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제보자들
2020년 3월 제보자 김형관 씨(가명)의 아내는 지방흡입 수술을 받은 후 뇌사 상태에 빠졌다. 당시 수술 도중 환자가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흉부 압박 등을 통해 호흡을 정상화했고 수술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던 집도의.
그러나 형관 씨가 뒤늦게 받아본 수술실 CCTV 영상 속에는 그의 설명과는 전혀 다른 충격적인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의료진은 형관 씨의 아내가 수술실에 누워있던 약 7시간 동안 무려 여섯 차례 가까이 흉부 압박을 진행했고 수술을 중단하고 환자를 회복실로 옮기기는커녕 국소마취제를 추가 투여하면서까지 시술을 진행했던 것.
병원과 법정 싸움을 시작한 형관 씨는 아내의 의무기록지에는 이러한 내용이 하나도 담겨 있지 않았기 때문에 수술실 CCTV가 없었다면 그날의 진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김강률 씨 부부는 같은 달, 6살 아들 김동희 군을 잃었다. 지난해 10월 대학병원에서 편도 제거 수술을 받고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아들. 당시 편도 제거 수술에서는 극히 이례적으로 ‘출혈’이 있었지만 문제없이 지혈했다고 설명했던 의료진.
그러나 수술 후 동희의 상태는 경구약은커녕 물도 삼키지 못할 만큼 좋지 않았고 결국 아이는 갑작스러운 출혈로 인한 기도 폐쇄로 뇌사상태에 빠진 후 5개월의 투병 끝에 사망했다.
유족은 동희의 편도 안쪽이 온통 화상투성이일 정도로 수술이 잘못되었는데도 병원 측이 동희의 의무기록지를 여러 차례 수정하면서까지 의료 과실을 숨기려 했으며 대리 수술까지도 의심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술실 CCTV 영상이 없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혈액암 말기 투병 중인 김강률 씨는 지난주부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외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수술실에서의 생일파티, 유령수술, 환자와 인증샷을 찍는 의료진, 마취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성추행·성희롱 사건이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면서 환자 인권 보호를 위해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거세다.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70% 이상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 입장을 보였고 비슷한 시기 대한의사협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의사의 약 70%가 이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 의료계 측은 “의료진은 물론 환자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일부 의사들은 손 떨려서 수술 못 하겠다고 호소하기도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환자 측은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의학지식과 법률지식이 전무한 일반인에게 수술실 CCTV는 가장 절실하고 절박한 자료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16년 안면윤곽수술 후 사망한 고(故) 권대희 군의 유족 이나금 씨는 CCTV 영상이 아니었다면 대리수술과 과다출혈에 대한 입증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환자가 그야말로 절대 ’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환자의 인권을 위해 CCTV를 반대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황당하기만 하다’고 반박했다.
환자와 피해자 중심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강제는 안 된다고 맞서는 의료계. 수술실 CCTV는 과연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수단일까, 아니면 의료진의 진료를 위축시키는 요인일까. 수술실 CCTV 설치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조명한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1400만 개의 눈, 범죄 예방인가? 사생활 침해인가?’ 편도 소개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