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종로구에 출마한 황교안 후보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회동하고 있다. 사진=황교안 캠프 제공
황 전 대표를 소환하는 세력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보수진영은 ‘총선 패배 책임론’을 황 전 대표에게 덧씌우려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진보진영은 황 전 대표를 앞세워 코로나19 2차 대유행을 촉발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와 통합당의 연결고리에 주목한다.
정치권 안팎에선 황 전 대표가 연일 부정적인 이슈로 정치권 한복판에 불려 나오자, 당 복귀 시점이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지지도 상승 이후 통합당 내부에서도 내년 4월 7일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임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군불이 꺼지지 않는 ‘김종인-황교안 연대설’이다. 총선 패배의 멍에를 쓴 황 전 대표의 정치적 공간은 한층 좁아진 상태다. 그렇다고 ‘미니 대선판’이 열리는 내년 초까지 로키 행보를 이어갈 수도 없다. 황 전 대표가 고육지책으로 김종인 비대위를 지렛대 삼아 정계 복귀를 타진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이유다. 통합당 한 중진 의원은 “김종인-황교안 연대설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 비서실장은 친황(친황교안)계인 송언석 의원이다. 김 위원장이 송 의원을 비서실장에 임명할 당시부터 ‘김종인-황교안’ 연대설은 보수진영 정계개편의 시나리오 중 하나로 거론됐다. 황 전 대표도 지난 5월께 당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고한다”며 격려 전화를 돌렸다. 황 전 대표 전화를 받은 이들은 “식사정치를 통해 정계에 복귀하겠다는 신호로 들렸다”고 전했다.
문제는 황 전 대표의 등판 실익이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 이후 통합당의 지지도 상승은 문재인 정부에서 이탈한 30대와 중도층의 포섭한 결과다. 김 위원장이 태극기부대와 거리 두기를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 한 당직자는 “극우 세력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입장은 단호하다”고 말했다.
통합당 내부에서도 ‘시기상조론’이 대세다. 당에 따르면 김종인 비대위 산하 총선백서제작 특별위원회의 ‘총선 백서’ 초안에는 선거 패배 원인으로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을 비롯해 △막말 논란 △공천 실패 △중앙당의 전략 부재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 부족 등이 담겼다.
백서 중 막말 논란과 공천 책임 등에서는 황 전 대표의 ‘텔레그램 n번방’, ‘비례 선거용지’ 발언이나 리더십 부재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김종인-주호영’ 투톱 체제는 과거 ‘김병준-김성태’, ‘황교안-나경원’ 호와는 달리 불협화음도, 막말 논쟁도, 대여 전략을 둘러싼 갈등도 없다. ‘김종인-주호영’ 투톱 체제가 예상 밖으로 순항함에 따라 황 전 대표의 정치적 잠행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