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망했던 보건복지위원회가 아닌 정무위원회에 배치됐지만, 정무위에서도 복지 현안을 챙기며 보편적이고 정의로운 복지를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희망하던 보건복지위원회가 아닌 정무위원회로 배정받아 아쉽지 않은지.
“정의당은 사회 약자 보호를 위해 복지위를 오랫동안 지켜 왔는데, 이번에 복지위가 아닌 정무위로 오게 되며 아쉬움이 많아 남는다. 하지만 정무위에서도 다른 상임위를 챙기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서 큰 걱정은 없다. 그래서 최근 제가 발의한 법안이 ‘코로나 복지3법’이다.”
―법안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우선 ‘어린이 병원비 100만 원 상한제법’은 100만 원 내에서 어린이 병원비를 지원해주자는 것이다.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비급여 예산 비중이 높은데, 이를 국가에서 지원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아이가 아플 경우 부모가 병간호를 위해 병가를 내는데, 이 경우 상병수당을 보전하자는 ‘상병수당법’도 포함된다. 그리고 아동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걸리면 부모의 유급 휴가를 가능하게 하는 ‘감염병 관리법’도 있다. 저는 비록 정무위에 있지만, 법안 발의를 도와준 의원님들이 복지위에서 목소리를 내주고 계신다.”
―정무위에서 어떤 의정 및 입법활동 계획을 갖고 있나.
“저의 정무위 로드맵은 정의당의 경제 정책과 맞닿아 있다. 정의당이 가치로 두고 있는 중소상공인 보호와 재벌개혁, ‘그린뉴딜’과 벤처 투자 등을 통해 공정한 경제 시장을 열어갈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의당에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도 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정부 여당은 친재벌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정의당은 이를 막으려 한다. 대표적으로 정부 여당에서 추진하는 ‘일반지주회사의 CVC(기업형벤처캐피털) 소유 허용’에 대해 정의당은 반대하고 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노동운동을 위해 자동차 부품 공장에 위장 취업했다가 근무 도중 새끼손가락을 잃었다. 오랜 기간 노동자 인권을 위해 싸워온 배 원내대표는 대기업의 갑질을 막기 위해 과징금은 물론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CVC는 지주회사가 벤처캐피털을 소유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규제 완화인데, 결론적으로는 재벌들의 금융산업 진출을 허용하고 금산분리 원칙을 깨버리게 된다. 정의당으로서 이를 막아야만 한다. 물론 벤처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법안을 만드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 법안은 그 의도와 다르게 대기업과 재벌만 배부르게 하는 꼴이다.”
―그런 우려 때문에 정부 여당이 ‘부채비율 제한’ 등 안전장치까지 만들었다.
“각종 안전장치를 만들었지만 오히려 이러한 제약들이 더욱 재벌 총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CVC에 총수 일가가 지분을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을 막았다고는 하나 계열사를 통한 지분 투자의 길은 열어뒀다. 총수 일가가 투자할 수 있는 우회 통로가 될 수 있다. 또 타 자본의 차입 규모를 자기자본의 200%로 제한했는데, 이 역시 총수 일가가 제3자 우회를 통해 CVC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보완하는 추가적인 제재를 마련하자고 하는데 그런 누더기 법안을 대체 왜 만들어야 하나.”
―문재인 정부는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주장하는데.
“그러니까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번 정책이 SK를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많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상징으로 불리는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도 ‘특정 재벌 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다’며 반대했는데 왜 정부는 이를 추진하나.”
―어떤 기업이 CVC 허용을 가장 환영할까.
“현재 SK그룹 내에서 SK하이닉스가 가장 많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SK지주회사는 SK하이닉스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최태원 SK 회장의 이혼소송에 따라 지분을 나눠줘야 할 수도 있고, 여러 이유에서 SK하이닉스 지분을 추가적으로 확보해야 하는데 자금력은 부족하다. 이 상황에서 해결책은 CVC다. SK지주회사가 CVC에 투자하고, CVC가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에 투자하는 우회 방법으로 SK하이닉스의 지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결국 CVC 허용 법안은 최태원을 위한 법안이다.”
―지난 7월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공개한 삼성의 ‘M문건’이 화제가 됐다.
“‘M사 합병추진’이라는 제목의 문건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주가를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이전에는 주가조작과 분식회계가 의심되는 정황만 있었는데 이제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공개된 것이다. 이런 증거가 나왔음에도 만약 검찰이 이 부회장을 불기소 처리한다면 이것은 문재인 정부 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 부회장을 봐준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는 이번 국회 아니더라도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제대로 마무리돼야 한다.”
정의당은 경제 정책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차별된 모습을 보였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일반지주사의 CVC(기업형벤처캐피털) 소유 허용’이 자칫 재벌의 배를 불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정의당이 약자와 노동자 권리를 주장하는 만큼 최근 바라보고 있는 이슈가 있는지.
“현대중공업의 최근 하도급업체 임금 체납‧기술탈취 문제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 문제는 2년 전에도 비슷한 문제로 공정위가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260억 원을 부과했음에도 똑같은 행태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이제는 과징금만으로는 재벌 기업의 문제 개선을 강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어떤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나.
“기업의 책임자는 아무런 처벌과 조치 없이 기업에서만 과징금을 물지 않나. 기업주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무위 의원들이 여야 가리지 않고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사업주를 고발해서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고 이번 국정감사에서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 출석을 요구할 것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