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유흥업소들이 문을 닫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몇 차례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져 문을 닫았다가 ‘집합제한 명령’으로 한 단계 완화되면 다시 문을 여는 과정을 반복했다. 집합금지 기간에도 간판 불 끄고 셔터 내리고 몰래 영업을 하는 룸살롱들이 많았다. 이번엔 다르다. 서울이 재유행의 진원지가 되면서 강남 유흥업소들이 비로소 대부분 영업을 중단했다. 강남 유흥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진정한 영업정지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유흥업계가 코로나19의 공포를 처음 겪은 것은 4월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업소 접대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강남 유흥업소들이 대거 문을 닫았다. 사진=일요신문DB
#“거기가 문 닫았으면 다 닫은 것”
“강남 룸살롱이 다 문을 닫아도 거기는 문을 열었다. 밤에 급하게 손님 모시고 갈 일이 생기면 거기가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거기까지 문을 닫았다. 8월 18일 밤에 그 업소 마담에게 ‘이제 2시간 남았으나 얼른 오시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래서 전화해보니 정말 19일부터는 영업을 중단한다고 지금 바로 오면 서비스를 잘해 준다고 하더라. 그리고 며칠 뒤 급히 룸(살롱)에 갈 일이 생겨 전화하니 정말 쉰다더라. 거기가 문 닫았으면 (강남 유흥업소는) 다 닫은 것이다.”
중소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 사업가의 얘기다. 거래처 등과의 술자리가 많은 그는 접대 등을 이유로 자주 강남의 룸살롱들을 애용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집합금지 명령으로 강남 유흥업계가 대부분 문을 닫았을 당시에도 불법 영업을 하는 몇몇 업소를 찾아다녔다. 그런데 그는 “가장 대표적인 몰래 영업 업소인 A 룸살롱도 이번엔 문을 닫았다”며 “차라리 3단계로 격상돼 술자리 자체가 없어져야지 자꾸 어디 문 연 데 없냐는 질문을 받는 게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만큼 이번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세가 만만치 않다. 대구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초기 코로나19 확산과 이태원 발 코로나 확산 당시엔 다른 세계의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이던 강남 유흥업소들도 이번만큼은 긴장하고 있다.
유흥업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할 일이 없어진 접대여성들이 단골손님들과 밖에서 따로 만나 2차 직거래를 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일요신문DB
일요신문은 최근 ‘코로나19 재유행 불 꺼진 강남 유흥가 뒤에선…2차 직거래 성행’ 기사를 통해 유흥업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할 일이 없어진 접대여성들이 단골손님들과의 2차 직거래를 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후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관련 제보가 여럿 들어왔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텐프로, 하이쩜오 등 고급 룸살롱 접대여성들이 최근 문 닫은 유흥업소를 뒤로 하고 골프장을 자주 찾고 있다는 얘기였다. 다음은 한 강남의 텐프로 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텐프로녀(텐프로에서 일하는 접대여성) 대부분이 20대 후반으로 다들 골프를 친다. 골프가 좋아서가 아니라 돈 많은 손님들을 따라 골프장을 다니게 되면서 배운 것인데 그들에겐 골프가 좋은 비즈니스다. 비싼 골프 공짜로 치고, 남성들이 돈 잃어 주고, 맛있는 것도 먹고 마지막으로 좋은 데 가서 돈도 번다. 그래도 밤에는 업소에 나가야 돼 골프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던 텐프로녀들이 요즘 시간이 많아지면서 골프장에 자주 나간다더라. 예쁜 아가씨 대동하고 골프를 치고 싶어 하는 돈 많은 남성들이 아주 많다. 굳이 밤에 2차 안 나가고 골프만 같이 라운딩해도 수백만 원의 팁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
또 다른 텐프로에서 일하는 마담 역시 비슷한 얘기를 들려줬다. 본인 역시 오랜 단골손님들과 종종 골프장에 가곤 하는데 요즘 골프장에서 우연히 같이 일하거나 일했던 여성들을 만나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로 같은 입장이라 아는 척하지 않거나 간단히 인사만 하고 지나친다”면서 “마주치면 나중에 다시 가게 나올 때를 대비해 얼굴 너무 많이 안 타게 조심하라는 얘기 정도 주고받는다”라고 했다.
결국 이번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부분의 강남 유흥업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집합은 확실히 금지된 것으로 보이지만 접대여성들의 2차 직거래를 통한 밀접접촉은 더 빈번해진 것으로 보인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