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사랑하는교회 변승우 목사의 이단을 해제해주고 그의 교단을 한기총에 정식 가입 시킨 뒤 이단 옹호 논란에 휘말렸다. 최근에는 전 목사의 이단성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사실 기독교계 내에서 전광훈 목사의 이단성이 지적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8년 한 선교사와 목사의 이단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일부 목사들은 그보다 전광훈 목사의 ‘청교도영성훈련원’과 그를 추종하는 목사들의 이단성 조사가 더 시급하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2019년 8월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통합 등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가 각 교단이 전 목사를 이단 옹호자로 규정하라고 공식 촉구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는 2019년 9월에 열린 예장고신 제69회 총회에서 ‘한기총에 대한 이단 옹호 단체 규정 및 전광훈 대표회장 이단 옹호자 규정 건’이 총회 안건으로 청원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에 예장고신은 “한기총의 이단 옹호 여부를 총회 소속 이단 대책위원회가 1년 동안 연구한 뒤 다음 총회에 보고할 것”을 결의했다.
그리고 1년여가 흐른 8월 25일 예장고신 이단대책위원회(이대위)는 “전광훈 목사의 신학적 견해와 사상은 정통 기독교에서 벗어나 있다”며 전 목사를 ‘이단성 있는 이단 옹호자’로 지목했다. 예장고신은 9월로 예정된 총회에서 이 내용을 보고하게 되고 이대로 결의가 이뤄지면 예장고신이 전 목사를 이단 옹호자로 공표하게 된다.
이처럼 기독교계의 전광훈 목사 이단 논란은 최근 불거진 8·15 서울 광화문 집회와 사랑제일교회 집단 감염 때문에 갑자기 불거진 사안은 아니다. 예장고신 이대위 역시 전 목사에게 ‘이단성이 있다’고 봤지만 더욱 확실하게 지목된 부분은 바로 ‘이단 옹호’다. 한기총과 전 목사가 이단을 옹호했다는 부분인데 그 중심에는 사랑하는교회 변승우 목사가 있다.
‘문재인 정권 퇴진 대국민 총궐기’ 등 보수 집회를 변승우 목사와 함께 주도해온 전 목사는 한기총 회장이 되기 전부터 “변승우 목사는 젊은 스타 목사”라며 “주요 교단의 이단 결의와 관계없이 내가 봤을 때 변 목사는 이단성이 없다”고 말하곤 했다. 2019년 1월 전 목사가 회장이 된 한기총은 3월에 변승우 목사를 이단에서 해제하기로 결정한다.
한 달 위인 4월 2일 열린 제30-1차 실행위원회 및 임시총회에서 한기총은 변승우 목사가 세운 대한예수교장로회 부흥총회를 정식으로 가입시킨다. 4월 8일에는 긴급 임원회를 열어 변 목사를 한기총 공동회장에 임명했다.
문제는 변 목사를 예장통합·합동·고신 등 주요 교단이 이단 내지는 이단성이 있다고 결의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반면 전 목사는 주요 교단이 변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한 것을 두고 “돈을 노린 이단 감별사들의 희생양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주요 교단은 크게 반발하면서 2019년 내내 기독교계가 시끄러웠다. 예장고신과 예장합동은 1년 동안 이단성을 연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전 목사의 소속 교단이었던 예장백석대신은 아예 전 목사를 이단 옹호자로, 한기총을 이단 옹호단체로 규정했다.
역시 1년 동안 전 목사의 이단성을 연구한 예장합동 이대위 역시 비슷한 결론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대표회장이자 예장합동 이대위 위원인 안산 상록교회 진용식 목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예장합동 교단에서는 ‘이단성이 있다’로 논의를 마쳤다”면서 “9월 총회에서 전광훈의 이단성 판정이 결정 날 것”이라고 밝혔다. 예장합동과 예장고신뿐 아니라 다른 교단에서도 비슷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미 올해 2월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대한침례회, 예장통합, 예장백석, 예장고신, 예장합신, 예장합동 등 8개 교단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협의회가 ‘한국교회에 드리는 글’을 통해 전광훈 목사에 대해 반성경적·비신앙적·비신학적이라고 지적하며 “한국 교회의 목회자들과 성도들은 전 목사로부터 신앙적으로 나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주의하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시작은 전광훈 목사와 한기총이 변승우 목사를 이단에서 해제하고 그의 교단을 정식으로 가입시키면서 불거졌다. 핵심은 ‘이단 옹호’다. 그런데 지금은 전 목사에게 ‘이단성이 있다’는 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등의 발언이 반성경적이고 비신앙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데다 ‘계시를 봤다’ ‘성령의 본체’ 등 기독교 교리에 맞지 않는 이단적 발언을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광훈 목사의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등의 발언들이 이단성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개혁주의포럼은 ‘한국교회는 전광훈 목사의 이단사상을 배격한다’는 성명서를 통해 전광훈 목사의 이단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여기 등장하는 사례를 보면 “모세가 기록한 모세오경만 성경이고, 그 나머지는 성경의 해설서로 2000년 동안 감추어진 것을 ‘청교도’(자신을 지칭)에게 열어줬으니, 이 시대에 전광훈과 같이 사는 것을 감사하라”는 지난해 6월 한 성경세미나에서의 발언, “나에게 ‘기름 부음’이 임했기 때문이다. 나는 하나님 보좌를 딱 잡고 살아.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청와대 앞 집회현장 저녁 예배에서의 발언, 그리고 “이명박 안 찍는 사람은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야”라는 2007년 대선 당시의 발언 등이 있다.
문제는 주요 교단들이 전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할지라도 별 효력이 없다는 점이다. 그 효력이 교단 안에서만 미치기 때문이다. 전 목사는 자신이 총회장까지 지낸 예장백석대신에서 이미 이단 옹호자로 규정됐으며 면직 및 제명 처분까지 받았지만 이미 예장대신 복원총회이라는 새로운 교단을 만들었고 현재는 그 교단 소속이다.
또한 보수적인 목사들과 장로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전광훈 목사가 오랜 기간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왔으며 총선 때마다 기독교 관련 정당을 만들면서 다져 놓은 기독교계 보수 인사들과의 인맥이 두텁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 교회인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 등과의 교류도 많았다(관련기사 김홍도부터 황교안까지…전광훈 목사의 종교·정치적 ‘계보’). 이런 까닭에 주요 교단의 전광훈 목사 이단 규정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