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여기어때에선 이미 익숙한 서비스
아고다는 “업무를 위한 원활한 인터넷 연결과 조용한 공간이 필요한 직장인, 친구나 연인과 편안한 시간을 보낼 전용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 운전기사 등 교대 근무 시간 사이에 휴식이 필요한 업무 종사자, 환승 여행객 등의 이용객에게 대실 서비스는 더 나은 유용성과 더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또 고객이 필요한 시간에 해당요금만 지불하고도 전형적인 호텔 숙박 시에만 경험할 수 있는 고급스러움을 누릴 수 있고 다양한 부대시설도 즐길 수 있다며 대실 판매를 홍보하고 나섰다.
대실 판매는 아고다 모바일 애플리캐이션(앱)에서 베타 서비스로 시범 운영 중인데 기존 아고다 앱 사용자라 하더라도 모든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고 그때그때 랜덤으로 화면에 띄워진다. 아고다 앱 메인 화면에 대실(NEW) 아이콘이 뜨면 사용할 수 있다. PC에서는 아직 적용되지 않는다. 아고다는 수주일 내에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아고다 메인화면에서 대실 아이콘을 누르고 원하는 지역을 설정하면 대실 서비스를 하는 호텔리스트가 나온다. 시설과 가격을 훑어본 뒤 호텔을 정하고 예약하기를 누르면 원하는 시간 단위로 대실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예약 가능한 시간대는 보통 낮부터 밤 11시 전까지고 이용 요금은 호텔에 따라 2~10시간 단위로 책정된다.
글로벌 호텔예약 플랫폼 아고다가 호텔 객실을 몇 시간만 사용할 수 있는 일명 ‘대실’ 판매를 중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아고다 제공
아고다의 대실 서비스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정리해고에 들어간 글로벌 OTA(Onlice Travel Agency)의 자구책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아고다로서는 한국이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인 데다 미래 잠재력도 높아 로컬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한국 맞춤 서비스다. 한국 도메인에서만 오픈하는 로컬라이제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숙박 예약 플랫폼 관계자는 “아고다만큼 한국 시장에 일찍이 공들인 업체가 없었다. 해외 OTA 중에선 아고다가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을 것”이라며 “흥미로운 전개”라고 말했다.
사실 대실 판매 중개는 국내 토종 숙박 예약 플랫폼인 ‘야놀자’나 ‘여기어때’ 등에서는 이미 제공해오던 서비스다. 지금은 공식적으로 종합 여가 플랫폼이라 불리길 원하는 야놀자나 여기어때도 초기에는 모텔 예약 앱으로 유명했다. 보통 사전 정보나 예약 없이 직접 찾아 들어가야 했던 모텔을 앱을 통해 미리 객실 사진과 가격을 보여주면서 사용자가 급속히 늘어났고 자연히 플랫폼의 가치도 올라갔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아고다가 야놀자에 투자했다. 그러면서 야놀자와 인벤토리(DB)를 바터(물물교환)로 주고받은 것으로 안다. 야놀자에 등록된 대실 상품이 아고다에도 그대로 노출되는 거라고 보면 된다”고 속사정을 설명했다. 기존의 모텔 인벤토리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로 최근 비즈니스급 호텔들도 대거 대실판매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의 플랫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숙박업계가 너무 어려워지니까 요즘은 특급호텔도 ‘타임부킹’이라는 이름으로 객실을 시간 단위로 쪼개서 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목구멍이 포도청 “일단 살고 나서 자존심 다시 세우겠다”
특급호텔 중에서는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와 밀레니엄 힐튼 등에서 ‘데이유즈(Day Use)’나 ‘하프 데이 스페셜’ 등의 이름을 걸고 타임부킹을 선보이고 있다. 꼭 투숙하지 않더라도 수영장과 피트니스, 사우나 등 호텔 부대시설을 무료로 즐기면서 객실을 활용해 낮 시간의 휴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으로 고객을 유인한다. 객실은 오전에 체크인해 최대 12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어린이를 포함해 최대 3인까지 입장할 수 있게 해 소규모 가족 고객의 구미도 맞췄다. 과거 국내 특급호텔 가운데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처음으로 타임부킹을 선보였고 워커힐호텔에서도 5시간 객실 이용이 가능한 패키지를 싸게 내놓기도 했었지만 당시에는 호텔업계의 비난을 사기도 했었다.
특급호텔 중에서는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와 밀레니엄 힐튼에서 ‘데이유즈(Day Use)’나 ‘하프 데이 스페셜’등의 이름을 걸고 타임부킹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인터컨티넨탈 코엑스 홈페이지 캡처
외국인 투숙객의 비중이 60~70%를 차지하던 서울시내 호텔들은 최근 2~3년 사이 중국의 사드 보복과 일본 보이콧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타격을 입은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쳐 너나 할 것 없이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결국 코로나19가 호텔들에게 마지막 자존심까지 내려놓게 하고 있는 셈이다. 호텔들은 ‘필요한 시간에만 객실과 부대 서비스를 이용하는 합리적인 서비스’로 대실 판매를 한껏 포장 중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호텔에서 대실을 본격적으로 하려면 먼저 하우스키핑 시스템부터 바꿔야 하는데 아마 한시적 이벤트성으로 할 수는 있겠지만 계속 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24시간 하우스키핑이 돌아가는 모텔과는 다르다”며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일단 살고 보자는 심정으로 하고는 있지만 ‘대실’이라는 표현은 금기시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단위 패키지 등으로 포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