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사직동 사직1구역재개발조합 사무실. 남윤모 기자
[청주=일요신문] 충북 청주시 사직동 사직1구역 재개발을 둘러싸고 청주 사직1구역재개발조합(이하 조합)과 사직1구역재개발조합정상화추진위원회(이하 정상화추진위)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조합원이 이틀 넘게 감금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13년간 재개발에 매달려 성과를 내지 못한 기존 조합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일부 조합원들이 정상화추진위를 구성하면서 논란은 지속돼 왔다.
지난 14일 전 조합장 A모씨가 법정구속되자 정상화추진위는 22일 조합원 임시총회를 마치고 24일 오전 10시 조합 사무실에 입성, 기존 조합 측과 갈등이 격화되면서 정상화추진위 측 조합원들이 사무실을 점거하는 사태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사무실에 남아 있던 추진위 측 조합원 1명이 고립됐으며, 조합과 정상화추진위 측이 동원한 용역들의 대치가 지속되면서 사무실 출입이 통제됐다.
조합원이 감금된 사무실은 26일 현재까지 전기가 끊겼으며, 조합 측의 저지로 식사 및 음료, 비상약 등의 전달이 이뤄지지 않은 채 48시간 이상 경과한 상태다. 추진위측 조합원들은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경찰은 조합 측에 음식만이라도 사무실로 전달해줄 것을 제안하는 한편 충돌 및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4일 감금된 조합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결과 외관상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돼 수시로 이상유무를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 사직1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원구 사직동 247-1번지 일원 미호아파트 북측부터 ‘사직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사직1구역)으로 규모는 총 12만5804㎡다.
건폐율은 20% 이하, 용적률은 248% 이하, 최고층수 30층 이하다.
사직1구역은 2007년 2월 16일 최초로 청주시로부터 추진위원회가 승인되면서 2008년 9월 19일 정비구역으로 지정, 같은해 12월 14일 조합설립인가를 마치고 2018년 12월 7일 건축·경관·교통공동위원회에서 조건부로 의결됐다.
올 5월 29일 한국토지신탁이 사업대행자로 신청 접수됐으며 6월 1일 사업시행 계획인가가 접수돼 이달 28일까지 협의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업을 13년간 추진하던 전 조합장 A씨가 구속되면서 수년동안 대립해 온 기존 조합과 추진위가 조합 정관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사직1구역 조합총회를 축하하는 현수막. 남윤모 기자
조합원 총회를 개최한 정상화추진위는 조합 측과 재개발 사업 시행 방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견을 보여 왔다.
재개발 지역 조합원 중 기존 조합의 사업 방향에 반대한 조합원들이 지난해 명칭을 기존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사직1구역재개발조합정상화추진위원회’로 변경했다.
전 조합장 A씨가 구속되자 정상화추진위는 임시총회 준비에 들어가 지난 22일 총 조합원 608명 중 서면 참석 309명, 직접참석 5명으로 314명이 참석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 45조 및 조합 정관에 의거 총회를 선포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구속된 전 조합장 오모 씨 해임, 기존 조합 이사 5명의 해임, 대의원 총 66명 중 5명의 해임을 의결했고 이사 1명의 해임을 부결했다. 이와 함께 조합 정관에 따라 남은 이사 1명을 재개발조합장 직무대행으로 의결했다.
이런 절차에 따라 정상화추진위는 24일 오전 10시부터 사직동 평강주유소 2층에 있는 조합 사무실을 인수했으나 이에 반발한 조합 및 해임 이사들과 사무실을 놓고 극심한 대립을 이어갔다.
정상화추진위 관계자는 조합 측에 대해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조합장 직무대행을 의결함에 따라 기존 조합 측이 이사회에서 선출한 조합장 직무대행의 임기는 총회가 열린 22일까지”라며 “향후 업무방해 등에 대해 법적인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상화추진위 소속 조합원이 조합 사무실에 있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며 “조합 측 조합장 직무대행 B모씨가 주거침입죄로 고소한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정상화추진위는 B씨에 대해 조합장 직무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 중이다.
사직1구역재가발조합이 내건 비대위 임시 총회를 비난하는 현수막. 남윤모 기자
한편 조합 측 이사 6명의 이사회 결의로 조합장 직무대행에 임명된 B씨는 “지난 14일 조합 사무실에서 조합 측 이사들이 조합장 직무대행 안건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정상화추진위 측 조합원들의 난입으로 불발돼 16일 새벽 이사 중 한 명의 사택으로 자리를 옮겨 절차에 따라 조합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조합 사무실에 인감도장과 서류 등이 다 있어 업무를 볼려면 점거 농성을 해제해야 한다”며 “최종적으로는 법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전 조합장이 구속된 일은 안타깝지만 현재 80~90% 진척이 된 상황에서 재개발을 멈추면 조합원 모두가 손해를 본다”며 “조합과 정상화추진위가 고용한 용역에 막대한 자금이 소모되고 있고 이 또한 조합비에서 지출돼 조합원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농성을 풀 것을 촉구했다.
B씨는 “조합장 직무대행으로 임명돼 향후 재개발에 대한 모든 것을 진행시킬 예정이고 정상화추진위 측이 주장하는 모든 사항은 법에서 결정할 일”이라며 “조합 사무실 점거에 대해 경찰에 주거침입죄로 고소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무실에 있는 정상화추진위 측 조합원 1명에게 식사가 올라가는 것을 막았으며, 배가 고프면 농성을 풀고 사무실 밖으로 내려와 먹을 것을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남윤모 충청본부 기자 ilyo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