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부터 서울시 전역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이 발동된 가운데 서울 명동 거리에 시민이 사회적 거리두기 홍보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지난 4월 터키에서 입국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완치된 이정환 씨(25)는 코로나19 감염 후유증으로 극심한 탈모를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코로나19 감염 경험을 공유해왔던 이 씨는 8월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코로나19에 걸리기 전에는 탈모가 없었는데 입원하고 한 달 후부터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 지금도 샤워를 하면 빠진 머리카락이 수챗구멍을 막아서 배수가 안 될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미 피부과에서 M자 탈모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이어 “나도 처음 확진 받고 이틀 동안은 무증상자였다. 두 번째 날 저녁부터 열이 39℃까지 오르고 그 뒤로 2주가량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이 씨 외에도 코로나19 완치자들은 탈모, 당뇨, 피부 질환 등 각종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 47번’ 확진자였던 박현 부산대 기계공학과 겸임교수 역시 지난 3월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뒤 5개월 넘도록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혔다.
박 교수는 코로나19 후유증 증상은 크게 5가지라고 전했다. 머리가 안개 낀 것처럼 멍하면서 기억력과 집중력이 감퇴하는 브레인 포그(brain fog·뇌 안개), 속 쓰림, 위장 통증, 피부 변색, 만성피로 등이다. 박 교수는 “만성피로가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한다. 아침에 좋았다가도 갑자기 오후에 나빠지기도 한다. 예측 불가”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후유증은 ‘과장된 음모론’ 정도로 취급됐지만 최근 국내외 관련 연구 논문과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젊은 층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여겨져 왔다. 물론 우리나라 30대의 코로나19 치명률은 0.09%에 불과하고 20대 사망자는 없지만 후유증은 젊은 층도 피해갈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탈리아 의료진이 143명의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연구해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125명(87.4%)이 하나 이상의 후유증을 앓는다고 알려졌다. 증상은 만성피로(53.1%), 호흡곤란(43.4%), 관절 통증(27.3%), 가슴 통증(21.7%) 등이 있다. 후각 마비, 두통, 식욕부진, 기침, 현기증 등의 후유증도 보고됐다.
20~30대가 다수인 코로나19 경증 환자도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밤마다 파티가 벌어지는 제주도 소재의 게스트하우스 모습. 사진=SNS 캡처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많은 경증 환자도 후유증을 겪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무증상 또는 경증 환자였던 27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5%가 미열, 피로, 기침 등의 후유증을 겪어 감염되기 이전의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지 못했다고 답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와 리즈대학교 및 리즈티칭병원 연구진이 최근 국제 학술지 ‘바이러스학저널(Journal of Medical Virology)’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상당수 환자들은 장기간 후유증을 겪는다.
연구진이 중증 환자 32명과 경증·중증도 환자 68명을 대상으로 4~8주 동안 연구한 결과 대부분 환자에서 한 가지 이상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경증·중증도 환자도 마찬가지였다. 환자들은 무기력, 호흡곤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 등을 보였다.
환자 60% 이상이 퇴원한 뒤 몇 주 동안 피로감, 무기력 등을 겪었고, 42.6%가 호흡곤란 증세를 겪었다. 25%가량이 기억력 저하 같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였다. 논문의 주요 저자인 마노이 시반 교수는 “일부 후유증의 경우 회복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적인 재활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CNN 방송의 앵커로 최근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크리스 쿠오모 또한 “머리에 안개가 낀 듯 멍한 느낌이고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 면역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이지만, 후유증 사례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는 만큼 개인 방역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 면역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이지만, 후유증 사례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는 만큼 개인 방역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8월 24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찬병 서울시립서북병원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후유증 상관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호흡기뿐 아니라 여러 면역체계에 충격을 주는 건 확실해 보인다. 어떤 후유증을 얼마만큼 남길지 모르니 오히려 젊은 사람들일수록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오랜 격리로 인한 심리적 후유증 등은 분명히 나타나지만 아직 코로나 관련 후유증을 경고할 만한 국내 통계 자료는 부족하다”면서도 “바이러스가 호흡기뿐 아니라 혈관 등 몸의 다른 부분에 영향을 주는 건 맞는 것 같다. 활동량이 많은 젊은 층이 자녀나 부모 등으로의 전파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 방역에 더욱 힘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