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컴백 예정이던 가수 현아가 미주신경성 실신 재발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사진=일요신문DB
현아는 지난해 처음으로 자신이 앓고 있는 ‘마음의 병’을 공개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괜찮다고 넘겨오다가 2016년 병원을 가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 나도 마음이 아픈 상태였단 걸”이라며 “몸이 아프면 약을 먹는 게 자연스러운 것처럼 감기에 감기약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늘 단단해왔던 저였기에 우울증과 공황장애라는 진단이 믿기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미주신경성 실신 증상을 보인 것도 이때 처음 알려진 사실이다. 현아는 “처음 앞이 뿌옇게 보이더니 푹하고 쓰러졌다. 여러 번 이것도 공황장애 증세 중 하나려나 하고 넘어가려다 의사선생님 말씀에 대학병원에서 뇌파 등 이것저것 검사를 해보고 알게 된 사실은 미주신경성 실신이었다”라며 “무대에 서고 싶은데 내가 이렇게 자주 푹하고 쓰러진다면 내가 아프단 걸 알면 누가 날 찾아주려나 제일 먼저 걱정이 앞서서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밝혔다.
현아가 앓는 미주신경성 실신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갑작스럽게 혈관에 압력이 가해질 때 발생한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멤버 나르샤가 2010년 KBS2 ‘청춘불패’ 촬영 중 쓰러진 원인으로도 잘 알려진 증세다. 지난해에는 걸그룹 위키미키의 멤버 김도연이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한 미주신경성 실신 증상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포나 고통 등에서 오는 감정적인 스트레스가 큰 원인이 되기 때문에 짧은 순간 극심한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공황장애를 앓는 사람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병으로도 알려졌다.
오랜 연예계 생활을 겪은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나 우울증 등을 공개적으로 알리거나 호소하는 것은 이제 생소한 일이 아니다. 본인이 숨기거나 오히려 소속사가 은폐를 강요했다가 극단적인 결말로 이어졌던 이전의 사례들을 통해 연예계 전반적으로 “차라리 대놓고 밝히고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린 덕이다. 방송인 김구라나 정형돈 등 유명 연예인들이 공황장애 사실을 알린 뒤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며 대중에게 공감대를 이끌었던 것도 이런 변화에 한몫했다.
현아는 지난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울증과 공황장애, 미주신경성 실신을 앓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사진=피네이션 제공
한 연예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옛날 연예계에 비해서 지금은 연예인이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 안팎으로 유해진 분위기”라며 “옛날엔 연예인들이 스트레스나 이로 인한 질환을 호소하면 심지어 ‘호강에 겨워서 저런 말을 한다’는 말까지 나왔는데, 지금은 오히려 대중이 그런 모습에 공감하고 연예인들이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아가 지난해 처음 자신의 증세를 알렸을 때 그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높았다. 이번 갑작스러운 컴백 연기에 대해서도 소속사인 피네이션의 대응을 두고 팬이 아닌 대중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아티스트의 건강 상태를 우려해 스케줄 전면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리고 그 배경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호감을 산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에도 여전히 자신의 증세를 쉬쉬하는 연예인도 많다. 특히 여성 연예인들이 이런 경향을 많이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아무리 여성 스타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을 얘기해도 이상하게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악플러들을 그 원인으로 가리키기도 했다.
연예계 다른 관계자는 “현아는 자신이 직접 상황을 알린 것이라 특이 케이스지만 대부분 여성 연예인들은 한계까지 참다가 병원 신세를 지게 됐을 때나 타의에 의해 알려지는 일이 많다”며 “예컨대 입퇴원 사실이 의료 관계자나 병원 방문자들로 인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 아닌데, 유독 여성 연예인한테만 이상한 꼬리표가 붙기 때문에 정말 단순한 질환이어도 공개에 민감한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짚었다.
실례로 한 여성 연예인은 무대를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했던 20대 초반 피로 누적으로 자주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단순히 하루나 반나절 정도 입원한 뒤 영양제를 맞고 퇴원하는 것을 반복했을 뿐인데 온라인 커뮤니티나 ‘루머 전문’ 블로그 등을 중심으로 지독한 루머가 유포됐다. 포털사이트 연예 뉴스 댓글이 존재하던 시기였기에 그와 관련한 뉴스가 뜨면 루머가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댓글로 달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결국 연예인과 그 소속사가 루머 유포자들의 대다수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었으나 몇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어디서든 ‘카더라’가 튀어나와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게 그들의 이야기다.
앞의 관계자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곤 하지만 여성 연예인들이 스트레스성 질환을 호소하면 유독 악플러들이 더 날뛰는 일이 잦다. 그렇기에 현아와 피네이션의 현황 공개가 용기 있는 것”이라며 “연예인들이 그들의 고충을 공개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 시간 안에 너무 많은 이들을 잃지 않았나. 업계와 소속사도 아티스트의 안전을 위해 변해온 만큼 대중도 그에 맞는 변화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