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4)의 최측근이자 지난 10년 동안 변호사 겸 해결사 역할을 해왔던 마이클 코언(53)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을 통해 트럼프의 민낯을 공개한 지 불과 한 달 만이다. 오는 9월 8일 출간될 예정인 ‘불충한, 회고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실화’에서 그는 지금까지 지척에서 보아온 트럼프 대통령의 추악한 면을 낱낱이 폭로할 예정이다.
출간 전 트위터를 통해 서문을 공개한 코언은 회고록의 충격적인 내용을 예고하듯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러시아 공모 스캔들, 불륜, 인종차별 등 그동안 민감하게 여겨졌던 트럼프 대통령의 치부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후폭풍은 상당할 전망이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백악관은 한사코 회고록의 내용을 부인하면서 모두 ‘허구’라고 일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 겸 해결사 역할을 해왔던 마이클 코언이 회고록을 통해 지척에서 보아온 트럼프의 추악한 면을 낱낱이 폭로할 예정이다. 2018년 8월 뉴욕 연방법원을 나서는 코언의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오랜 시간 진실을 공유하기 위해 이 순간을 기다렸다.”
출간에 앞서 트위터를 통해 이와 같이 소감을 밝힌 코언은 “아마 미국 대통령은 당신이 이 책을 읽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그만큼 트럼프의 대척점에 서서 충격적인 비밀을 폭로하고 있다는 선언과 다름없었다. 또한 코언은 책의 서문에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면 감옥에 갈 것을 확신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결코 평화롭게 퇴임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트럼프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등 법적 문제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0년 동안 충실한 집사 역할을 한 코언이 트럼프에게 등을 돌린 것은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에 협조하면서부터였다. 이를테면 배신을 한 셈이다. 지난 2018년, 코언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불륜을 저질렀다고 밝힌 여성 두 명에게 입막음 대가로 돈을 지급한 것과 관련된 금융법 위반을 비롯해 트럼프 취임준비위원회의 선거자금 의혹, 탈세, 허위 진술 등의 혐의를 인정했다. 이에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오티스빌 연방교도소에 수감된 그는 지난 5월 코로나19 여파로 석방돼 현재 가택연금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코언은 자신을 회개하는 ‘나쁜 남자’로 묘사하면서 어쩌면 독자들이 자신을 싫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점령한 세상을 이해하려면 나처럼 지저분하면서도 고결한 인물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문에서 그는 “나는 감옥에서 루돌프 줄리아니, 윌리엄 P. 바, 제러드 쿠슈너, 마이크 폼페이오 같은 남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워너비 해결사이자 기꺼이 진실을 왜곡하는 아첨꾼 역할을 하는 것을 지켜봤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그들 가운데 그 누구도 내 공백을 채울 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코언은 자신이야말로 트럼프 대통령의 충신이었다고 장담했다. ‘진실된 친구가 없는’ 트럼프와 긴밀한 사이였던 인물은 다름 아닌 자신뿐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코언은 트럼프가 자신을 완전히 신뢰해서 심지어 휴대전화 연락처도 동기화시켰을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코언은 “우리 휴대전화 속의 주소록은 동일했다. 연락처는 서로 뒤엉켜 있었고, 겹쳐 있었다. 내가 맡은 업무 가운데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유하고 유명한 지인들에게서 끊임없이 받는 크고 작은 질문과 요청을 처리하는 것이었다”고 폭로했다.
9월 8일 출간 예정인 ‘불충한, 회고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실화’.
코언은 “나는 트럼프의 진짜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스트립 클럽에서, 수상한 비즈니스 미팅에서, 그리고 그가 진짜 누구인지를 드러냈던 순간 모두를 목격했다. 다시 말해 그는 사기꾼이자, 거짓말쟁이며, 엉터리인데다, 불량배이고, 인종차별주의자며, 약탈자이자 속임수를 일삼는 사람이었다”라며 거침없는 비난을 퍼부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대목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된 내용이다. 대선 당시 러시아와 긴밀한 접촉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지금까지 트럼프는 일관되게 부인해왔지만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러시아와 공모했다. 다만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정교한 방식은 아니었다”고 주장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묵인 하에 선거 당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왜냐하면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것이 평생 일궈온 그의 사업 모델이자 삶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코언의 주장에 따르면 트럼프는 비밀 채널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접촉하길 원했으며, 이 둘을 연결해주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녔던 사람이 바로 코언 자신이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과 그의 주변에 있는 부패한 억만장자 올리가르히그룹의 세계로 들어가길 원했다”면서 “내가 그 거래를 성사시켰다. 내가 트럼프 대통령과 자녀들에게 모든 소식을 추가로 계속 전달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0년 넘게 매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먼저 전화를 건 사람도, 매일 밤 잠들기 전에 가장 마지막으로 전화 통화를 한 사람도 나였다”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한 코언은 이에 대해 “나는 트럼프 타워 26층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무실을 하루에도 50차례씩 드나들면서 그의 요구 하나하나에 부응했다.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그와 접촉하려는 많은 사람들과 통화를 할 때면 마치 내가 트럼프가 돼서 통화하는 것 같았다”라고도 주장했다.
이 밖에도 코언은 회고록에서 트럼프가 저지른 온갖 부정행위에 대해서도 폭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도급업자들의 돈을 떼먹었고, 사업 파트너들을 뜯어 먹었다”고 말했는가 하면,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을 향해 가는 길에 위협이 되는 자들을 괴롭혔고, 위협하기도 했다”라고도 말했다.
마이클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러시아와 공모했다. 다만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정교한 방식은 아니었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6월 오사카 G20에서 만난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또한 서문에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불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자신이 영부인인 멜라니아에게 거짓말을 했다고도 털어놓았다.
또한 코언은 그간 소문으로만 떠돌던 트럼프의 변태적 행위에 대해서도 책에서 폭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라스베이거스 섹스 클럽에서 벌인 ‘골든 샤워(일종의 변태적 성행위)’부터 세금 탈루, 부패한 구소련 관리들을 상대하기 위한 거래까지 나는 단순한 목격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가담자였다”고 고백했다.
트럼프가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라고도 주장한 코언은 “닫힌 문 뒤에서 은밀하게 취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인 행동을 분명하고도 노골적으로 폭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령 트럼프는 평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넬슨 만델라 같은 흑인 지도자들을 향해 반유대적인 날선 발언을 했으며, 적의에 찬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 코언의 주장이다. 또한 코언은 “트럼프는 오바마나 만델라 모두를 진정한 지도자로 여기지 않았으며, 인종적으로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라고 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다소 수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브라이언 모겐스턴 백악관 대변인은 이 책을 가리켜 ‘팬픽션’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코언을 가리켜 “한편으로는 자신이 일상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흔쾌히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책 판매로 돈을 벌 수 있도록 사람들이 그를 믿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언론이 이 애처롭고 절박한 사람을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트럼프를 겨냥한 회고록은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오는 9월 1일에는 멜라니아의 친구이자 고문이었던 스테파니 윈스턴 울코프의 ‘멜라니아와 나: 영부인과의 우정 흥망성쇠’가 출간될 예정이며, 10월에는 2016년 선거캠프에서 트럼프의 고위 보좌관으로 일했던 릭 게이츠가 ‘위험한 게임’이라는 제목의 회고록 내놓을 예정이다.
반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책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집필한 ‘자유주의적 특권’은 그가 자택격리 기간 동안 저술한 책으로, 아버지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