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일 50세 이상의 시니어 ‘50+금융노조’가 중장년 노동 이슈에 집중해 청년 고용과 임금피크제 등의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사진=KB국민은행노동조합 제공
KB국민은행,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씨티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서울보증보험, 한국거래소 등 8곳의 직원 2000명을 조합원으로 둔 ‘50+금융노조’는 최근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다. 50+금융노조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에 정년 60세가 보장되었음에 불구하고 50대 금융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임금피크제 문제의 해결과 청년고용 확대를 위한 현실적인 희망퇴직제도의 실시 등 중·장년 근로자와 관련한 주요 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씨티은행, 서울보증보험, 한국거래소 등의 금융사 노조는 임금피크 무효와 임금 삭감분 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은행 시니어노조는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169명이 참여한 소송 규모는 6억 원대. 50여 명이 참여한 서울보증기금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국민은행, 기업은행, 씨티은행, 한국거래소,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은 오는 9월이나 하반기에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관심을 끄는 곳은 KB국민은행. 국민은행의 제3금융노조인 ‘KB국민은행노동조합’이 소송을 진행 중인데 결과에 따라서 향후 다른 시중은행에 영향이 예상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처럼 큰 곳에서 내려지는 결정을 참고해 시중은행의 임금협상도 이뤄지고 있는 형국”이라며 “임금피크제 관련해서도 KB국민은행 결정이 내려지는 것을 보고서 중소규모 시중은행에서 방향을 고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KB국민은행노동조합 관계자는 “소송 자체는 근로자 개인이 은행을 상대로 제기하는 것이고 노조는 소송에 필요한 사무지원을 제공하는 식으로 도울 계획”이라며 “오래전부터 임금피크제는 문제로 지적됐으며 이번 회장, 행장 임기만료와 우연히 겹쳤지만, 연임을 위해서는 직원들이 겪어온 불합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의 경우 시중은행 수준 명퇴금을 주기 어렵고 임금피크제 직원 수가 매년 급증하고 있어 직원들이 소송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이 희망퇴직자에게 지급하는 퇴직금은 임금피크제 이후 임금의 45%로 제한돼 있다. 퇴직금이 너무 낮아 정년을 채우고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실제 지난 2016년 모든 국책은행에서 명예퇴직을 중단하면서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책은행 임금피크제 직원 비중은 산업은행 8.6%, 기업은행 3.4%, 수출입은행 3.4% 등이었다. 내년에는 전체 국책은행 직원의 10%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 예로 기업은행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2016년 59명에서 지난해 12월 510명으로 9배 넘게 늘었다.
여의도에 위치한 KB국민은행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공교롭게도 소송에 휩싸인 금융사는 대표의 임기 만료를 앞둔 곳이 대부분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9월, 한국씨티은행장 10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11월, 김상택 서울보증보험 대표 12월까지 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이나 대표의 연임 때문에 임금피크제 이슈가 맞물린 것 같지는 않지만, 소송에 나서는 곳 입장에서는 기회로 삼을 수는 있을 것 같다”며 “특히 민간은행은 회장이나 경영진 의지에 따라서 국책은행이나 공공기관보다는 융통성을 지녀서 협상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대법원 판결도 소송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경북 문경시의 한 공기업 직원이 임금피크제 무효 임금청구소송을 대법원까지 간 끝에 승소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노사 합의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개별 직원이 이를 거부하면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