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계열사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의 본격 투자 행보가 그룹 3세 승계 작업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중구 CJ본사. 사진=연합뉴스
타임와이즈는 CJ가 2000년 설립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다. 출범 당시 ‘낭만자객’, ‘아파트’ 등 영화에 투자하다가 최근 벤처투자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7월 말 글로벌콘텐츠투자펀드를 조성했고, 3월엔 지난해 결성한 콘텐츠커머스융합펀드를 글로벌혁신성장펀드로 이름 바꾸고 약정총액을 기존 397억 원에서 692억 원으로 늘렸다. 현재 이 2개를 포함 총 15개 펀드를 운용하며 7000억 원가량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펀드에는 CJ ENM과 대한통운, 올리브네트웍스, CGV, 제일제당 등 CJ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출자했다.
타임와이즈의 이 같은 적극적인 투자 행보는 경영권 승계와 맞닿아 있어 더 주목된다. 타임와이즈 모회사 씨앤아이레저는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부장(지분율 51%),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24%), 이 상무 남편 정종환 CJ 부사장(15%)이 주요 주주로 있는 가족회사다. 따라서 타임와이즈의 수익성 증대는 씨앤아이레저의 몸값을 올리고 오너 일가의 지분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또 배당을 통해 3세들이 지주사 지분 확대용 자금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신사업 경험과 실적 쌓기에도 좋다. 타임와이즈가 결성한 펀드들의 투자 테마는 콘텐츠, 푸드테크, 커머스, 뉴미디어 등으로 계열사 사업과 관계가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룹 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 투자 경험을 쌓는 동시에 성과 좋은 벤처기업과 제휴해 그룹 고객사로 만들거나 인수합병(M&A)하는 등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의 니콜라 투자의 사례에서 한 곳이라도 대박이 터지면 큰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웬만한 재벌 2세들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니콜라 사례는 규제가 심한 일감몰아주기 대신 벤처투자를 통해 재벌 2세에게 큰돈을 벌 기회를 몰아주는 형태로 승계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CVC가 다루는 영역은 언택트와 신재생 등 미래사업에 집중돼 관련 경험과 인맥을 얻을 수 있다”며 “신사업은 리스크가 많기 마련인데, 계열사들은 유관사업에서 유망한 분야를 잘 알기에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도 함께 투자하는 형태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의 본격 투자 행보에 재계 관심이 쏠린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지난 2월 6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일요신문DB
다만 편법 승계 논란은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CVC를 통한 승계 방식은 법적 문제가 없지만 한화가 니콜라 주가 상승 이후 좋은 투자 기회를 왜 자식들에게 몰아주느냐는 지적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타임와이즈도 투자한 어느 한 곳이 대박나면 유망기업 투자 기회를 가족회사에 몰아줬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며 “더욱이 CJ는 이미 시스템즈와 올리브영을 합치고 시스템즈 돈으로 올리브영에 투자해 알짜기업으로 만든 다음 다시 떼어내 CJ에 돌려줬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CVC의 지주사 편입 허용 문제를 검토 중이어서 관련법이 마련되면, 추후 논란에서 자유로워지고자 지주사 내로 편입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관련기사 롯데 ‘의문의 1패’…빗장 풀린 CVC에 복잡해진 재벌가 셈법). 앞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체제에 들어가면 상장사다 보니 사익편취 가능성도 줄고 타임와이즈 수익을 계열사들과 함께할 수 있기에 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CJ(주) 관계자는 “타임와이즈는 펀드를 통해 투자하고 대부분 수익이 출자자들에게 귀속되기에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승계가 아닌 유망 중소벤처기업을 발굴하고 관련 생태계를 활성화하며 그룹 신사업을 찾아내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