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이 스태프들의 임금을 가로챘다는 의혹이 폭로됐다. 사진=최준필 기자
24일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는 공익제보자를 대리해 정 감독과 아우라픽처스에 대해 업무상 횡령, 사기 및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이날 오후 2시께 서울서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사법부에 대한 비판을 담은 2011년 영화 ‘부러진 화살’에 이어 2012년 ‘남영동 1985’, 지난해 ‘블랙머니’ 등 사회부조리를 비판하는 작품으로 유명세를 떨쳐 온 정 감독은 일부 스태프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스태프 인건비 목적으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로부터 받은 지원금(보조금)을 착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익제보자에 따르면 정 감독은 지난 2011년 영화산업의 안정적 제작환경 조성 및 영화 스태프 처우개선을 위해 영진위가 ‘부러진 화살’의 제작사 아우라픽처스에 지급한 지원금을 한 스태프의 통장에 입금했다. 그러나 이후 이 돈을 영화 프로듀서의 계좌로 다시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 당시 피해 스태프는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듬해 ‘남영동 1985’ 제작 과정에서도 일부 스태프들에게 지급한 급여 등을 제작사 대표의 계좌로 되돌려 받는 등의 의혹도 제기됐다.
정 감독과 함께 고발된 제작사 아우라픽처스는 정 감독의 가족 회사로 알려져 있다. 그의 아들 정 아무개 씨가 대표이사를, 정 감독의 배우자가 감사를 맡고 있으며 정 감독은 사내이사이나 실질적인 회사 경영권 및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익제보자는 한현근 시나리오 작가로 공개됐다. 한 작가는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의 각본을 쓰고 ‘부러진 화살’을 공동제작하는 등 정 감독과 오랫동안 작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작가는 고발 이유에 대해 “겉으로는 사회 불의에 맞서는 영화를 만들면서 실제로는 불의한 행위를 일삼고 위력을 이용해 갑질하는 것을 제지시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감독을 선배 영화인으로서, 한 사람의 영화감독으로서 좋아했기에 그가 변화하길 기다렸지만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내가 쓴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영화의 진정성조차 의심받게 되는 불명예를 참을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