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8·15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기 전 체온을 재고 있는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 사진=민경욱 전 의원 페이스북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민경욱 전 의원 가족은 8월 14일 오후 10시쯤 거주지인 인천 연수구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민 전 의원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며 112 신고를 했다. 민 전 의원 가족들은 민 전 의원 모르게 현관문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민 전 의원이 호출벨을 눌러도 열어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민경욱 전 의원이 가족들에 ‘빨리 출입문을 열어 달라’는 내용과 함께 둔기(장도리)를 찍은 사진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민경욱 전 의원 가족이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것은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민경욱 전 의원은 최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14일 오후 7시쯤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 실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관할 구역 지구대 경찰은 방역복을 착용한 상태였다.
민 전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전화를 통해 “집 출입문 비밀번호가 변경돼 있었다”며 “당시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겠다는 의미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을 둔기 사진으로 협박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면서 “당시 상황을 경찰관에게도 잘 설명했다”고 전했다.
민경욱 전 의원은 8월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며칠 전 제 아파트 문 잠금장치가 걸려있고, 집 안에 아무도 없어서 경비실에서 장도리를 빌려서 문이 열리나 한 번 시도했던 과정이 잘못 알려지면서 끔찍한 기사로 둔갑했다”며 “이제 별별 프레임을 다 씌운다. 가족들도 매우 불쾌해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가해자(민경욱 전 의원)와 피해자(민 전 의원 가족)를 분리했다. 다만 민 전 의원을 지구대로 데리고 가는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가족 간 문제가 발생해 출동할 경우, 경찰이 떠난 뒤 가해자가 재차 해를 가할 우려가 있어 경찰서로 이송하기도 하지만 그러진 않았다는 얘기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판단한다. 주거가 부정확하거나, 도주·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면 체포할 수 있다”며 “민경욱 전 의원의 경우 집 비밀번호가 바뀌어 민 전 의원이 가족에 물리적으로 해를 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또한 주거가 부정확하거나 도주 우려도 없기 때문에 지구대로 데리고 가지 않은 것 같다”고 해석했다.
사건은 현재 인천 연수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협박 혐의 수사는 주로 형사과에서 담당하지만 가족 간에 벌어진 일이라 여청과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수경찰서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아직 사건 수사가 본격적으로 들어가지 않아 어떤 혐의가 적용될지 모른다. 사건 구분 규정에 따라 여청과로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 전 의원은 앞서 언급한 SNS를 통해 최근 보도가 오해로 인해 불거져 가족들도 불쾌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고 당사자인 가족들은 14일 이후 경찰에 신고 취하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의 한 경찰 관계자는 “14일 관할 지구대에서 바로 연수경찰서로 사건이 전달됐다. 이후 수사 진행된 것은 없다. 소환 등 조사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민 전 의원 가족들이 신고를 취소하거나 그런 것도 없었다. 사건이 진행 중인 것은 맞다”고 귀띔했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가족 협박 보도에 대해 반박하며 남긴 SNS 글. 사진=민경욱 전 의원 페이스북
가족 협박 논란과는 별개로 민 전 의원이 코로나19 자가격리 수칙을 어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불거졌다. 민 전 의원은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감염 의심자였다. 하지만 경찰은 가족과 분리된 이후 민 전 의원 행적이나 주거에 대해 따로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민경욱 전 의원은 8월 14일 오후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음에도 다음 날 이를 지키지 않고 8·15 광복절 집회에 참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가격리와 관련된 사안은 보건당국이 확인할 일이었다”고 전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민경욱 전 의원에게 자가격리 통보를 하고 있지만 (이를) 받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일요신문은 민경욱 전 의원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