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매출에 직격타를 맞으며 주식거래까지 중지된 롯데관광개발이 하반기에 제주드림타워 영업을 시작해 살아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롯데관광개발 제공
#2분기 매출 급감에 주식거래 정지
롯데관광개발은 올 2분기 매출 약 3억 2000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5% 감소한 수치다. 영업적자는 107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여행수입은 4187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7% 줄었다. 문제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49조에 따르면 기업의 분기 매출이 5억 원 이하이면 거래소가 해당 사실을 확인한 날로부터 15일 이내 연간 매출액, 분기 매출액 등을 고려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판단한다. 이 기간 주식 매매거래는 정지된다. 롯데관광개발의 매매거래는 18일부터 심사 대상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정지된다. 결정 시한은 9월 7일이다.
실적 악화 배경으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여행 수요가 급감한 것이 꼽힌다. 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롯데관광개발은 현재 직원을 줄이고 무급휴직 전환이라는 고육지책을 꺼내들었다. 최근 3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신청 기간 종료 후 자진 퇴사 시 실업 급여는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현재 유급휴직 중인 전 임직원을 무급휴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롯데관광개발 측은 “올 1분기 11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순조로운 흐름을 보이다 천재지변과 다름없는 특수한 사정으로 일시적인 매출감소가 생겼을 뿐”이라며 “3분기 국내 여행이 활성화되고 있고 4분기에는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가 영업을 시작하는 만큼 이를 거래소에 적극 소명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매매가 재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드림타워의 완공일이 늦춰지면서 60여 명의 분양계약자들이 계약 해지 소송을 진행하는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사진=롯데관광개발 제공
롯데관광개발은 2016년 5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 개발사업만 믿고 있다. 제주드림타워는 지하 6층~지상 38층의 쌍둥이 타워 2개 동이 169m 높이로 건설됐다. 연면적이 30만 3737㎡로 제주도 최대 규모다. 총 사업비는 1조 6000억 원에 달한다. 타워의 8~37층에는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5성급 호텔(750실)과 분양한 호텔 레지던스(850실)가 차지한다. 레저, 쇼핑 등의 시설도 갖출 계획이다. 특히 2층 전체를 외국인 전용 카지노로 꾸미는 것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2018년 롯데관광개발은 파라다이스그룹이 제주 롯데호텔에서 운영 중이던 ‘파라다이스 제주롯데 카지노’를 149억 원에 인수해 상호를 ‘엘티카지노’로 변경했다. 지난 7월 28일 1175㎡인 카지노를 5367㎡로 확장해 제주드림타워로 이전하는 것을 추진하고자 제주도에 카지노산업 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지난 8월 14일 제주도 카지노산업 영향평가 심의위원회는 드림타워 사업자인 롯데관광개발의 카지노 이전 신청(카지노산업 영향평가서)에 대해 적합 의견을 냈다. 심의위원들은 지역 경기 침체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및 고용창출, 관광진흥기금 등을 통한 세원 확보 등 지역경제 파급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제주도로 본사를 이전하는 작업에도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지난 7월 31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 광화문에 있는 본사 소재지를 제주도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9월 주주총회에서 본사 이전을 확정하고 등기이전 등록 절차를 거쳐 본사 이전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사업비 자금조달도 순차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4월 13일 롯데관광개발은 신한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토지·건물을 담보로 대출확약서를 통해 6500억 원을 조달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에는 해외 전환사채 710억 원을 발행했다. 2018년 10월에는 2158억 원의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앞서 2017년 8월에는 전환사채 400억 원 발행했다.
#완공일 미뤄지며 계약 해지 소송
2017년 3월 롯데관광개발은 호텔 레지던스 850실에 대한 분양을 진행했다. 지분 41%를 갖고 있는 공동 개발사인 중국 녹지그룹의 그린랜드센터제주의 주도로 1년여 만에 90% 분양에 성공했다. 분양가격은 평균 7억 원이다. 20년간 매년 분양가의 5% 확정수익에 더해 연간 24일간 객실을 무료로 이용하는 것과 무료숙박 없이 6%를 매년 확정수익으로 지급하는 조건이다.
하지만 완공 예정일이 늦춰지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분양 당시 완공 예정일은 2019년 9월이었지만 한 차례 연기된 것도 모자라 현재까지도 완공 시점을 정확하게 잡지 못하고 있다. 결국 60여 명의 분양계약자가 계약금은 물론 위약금까지 달라며 계약 해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책임 소재를 두고 롯데관광개발은 녹지그룹 측을, 소송을 제기한 계약자들은 롯데관광개발 측을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약서에는 약정한 준공기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카지노 이전에도 변수가 남았다. 외국인 카지노 확장 이전을 위해 남은 절차는 제주도의회의 의견을 묻는 것이다. 이후 원희룡 제주지사가 최종 결정한다. 문제는 제주도 카지노산업 영향평가 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두고 도내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17일 제주상공회의소와 제주도관광협회,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 제주경영자총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주지회는 엘티카지노 영업소 소재지·면적 변경에 따른 영향평가서 심의에서 내린 ‘적합’ 판정 결정을 존중하며 환영한다고 공동 입장문을 냈다. 반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13개 학교 1만 3000명이 다니는 학교와 거주지역 한가운데 들어서는 초대형 카지노에 대해 적합 판정이 나왔다”며 “도민의 학습권과 주거권에 대한 부정적 영향보다 경제적 효과에 더 많은 배점을 주는 천민자본주의의 진면목을 보여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