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에 지원하는 사업은 특별고용유지지원금 외에도 크게 두 가지로 국내여행 조기예약할인 지원 사업과 대국민 숙박할인쿠폰 지원 사업이 있다. 국내여행 조기예약할인 지원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343개 여행사가 참여해 1468개 상품을 대상으로 선정·심사 과정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그 시행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심사 중이었던 관계로 여행사에 직접적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이미 8월 14일부터 사업이 진행되고 있던 대국민 숙박할인 지원사업은 여행사마다 이미 사업에 들어가는 각종 인건비와 개발비 등을 지불한 터라 참여사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 진행초기 단계부터 여러 무리가 있어 참여업체들의 불만이 많았던 상황(관련기사 ‘싼 방 팔면 손해’ 관광공사 대국민 숙박할인쿠폰의 함정)에서 참여사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다. 또한 가뜩이나 어려운 때 정부 사업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어려워진 여행업계와 내수시장을 살리고자 기획됐던 정부 사업이 오히려 여행업계에 피해를 주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8월 14일에 시작된 대국민 숙박할인쿠폰 100만 장 이벤트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로 인해 8월 20일 오전 7시에 종료됐다. 여행사마다 이미 사업에 들어가는 각종 인건비와 개발비 등을 지불한 터라 참여사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야놀자 제공
#시스템 연동에 쏟은 비용과 시간은?
8월 14일에 시작된 대국민 숙박할인쿠폰 100만 장 이벤트는 380억 원에 달하는 지원 사업이며 27개 온라인여행사(OTA)가 참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증가세로 인해 8월 20일 오전 7시에 종료됐다. 사실상 일주일도 안 돼 끝난 셈이다. 더구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던 광복절 주말 연휴에는 취소분도 많았다.
19일 오전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는 급히 참여사들을 소집해 20일 오전 7시부터 숙박할인쿠폰 사업을 잠정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19일 일요신문과 만난 참여사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 사업을 잠정 중단하라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당장 내일부터 숙박쿠폰 사업을 중단하라고 하는 것은 어이가 없다”며 “이벤트 종료에도 순서가 있다. 왜 갑자기 이벤트가 중단되는지 시간을 두고 공지를 한 뒤에 닫아야 할 것 아니냐. 플랫폼 서비스 개발에 반영한 것들을 되돌리려면 시스템 상으로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항의했다. 예약은 8월에 하더라도 실제 사용 시기를 9월 1일~10월 31일까지로 제한했던 만큼 이벤트 시기를 좀 더 연장할 수 있었지 않냐는 것이 참여사들의 주장이다.
참여사들은 이미 2~3주일에 걸친 개발과 연동을 통해 자사 예약 플랫폼의 판매상품과 요금을 할인쿠폰 이벤트 중심으로 조정해 놓았기 때문에 하루 만에 플랫폼을 일반 판매모드로 전환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또 “전부 사람 손 타는 일”이라며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벤트를 일시중단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 시스템적으로는 그렇지가 않다. 문체부 담당자들이 플랫폼 시스템 쪽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꼬집었다.
참여사들에 따르면 시스템 반영을 위해 며칠만이라도 시간을 달라고 하며 반발했지만 문체부는 “지침은 정해졌으니 일단 따르라”며 “이미 오후에 이벤트 중단 기사가 나가기로 되어있으니 협조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 이벤트를 세팅하기 위해 수천만 원의 개발비와 인건비가 들어갔다는 한 참여사 관계자는 “조폭인지 공무원인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요즘말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다”며 “이 이벤트를 위해 개발, 마케팅, 인력 지원을 했던 참여 업체에 대한 보상안은 일절 없고 정부 지침에 따르라고만 하니 이게 여행업계를 위한 사업이었는지 업계를 더 어렵게 하는 사업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참여사들은 이번 대국민 숙박할인쿠폰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인건비를 비롯해 개발비와 마케팅비 등 업체별로 적게는 2000만~3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가까운 비용을 이미 쓴 상황이다. 여기어때는 TV CF까지 하고 있었고 티몬, 11번가 등은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에 엄청난 개발 리소스를 투입했다는 전언이다.
