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환자가 늘수록 경증 전담 병원의 의료진은 환자 치료라는 본연 업무가 아닌 택배 심부름 등 업무 외 부담이 늘고 있다는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8월 20일 오전 서울 성북구 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진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경증 환자를 전담 치료하고 있는 공공의료기관인 서울시립서북병원의 박찬병 원장은 8월 26일 일요신문과 전화통화에서 “병동이 다 찼다. 경증만 보고 있으니 우리 의료진들이 중증을 보는 병원보다 훨씬 편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그건 우리 의료진들의 고충을 몰라 하는 소리”라며 “사지 멀쩡하고 머릿속도 쌩쌩한 분들이 갇혀 있다. 2~3일 지나면 좀 쑤셔 한다. 복도에도 못 나가고 병실에만 갇혀 지내는 분들의 갑갑함은 이내 짜증으로 변하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이어 박 원장은 “같은 날 입원해도 옆 사람이 먼저 완치 판정을 받아 퇴원하면 화를 내며 방을 어지르거나 의료진에게 화풀이를 하는 일도 있다”며 “환자가 복도로 나가면 오염되기 때문에 의료진은 노심초사한다. 지금은 환자가 슈퍼 갑이기 때문에 의료진은 비위를 맞춰가며 일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증 환자는 상대적으로 20~30대 젊은 층이 많다 보니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우울증에 빠지거나, 택배 등을 시켜 의료진의 업무를 과부하시키는 일이 대표적이다.
박찬병 서울시립서북병원장. 사진=연합뉴스
또 박 원장은 “젊은 분들이 택배를 많이 시키는데, 이를 금지하기도 참 애매하다. 택배가 오면 원무과 직원이 병동에 전달하고, 병동 간호사가 클린 존에서 오염 지역으로 전달하고,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환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거친다. 일선 의료진에겐 굉장히 과중한 업무”라며 “택배 상자나 나머지 쓰레기는 의료용 폐기물로 특별 처리해 소각하기 때문에 그 폐기물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치명률은 낮지만 젊은 층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박 원장은 “아직 후유증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호흡기뿐만 아니라 심장, 콩팥 등 여러 장기에 영향을 주는 건 확실해 보인다”며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 모르는 만큼 오히려 젊은 층이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