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확진자 수의 증가 추세도 신천지 발 집단감염 당시보다 사랑제일교회 발 집단감염이 빠르다. 2월 18일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최초의 감염자가 확진된 이후 8일 동안 신천지 관련 확진자는 14명, 49명, 93명, 169명, 309명, 456명, 501명으로 늘어났다. 반면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8월 13일 13명의 집단감염이 발견된 이후 8월 21일까지 8일 동안 134명, 249명, 319명, 457명, 623명, 676명, 739명으로 증가했다. 8일차까지 238명이나 더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700명을 넘기까지 10일이 걸린 데 반해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8일 만에 700명을 넘겼다.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신천지교회 교인들보다 더 방역 당국에 비협조적이라는 점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교인 가운데 일부는 방역 당국의 연락을 회피하고 병원에 입원했다가도 도망가기도 했다. 심지어 보건소 직원들을 껴안고 침을 뱉는 등 비협조를 넘어서 2차, 3차 피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랑제일교회는 교인 명단을 달라는 방역 당국의 요구에 허위 명단을 제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방역 당국은 8월 20일 사랑제일교회 교인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 교회 진입을 시도했지만 교인들의 저지로 명단을 확보할 수 없었다.
서울시가 8월 16일 직접 확인한 사랑제일교회 교인 또는 방문자 수는 4066명이다. 사랑제일교회가 최초 제출했던 명단에 없었던 484명이 새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8월 20일 낮 12시 기준 389명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또 4066명 가운데 1426명이 비수도권 소재의 교인으로 파악됐다.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의 확진률은 17.34%에 달하고 있다. 국내 확진률 0.94%(검사 수 171만 5064명, 확진자 수 1만 6058명)와 비교하면 상당하다. 8월 19일 0시 기준 사랑제일교회 교인 3275명이 검사를 받았고, 568명이 확진 판정받았다. 이 가운데 비수도권 확진자가 35명(충남 12명, 강원 5명, 경북 5명, 전북 4명, 부산 3명, 대구 2명, 대전 2명, 충북 1명, 전남 1명)이다. 8월 21일 0시 기준으론 739명이 확진됐다.
사랑제일교회 확진률을 생각한다면 연락이 닿지 않는 389명 가운데 70명 정도가 확진자일 가능성이 있다. 70명이 방역 당국에 협조하지 않고 전국을 활개치고 다닌다면 확진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확진자’가 크게 늘 수도 있다.
8월 15일 다수의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은 서울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방역 전문가인 박찬병 서울시립병원장은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비협조적인 게 가장 큰 문제다. 무증상 환자나 누적된 깜깜이 환자가 현재 밝혀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확진됐을 것으로 보이는 60~70명의 교인들을 그대로 둔다면 더욱 확산이 심해질 수도 있다”며 “그 뒤엔 정말 손쓰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랑제일교회 교인으로부터 전파된 사례도 쉴 틈 없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란교회 전파가 있다. 사랑제일교회 교인은 8월 12일 저녁, 8월 13일 새벽, 8월 14일 새벽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교인 14만 명으로 세계 최대 감리교회인 금란교회 예배에 참석했고, 금란교회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다수의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8월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했다는 사실 또한 대유행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수가 다수를 만나 코로나19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 추적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미 사랑제일교회와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은 광복절 광화문 집회 집단감염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확진자는 수도권에서 5명(서울 2명, 경기 2명, 인천 1명)이 나왔고 부산과 경북에서 각 2명, 충남에서도 1명이 발생했다.
대구를 중심으로 신천지교회 발 코로나19가 확산한 것과 비교해 사랑제일교회 발 코로나19의 주 무대가 서울이라는 점도 걱정거리다. 2019년 말 기준 인구밀도는 대구는 2753명/km²인데 비해 서울은 1만 5964명/km²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용이한 상황이다. 자칫하면 걷잡을 수 없는 이유다.
사망자도 급격히 늘 수 있다. 사랑제일교회의 교인 가운데 40% 가까운 교인이 고위험 군으로 분류되는 만 60세 이상 고연령층이다. 신천지 때는 만 60세 이상 고연령층 비율이 13.5%에 불과했다. 3배 정도 차이 난다. 치명률은 30~59세는 1% 미만이지만 60대는 1.91%, 70대는 8.67%, 80세 이상은 24.24%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큰 폭으로 상승했다.
대유행 우려가 나오자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시민들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현재 사랑제일교회 발 코로나19의 바이러스 유형이 신천지 때와 비교해 전파력이 6배 높다고 알려진 GH형 바이러스로 추정된다는 점도 방역 당국을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S, V, L, G, GH, GR, 기타 등 총 7개 유형으로 분류한다. 신천지 때 유행했던 코로나19는 V형이다. GH형은 5월 유행했던 이태원 발 코로나19 때부터 검출되기 시작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이지만 사실상 3단계에 가까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도 ‘퇴근 후 곧바로 귀가’, ‘10명 이상 모이지 말 것’ 등 3단계 거리두기 혹은 그 이상의 방역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블링 현상이 발생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더블링 현상이란 일일 확진자 수가 100명 이상이고 확진자 수가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최 교수는 “새로운 감염 집단이 등장해 집단 감염이 증폭하면 더블링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수치로만 보면 더블링 현상이 발생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확진 환자들의 감염경로를 명확히 밝혀 집단 감염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디 지금이 더블링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시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는 8월 20일 ‘대국민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집회 참여 단체, 참여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무한대로 검사를 강요하며 확진자 수를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방역당국 지침상 접촉자가 아닌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명단·검사·격리 강요는 직권남용, 불법 감금”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사랑제일교회는 8월 2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 목사는 현재 정부의 방역 지침을 잘 이행하고 있다.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교회를 폐쇄했다. 그리고 전 교인에게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지 말고 바이러스 검사를 받을 것을 강조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300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만들어 낸 주범은 정부”라고 주장했다.
8월 1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열린 서울시의 전광훈 목사에 대한 감염병예방법 위반 고발 관련 반박기자회견에서 강연재 사랑제일교회 자문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종한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장은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의 행태를 비판했다. 김 소장은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 코로나19는 정치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닌데, 전광훈 목사는 ‘자신들을 음해한다’는 표현을 쓰면서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신도명부는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목사라면 신도를 각종 위험에서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일반 교회들은 교회가 무너져 가면서도 국가에 협조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기독교 전체 이미지가 훼손돼 속상하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아직 수도권 유행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2단계에서 3단계 격상을 두고 보자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20일 10인 이상의 집회를 금지하는 등 3단계에 준하는 선제적 조치를 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