면 CJ푸드빌은 프랜차이즈 부문에서 사실상 철수하게 된다. 현재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핵심 브랜드도 잃게 된다. 연간 28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던 알짜 자산 투썸플레이스 매각 당시와 비슷한 우려가 제기된다. 매각대금으로 당장 숨통을 틔울 수 있으나 매출 규모와 영업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투자나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는 지적이다. 뚜레쥬르와 함께 프랜차이즈부문의 한 축을 담당하던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는 2018년 일부 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지난 7월 전량 매각됐다.
CJ푸드빌에 따르면 2018년 국내 매출을 기준으로 외식사업부문과 프랜차이즈부문의 비중은 각각 32%, 68%였다. CJ푸드빌은 투썸플레이스 매각으로 2018년 434억 원이던 영업손실을 2019년 40억 원으로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2018년 1조 3716억 원이던 매출도 2019년 8903억 원으로 줄었다.
남아있는 CJ푸드빌 외식사업부의 상황도 여의치가 않다. 국내외 부진한 점포를 다수 폐점하며 규모가 쪼그라든 탓이다. 외식사업부가 운영하던 직영점은 2018년 1분기 279곳이었으나 2019년 4분기 124곳으로 절반 이상 폐점했다. 같은 시기 해외점포 또한 426곳에서 193곳으로 줄었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CJ푸드빌 대표 브랜드인 빕스(VIPS)는 2018년 말 61개 지점에서 20여 곳이 문을 닫으며 지난해 말 41개 지점이 남았다. 같은 시기 계절밥상은 41개 지점에서 15개 지점으로 줄었다.
2013년 CJ프레시웨이로부터 CJ엔시티를 인수하며 시작한 컨세션사업(식음료 위탁 운영)의 경우 2018년 단체급식 사업을 중심으로 컨세션사업 일부를 CJ프레시웨이에 다시 넘겼다. 또 지난해 5월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운영하던 컨세션사업을 철수했다. 복합외식공간 CJ푸드월드는 2017년 국내외 5개 지점을 운영했으나 현재 2개 지점만이 남았다.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해 앞세웠던 한식브랜드 비비고의 경우 2010년 론칭 때부터 CJ제일제당과 공동으로 보유해왔다. 그러나 지난 11일 CJ제일제당이 169억 원에 CJ푸드빌이 보유 중이던 상표권 지분을 완전히 인수하며 비비고 상표권이 CJ제일제당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CJ푸드빌에 남은 선택지는 레스토랑 간편식(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과 O2O(Online to Offline) 배달 브랜드, 특화매장 등이다. 실제로 2018년경부터 신사업을 시도해 온 CJ푸드빌은 최근 레스토랑 간편식 사업과 O2O 배달 브랜드 사업에 속도를 내며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모양새다. CJ푸드빌은 지난 12일에는 빕스 배달 전용 브랜드 ‘빕스 얌 딜리버리’를 공식 론칭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RMR은 브랜드 레스토랑에서 구현하는 음식을 그대로 가정에서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CJ제일제당 등의) HMR과 차별화된다”며 “최근 메뉴의 다양화와 채널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CJ그룹이 그간 악화일로를 걸어 온 CJ푸드빌의 적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CJ제일제당 등의 사업부문으로 다시 흡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맹점을 보유한 프랜차이즈사업을 매각하고 외식부문 직영 매장 규모를 축소한 것이 그 사전작업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CJ푸드빌 관계자는 “매각을 포함해 다양한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 아직 매각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CJ푸드빌의 사업 방향 변화나 타 계열사로의 편입 등 향후 시나리오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