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서신동 감나무골재개발사업조합(왼쪽), 서면결의서 견본
[전주=일요신문] <속보>공정성을 상실한 입찰로 비리의혹을 사고 있는 전주 서신동 감나무골재개발사업조합이 이번에는 정기총회를 앞두고 부정투표 정황이 드러나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본보 19일자 전국 호남)
23일 정기총회를 앞두고 홍보요원을 투입해 불참예정자를 대상으로 서면결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상정 안건에 대한 무조건 찬성과 특정업체 선택을 유도하고 특정 이사 제척을 유인하는 내용의 녹취록 2건이 나와 조합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서면결의서는 정기총회에 참석할 수 없는 조합원들이 총회 상정안건에 대해 서면으로 의사를 표시해 참석을 대신하고 총회 의결사항에 이의 없음을 의결하는 것으로 조합 방문, 우편 또는 조합원 가정을 방문하는 홍보요원에게 제출하면 된다.
홍보요원은 조합이 선정한 업무보조용역업체 직원들로 총회 상정안건에 대한 서면결의서 징구와 회의진행 지원 등의 업무를 맡는다. 감나무골조합은 이번 정기총회를 앞두고 수의계약을 통해 ‘동흥’을 업무보조용역업체로 선정했으며 20명의 홍보요원을 투입했다.
그런데 이들 홍보요원들이 조합원들을 방문해 서면결의서를 접수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특정한 방향으로 선택을 유도해 사실상 부정투표를 한 것으로 파악되는 녹취록이 나와 조합원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번 총회에 상정된 안건은 모두 9건으로 이 중에는 공정성 시비가 일었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와 감정평가사 선정의 건, 조합장 연임의 건, 이사 연임의 건 등 조합운영과 임원의 신임을 묻는 중요한 안건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일부 홍보요원들은 조합원들의 서면결의서 작성 과정에 개입해 무조건 찬성하도록 유인했으며 업체선정 안건에서는 특정 업체를 노골적으로 지목했다. 더욱이 이사 연임의 건에서는 특정 이사를 지목해 부정적인 평가를 전하며 연임에 반대하도록 유도했다.
서면결의서는 앞면 ▲사업시행기간 연장 ▲설계변경 ▲관리처분안 일부 변경 ▲2020년 예산안 ▲대의원회 위임 ▲조합장 연임 등 6건, 뒷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선정 ▲감정평가사 선정 ▲이사연임 등 3건 등 9건에 대한 찬반 의견을 표시하도록 돼 있다.
홍보요원들은 1면 6건의 안건에 대해서는 무조건 찬성을 유인했다. 조합장 연임의 건도 다른 건과 묶어 어물쩍 찬성하도록 대충 넘겼다.
(홍보요원1) “(1면 안건에 대해) 제가 설명을 드릴까요?”
(조합원) “아니요. 머…”
(홍보요원1) “네, 네, 그냥 찬성을 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의 건은 아예 노골적으로 특정 업체를 지목해 찬성하도록 강하게 유도했다.
(홍보요원1) “그리고 여기는 이 여기가(‘민락’을 지목하며) 조건이 제일 좋게 들어왔어요. ‘민락’이”
(조합원1) “‘민락’이?”
(홍보요원1) “‘민락’이 일단 조건이 제일 좋아요. …여기에 들어온 중에서 조건이라는 거는 우리한테 저렴한 가격으로 들어오는 데가 가장 좋잖아요. 어쨌든지 간에 비교해 보시면 가격이 제일 좋고 실적이나 이런 것들이 제일 좋아요”
또 다른 홍보요원은 또 다른 조합원이 다른 업체를 선정하자 도장을 찍어 수정하고 특정업체를 다시 선택하도록 했다.
(홍보요원2) “…입찰을 예컨대 6억 정도에서 결정을 해달라 했는데 네 개 전부 금액을 섰잖아요. 나는 이 금액으로 하겠다 했는데, 일단 금액도 좋고…여기는 아니야. ‘민락’만 해야 되는 거예요. 아니 아니 도장 없으시죠.…그러면 가위표하고 도장을 찍어주세요.…”
감정평가사 선임의 건은 당초 제기됐던 사전 내정설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입찰은 총회에서 최종 계약업체를 선정하도록 돼 있으나 홍보요원은 총회에 상정된 2개 업체 모두와 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1) “감정평가는?”
(홍보요원1) “감정평가는 두 개 다 원래 뽑아야 되는데 다 뽑기는 뽑는데, 이걸로 하나만 해주시면…”
(홍보요원2) “감정평가는 두 개 중에 하나만 저기 사인하시면 돼요.…아 근데 어차피 두 개 업체 다 하는 것이거든요”
이사 연임의 건에서는 김재호 이사의 연임 반대를 강하게 유도하며 대의원회와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조합에서 지시한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홍보요원1) “잘 아실지 모르시겠지만 이것은 설명을 드리라고 하더라고요. 이 김재호 이사님께서는 원래 이사님들은 자기 재산을 담보로 해서 계약서 작성을 해줘야지만 빨리빨리 이게 진행이 되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하셨대요. 그 계약서 작성이랄지 이런 것들 서류 같은 거 이런 것들을 안해 주셨데요. 그래서 이번 대의원회의하고 이사회에서 이런 부분을 조합원들한테 설명드리고 그리고 결정은 조합원들한테 맡기자 이렇게 결정이 나셨어요. 그 이분은 이분에 대한 거는 뭐 알아서 해주시고 나머지는 다 찬성으로 해주셔야 연임이 되죠.”
고창학 조합장은 “홍보요원들은 서면결의서 징구는 물론 조합업무에 대한 조합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홍보 업무도 수행한다”며 “(조합원들의 의사에 개입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조합원들이 질문에만 답변하고 조합원에게 선택을 강요하지 말도록 했다”고 밝혔다.
특정 이사 배척에 대해선 “해당 이사와 이사회에서 다툼이 있었고 이사로서 보증을 서지 않아 대의원회에서 제명이 거론되는 등 워낙 원성이 높았다”며 “이에 대해 많은 조합원들이 물어 볼 수 있어 질문하는 조합원에게만 답변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