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에 올라온 글은 경기도 수원의 한 웨딩컨설팅 업체인 ‘골뱅이웨딩클럽’이 전직 기자인 송 아무개 씨로 인해 폐업에 이르렀다는 글이었다. 이후 청와대 청원에까지 올라온 이 내용은 약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이 사건은 201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7년 8월 송 전 기자 동생이 골뱅이웨딩클럽을 통해 결혼했다. 이후 결혼 앨범을 두고 불만을 제기해 재질이나 디자인을 바꾸기도 했다. 그러다 2018년 7월 송 전 기자는 골뱅이웨딩클럽의 잘못을 부풀려 맘카페, 결혼 준비 카페 등 6개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포털 사이트에 골뱅이웨딩클럽을 검색하면 송 전 기자 글만 보이도록 만들었다. 당시 송 전 기자는 “포토샵으로 얼굴이 거의 없어질 지경이다” “NG 컷을 편집해서 앨범을 제작했다” “직접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등의 글을 올렸다.
글을 지워달라고 부탁하는 김 대표에게 송 전 기자는 약 500만 원을 요구했고, 김 대표는 이에 응하게 된다. 김 대표가 결혼식 컨설팅 비용으로 받은 돈은 약 100만 원이었지만 5배를 물어주게 된 셈이었다. 하지만 글을 지운 뒤에도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황은 회복되지 않았고 김봉수 대표는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폐업을 결정했음에도 결혼식을 진행할 고객이 있어 1년 넘게 매장 임대료와 직원들 월급을 주면서 버텨야 했고 피해는 더욱 커졌다. 골뱅이웨딩클럽은 리모델링과 함께 비쥬앤블랑으로 상호까지 바꾸는 대대적인 변화를 한 시점이어서 재산상 피해는 10억여 원에 이를 정도였다. 김 대표는 완전히 망했고 송 전 기자와의 일을 커뮤니티에 올렸다. 이 사건은 엄청난 파문을 낳았고 각종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후 김 대표는 송 전 기자를 명예훼손, 업무방해, 공갈, 협박 등으로 형사고소한다.
골뱅이웨딩클럽은 비쥬앤블랑으로 상호명을 바꾸자마자 터진 송 전 기자의 글 때문에 결국 폐업했다.
해당 고소 건은 경찰에서 증거불충분에 의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다. 경찰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제시하자 송 전 기자는 김 대표를 무고죄로 형사고소를 했으며 김 대표로 인해 건강이 안 좋아졌다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같은 민형사상 고소로 인해 김 대표는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송 전 기자 변호인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사법절차에 충실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김봉수 대표님의 명예훼손 글을 비롯한 관련 위협이 1년 가까이 지속되어 의뢰인 역시 민형사상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 사건은 그렇게 묻히는 듯싶었다. 하지만 반전이 이뤄진다. 경찰의 불기소 의견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기소를 결정한 것. 4월 검찰은 송 전 기자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다. 재판에서 송 전 기자는 무죄 주장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8월 20일로 1심 선고 공판이 이뤄졌다.
김봉수 대표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판결문이 엄청 길었다. 기다리면서 앞에 판결을 지켜봤는데 그 판결문들은 읽는 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근데 이 사건은 판사가 굉장히 오래 읽었다”고 말했다. 굉장히 길었다는 이 판결문을 보면 현재까지 복잡했던 사건 진행 상황을 정리한 내용이 반 정도 됐다. 이후 판결문은 어떤 점이 법리를 위반했는지 판단하는 내용이다.
당초 송 전 기자 사건에서 주요 쟁점으로 지목될 것으로 보였던 부분은 송 전 기자가 올린 글의 내용이었다. 송 전 기자 동생은 수천 장의 잘 나온 사진과 못 나온 사진 전부를 원본으로 받아보는 서비스를 신청했다. 송 전 기자는 이 가운데 사실상 버리는 사진을 앨범에 수록된 사진처럼 기재했고 대신 괄호로 원본이라고 표시했다. 이런 표시가 적극적인 비방 행위였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였지만 재판부가 본 쟁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판결문에서는 송 전 기자가 올린 게시글 제목이 가장 큰 쟁점이었다. 송 전 기자가 올린 글 제목을 보면 다음과 같다. ‘후회되는 골뱅이클럽, 본식스냅 후기’ ‘황당한 본식스냅 골뱅이클럽 후기’ ‘해탈한 본식스냅 골뱅이클럽 후기’ ‘본식 사진 어때 보이나요? 골뱅이클럽’ ‘NG컷으로 본식앨범 제작해주신 골뱅이클럽’.
포털에 비쥬앤블랑으로 검색하면 송 전 기자가 쓴 글만 보이고 있다.
그런데 제목과 달리 앨범을 제작한 건 골뱅이웨딩클럽이 아닌 A라는 사진 업체였다. 골뱅이웨딩클럽에서 결혼한다고 해서 반드시 A 업체와 계약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송 전 기자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재판부는 A 업체 이름은 빼고 골뱅이웨딩클럽만 적은 것을 적극적인 허위 비방으로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송 전 기자가 500만 원을 받고 글을 내린 것을 볼 때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봉수 대표가 엄벌을 원하고 있는 데다 죄질이 매우 불량하며 송 전 기자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송 전 기자가 초범인 점을 고려해 징역 8월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송 전 기자는 1심 판결과 함께 법정구속됐다. 김 대표는 “이번 판결로 한을 풀었다. 일단 이걸로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강용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송 전 기자가 유죄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했다면 법정구속 가능성은 낮은 사건이었다. 송 전 기자가 초범인 점을 고려하면 일반적으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는 벌금형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라면서 “죄를 인정하지 않은 데다 송 전 기자가 무고죄로 김 대표를 고소한 점을 재판부가 굉장히 부정적으로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민사소송에서도 굉장히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형사재판에서 승소했을 뿐만 아니라 판결문에 핵심 문구가 있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판결문에 ‘피고인(송 전 기자)의 인터넷 카페 게시글로 인해 피해자(김 대표)가 운영하던 웨딩컨설팅업체는 고객 이탈로 폐업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이라는 표현이 있다. 민사소송에서는 송 전 기자의 글로 웨딩홀이 폐업했음을 입증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데 이걸 형사 판결문에서 판시해줬기 때문에 인과관계 입증이 쉬워졌다”면서 “형사 재판부에서도 김 대표의 민사 재판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경제적 타격은 이미 지난 일이지만 일단 한은 풀었다. 내일부터 운동도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이 일로 가족 전체가 힘들었지만 다시 화목했던 가정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