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 양촌 적치장 현장.
[일요신문] 경기 여주시가 남한강 준설토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선납금도 없는 외상 계약을 맺고 과세품을 비과세 대상으로 둔갑시켜 계약하는 등 비위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8월 13일 남한강 준설토 매각과 관련해 여주시 공무원의 비위행위 내용이 담긴 제보가 감사원에 접수됐다. 이에 본지도 취재를 통해 내용을 확인했고 보도를 통해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된 매각금액 등에 대한 특혜의혹을 제기했다(관련기사 [단독] 준설토 90% 바겐세일? 수상한 여주시 수의계약). 이후 추가로 진행된 취재를 통해 준설토 매각 계약서를 확보했다. 제보자가 주장한 비위 행위를 뒷받침할 만한 여러 정황들을 포착했다.
여주시는 2017년 특임회(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와 총 115억 1180만 원(9회 분납조건)에 준설토 매각 계약을 했다. 그리고 특임회가 마지막 9회차 분납금 10억 4600여만 원을 납부하지 못해 올해 5월 20일 매매계약이 해지됐다.
준설토 매각 계약서.
또한 여주시는 P 업체와 ‘매각 대금은 납부하지 않고 준설토를 반출한 후 농지복구를 완료하면 여주시가 설계하는 복구비와 상계하기로 한다’는 이상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다. 내용을 쉽게 풀어보면 직전 계약자는 선납금을 내고 준설토를 받았지만 P 업체는 외상으로 물량을 받아서 수익을 내고 이후 여주시가 지급하는 복구비용(약 35억 원)에서 매각금액 10억 46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받아 복구공사를 완료한다는 내용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여주시가 적치장에 과세대상인 완제품(선별된 골재) 15만㎥(21억 원 상당)를 비과세 대상인 잔여 준설토에 포함시켜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 취재결과 P 업체는 완제품을 덤프트럭에 실어 여러 업체에 납품을 하고 있었다. 취재 당시는 P 업체는 선별기나 파쇄기 등을 현장에 배치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P 업체가 실어 나르던 모래와 자갈은 특임회와 하청 계약을 맺은 업체가 생산한 완제품이었다.
하지만 여주시 하천과 직원은 “현장에는 완제품 없고 준설토를 가공하고 남은 쓰레기만 남았다”며 완제품 존재 여부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여주시청 건설과에서는 P 업체가 선별된 자갈과 모래를 반출할 수 있도록 반출허가를 내주었다. 적치장에서는 준설토(원석) 자체로는 반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반출 허가는 완제품 골재가 있을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다. 즉 완제품이 없다는 하천과의 주장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보더라도 곳곳에서 비위 정황과 불법이 의심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주시는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제보자의 주장이 모두 허위사실이라며 경찰 조사 이후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고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선민 경인본부 기자 ilyo0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