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광주광역시에서 유흥업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오면서 서울 강남의 유흥업계도 긴장 수위가 올라갔다. 손님들의 거부감이 강하고 단속도 미비해 제대로 가동하지 않던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까지 다시 꺼내들었다. 그렇지만 광주 발 유흥업소 공포감에 손님은 급감했고 ‘완전한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영업이 아예 중단됐다.
19일부터 ‘완전한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룸살롱 등 유흥시설의 영업이 중단됐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일요신문DB
지난 6월, 집합금지명령이 집합제한명령으로 완화되면서 서울 강남의 유흥업계에는 순풍이 불었다. 기본적으로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 대한 수요가 여전했다. 게다가 텐프로나 하이쩜오, 텐카페 등 비교적 술값이 비싼 고급 룸살롱은 오히려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장사가 잘 됐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고급 룸살롱의 경우 수요는 많지만 인력난을 겪었다. 출근하는 접대여성의 수가 줄었는데, 이유는 이들 역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감염되면 동선공개 등을 통해 룸살롱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수도 있다는 게 결정적인 부담이었다. 여대생 등 20대 초중반 여성들이 주류를 이루는 텐프로와 쩜오, 텐카페 등 고급 유흥업소들이 특히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그런데 유흥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집합금지 명령에 따른 진짜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손님과 접대여성의 직거래다. 다음은 강남의 한 텐프로 룸살롱 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요즘에는 다들 가게(룸살롱)에 오는 것을 꺼려해요. 꼭 여기서 감염되지 않더라도 감염되면 가게를 오간 동선이 공개되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술자리에서 마음에 드는 접대여성과 연락처를 주고받은 뒤 아예 밖에서 따로 만나는 일이 늘고 있어요. 굳이 룸살롱에서 비싼 술값을 내지 않아도 되고 동선 공개 위험도 크게 떨어지죠. 주로 2차를 위한 만남이에요. 보통 300여 만 원에 그런 만남이 이뤄진다고 알려졌는데 접대여성들도 굳이 가게에 나와 힘들게 룸을 도느니 그런 방식을 더 편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 불법 성매매가 많아지는 추세다. 손님이 룸살롱에 가는 대신 미리 연락처를 주고받은 접대여성을 밖으로 불러 만나는 직거래가 유행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일요신문DB
사실 텐프로는 ‘2차’가 없는 유흥업소로 유명하다. 쩜오, 텐카페 등 고급 유흥업소들은 대부분 2차가 없다. 그렇지만 마담 몰래 내지는 묵인 하에 접대여성이 손님과 연락처를 교환한 뒤 밖에서 따로 만나는 일은 꾸준히 있어 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텐프로 등 고급 룸살롱에서 일하는 접대여성들은 2차 자체를 꺼리는 편이지만 스폰서가 되어 줄 VIP 손님과의 사적인 만남을 원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강남의 한 하이쩜오 업소 관계자는 “텐프로는 접대여성들이 여러 개의 룸을 돌아다니는 시스템이라 VIP 고객의 요청이 있으면 그들이 마음에 들어하는 A급 접대여성은 소위 ‘묶어 주기’를 해준다. 다른 룸으로 가지 않고 마담이 묶어 준 고객만 접대하는 것으로 평균 200만 원 정도를 줘야 하는 서비스다. 그렇게 묶어 준 손님과 접대여성이 자연스레 연락처를 주고받아 밖에서 따로 만나곤 했는데 사실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19 상황에서 룸살롱이 자주 영업이 중지되고 또 룸살롱 방문을 꺼리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렇게 손님과 접대여성이 밖에서 만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텐프로 업계 전반이 위기이고 이미 많이 문 닫아 강남에 몇 개 안 남았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로 인해 업계가 더욱 힘겨워하고 있다.”
문제는 음성화다. 어차피 밖에서 만나는 목적이 성관계인 터라 당연히 불법 성매매다.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도 문제다. 비밀리에 부적절한 만남을 갖는 과정에서 감염될 경우 동선 추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불 꺼진 강남 유흥가의 이면에서는 이런 위험한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