한 소규모 참여 업체 관계자는 “인건비만 환산해도 몇 천만 원은 나온다. 만약 특정 숙박업소와 하드블록(선주문) 계약을 한 업체가 있다면 이벤트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며 “어차피 처음부터 돈 버는 이벤트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안 하자니 반사효과로 피해를 볼 것 같아 울며 겨자 먹기로 한 것인데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올해 매출이 너무 안 나와 지표 개선이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참여했는데 인건비는커녕 전기세도 안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스타트업 참여사 관계자는 “쿠폰할인 이벤트 때문에 자사 채널 예약이 50% 이상 줄었다. 안 그래도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몰라 힘든 상황인데 설상가상”이라며 어려움을 전했다.
한국관광공사 측에서는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다시 이벤트를 재개할 예정이며 보상안도 그때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지만 소규모 참여사 입장에서는 당장 사업 유지를 위해 인건비와 개발비 지원이라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27개 온라인여행사(OTA)가 참여한 대국민 숙박할인쿠폰 이벤트는 자부담금 1만 원으로 인해 이래저래 참여사들의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문제는 또 있다. 고객 취소분의 일부를 참여사들이 떠안게 됐다는 점이다. 애초 할인지원금 3만~4만 원 가운데 1만 원을 참여사가 부담하게 하면서 고객 취소분의 일부 금액까지 업체가 떠안게 됐다. 9~10월로 예약된 부분에 대해서도 고객이 날짜가 임박해 위약금을 물고 취소를 할 경우 참여사는 발생하는 위약금에서 자부담 비용만큼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10만 원의 숙박비를 결제한 후 숙박 전날 100% 위약금을 물고 취소하면 고객은 4만 원의 쿠폰부분을 빼고 나머지 6만 원에 대해서만 위약금을 물면 된다. 하지만 숙박업소는 숙박을 판매한 여행사로부터 10만 원을 그대로 징수하게 되고 쿠폰 4만 원 가운데 위약금 3만 원은 정부 부담이지만 1만 원은 여행사 자부담금으로 나가게 되는 셈이다. 참여사 측은 “그렇게 되면 버는 거 하나 없이 1만 원 손해를 보게 된다”며 “그나마 고객들이 위약금이 발생하지 않는 마감 기한 전에 취소하기를 바랄 뿐”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참여사 부담금이 1만 원이나 되다보니 시장에서는 이벤트 숙박가격을 처음부터 원래 가격보다 높게 책정한 뒤 다시 쿠폰 할인을 적용하는 식으로 시장 가격에 혼란만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악의적 시장가격 인상 방지책을 마련해 놓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참여사들이 자사의 손해예상분만큼 숙소의 가격을 인상해 놓았다.
한 참여사 관계자는 “자선사업 하는 것도 아닌데 당연히 마이너스 안 나게 숙소 가격을 모두 올려서 세팅해 두었다. 팔면 마이너스 날 수밖에 없는 숙소들은 아예 이벤트에 노출되지 않게 빼버렸다. 그래서 검색 결과는 나오지만 요금이 안 나오는 숙소들이 있다”고 털어왔다.
때문에 당초 금방 소진될 줄 알았던 100만 장의 쿠폰은 이벤트 일주일이 지나도록 30%도 채 소진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쿠폰을 받은 뒤 24시간 안에 날짜를 정해 예약하지 않으면 쿠폰이 자동 취소된다는 점도 불편하다. 참여사들은 “쏟은 노력에 비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예약이 부진했다”며 “이벤트를 다시 재개하면 쿠폰 사용을 고객 편의 위주로 재조정해야 할 것” 이라고 충고했다.
이처럼 여행사에도 고객에도 별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정부 예산만 쏟게 되는 대국민 숙박할인쿠폰 지원 사업, 다시 재개된다고 해도 참여사들과 고객들이 얼마나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