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박은 독특한 외모와 격투기 실력으로 인기를 끌었다. 케빈박 영상 중에서 100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콘텐츠도 보인다. 사진=케빈박 채널 캡처
그런데 최근 케빈박의 과거 성범죄 이력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최초 이 사실이 알려진 건 유튜브 구제역 채널이 성범죄자 알림e에 등록된 케빈박(본명 박재준)을 찾아내면서다. 구제역 채널은 “우연히 케빈박을 성범죄자 알림e에서 발견했다”면서 케빈박의 과거를 공개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케빈박 사건은 격투기 업계에서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어서 더욱 충격을 더하고 있다. 케빈박은 강간 등 성범죄 혐의로 실형 3년에 신상정보 공개 5년을 선고받은 과거가 있었다. 8월 18일 케빈박 측은 구체적인 답변은 피하면서도 과거 성범죄 전과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런데 추가로 과거 케빈박의 판결문이 공개되면서 충격을 더했다. 케빈박은 동거하던 여성에게 폭행, 재물손괴, 흉기 등 상해, 강간, 유사강간, 강제 추행을 했다는 혐의가 인정돼 처벌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케빈박은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검사하다 피해자의 모친과 연락한 사실을 알고 격분해 폭행했다. 또한 법원은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저장해 놓은 메모를 지웠다는 이유로 케빈박이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펜치로 부쉈다고 판단했다. 특히 격투기 팬들이 실망한 건 케빈박이 글러브를 끼고 피해자를 때렸다는 점이었다. 이 장면에서 팬들은 ’격투기를 더럽혔다’고 반응했다.
이외에 강간, 유사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는 10여 차례에 달했다. 법원은 피해자가 도망치면서 경찰서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점과 당시 태도, 피해자가 케빈박을 피해 도망쳤다는 날 탑승한 택시기사의 증언 등을 종합해 피해자의 증언이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당시 택시기사는 “피해자가 대로변에 나와 차를 잡을 정도로 다급했고, 차안에서 남자친구인 케빈박이 화장실을 간 사이 겨우 도망쳤다면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증언했다.
20일 케빈박은 자신이 한 범죄가 맞다며 인정하는 영상을 올렸다. 사진=케빈박 채널 캡처
케빈박을 잘 아는 지인 A 씨는 과거 성범죄에 대해 “동거녀와 지내다 벌어진 일”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10회 강간, 3회 유사강간 등 여러 차례의 범죄도 동거 관계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만 지인 A 씨도 “판결문을 보지 않아 몰랐는데 이렇게까지 심한 범죄를 저질렀을 줄 몰랐다. 공개된 판결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A 씨는 “과거 피해자와 케빈박이 합의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제 그 소식도 사실인지 모르겠다. 판결문에는 피해자가 케빈박에 대한 처벌의사를 유지하고 있다고 봤고 이게 양형에도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 B 씨는 “어차피 판결문이 공개된 마당에 의미없는 말이 될 것 같지만 케빈박이 판결문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나 억울한 면도 있었다고 알고 있다. 케빈박이 과거 재판을 받을 때 판사에게 강하게 대들다가 형량이 세진 측면도 있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빈박은 8월 20일 ‘저는 범법자가 맞습니다’란 영상을 올렸다. 이번에 알려진 사건이 자신이 했던 범행임을 인정하면서도 ‘억울한 면도 있지만 이 자리에서 밝히기는 어렵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댓글에서는 그의 태도를 두고 “협박하는 것 같다”,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가 맞냐” 등의 지탄이 이어졌다.
앞서의 케빈박의 범죄 인정 영상을 두고 B 씨는 “케빈박이 실수한 것 같다. 죗값을 치르고 나왔다지만 뉘우치는 기색을 보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반면 소셜미디어 등 뉴미디어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한 유튜버는 “케빈박 범행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어차피 복귀는 매우 힘들어졌다. 차라리 자신의 스타일대로 강하게 밀고 나가는 게 나았다고 본다”라고 했다. 다만 지인이든, SNS 전문가든 “어떻게 대처했건 범행 사실이 공개된 마당에 복귀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격투기 업계에 성범죄 전과자가 많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문홍 WFSO 대표도 국회에서 사단법인이 성범죄자 전과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로드FC 블로그 캡처
정 회장은 “아직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미성년자를 코치나 스승들이 건드리는 상황이 많이 나오고 있다. 나는 꼭 그걸 잡고 싶다. 그런데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성범죄 전과 조회가 안 된다. 조회가 안 되면 어떻게 잡아내나.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켜 협회도 성범죄자를 조회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정 회장의 이런 발언이 나온 배경은 격투기 업계에 성범죄자가 한둘이 아니다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격투기 업계에 성범죄 전과가 있는 선수가 많다는 이야기는 과거부터 계속됐다. 일종의 공공연한 비밀인 셈이다. 한 격투기 업계 관계자는 “유명 선수 몇몇은 성범죄 전과가 있어 군대도 가지 않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성범죄가 아니더라도 폭행, 상해 등 다른 전과까지 포함하면 무수히 많을 것”아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건이 성범죄자를 솎아낼 기폭제가 될지 아니면 지금까지 그래왔듯 유야무야 끝날지 아직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