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의 전성기를 이끈 임윤아, 최수영, 서현이 아이돌 스타의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내면서 드라마 캐스팅 1순위로 도약했다. 걸그룹 멤버들의 연기 도전은 꾸준히 이어졌지만 소녀시대 3인처럼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에서 동시다발 활약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일일드라마를 통해 기본기를 탄탄히 다진 힘이자, 주말드라마부터 단막극을 넘나들면서 쌓은 실력을 바탕으로 그 어떤 걸그룹 멤버들도 이루지 못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수영은 OCN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에서 한 번 본 장면은 절대 잊지 않는 비상한 능력을 지닌 형사 역할을 맡아 사이코패스를 추적하는 긴장감 넘치는 수사물을 이끌어 호평 받았다. 사진=OCN ‘본대로 말하라’ 홍보 스틸 컷
소녀시대 멤버들이 배우로 안착할 수 있던 데는 ‘영리한 전략’이 통한 측면이 있다. 스타로 얻은 인기에만 기대지 않고 주연과 조연 구분 없이 착실하게 역량을 키웠다. 최근 최수영이 보여준 행보가 이를 증명한다.
최수영은 그룹에서 먼저 연기활동을 병행한 임윤아와 비교해 늦은 2014년 MBC 드라마 ‘내 생애 봄날’로 연기를 본격 시작했다. 주연으로 데뷔했지만 이후 주인공만 고집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러면서 더 빛을 발했다. 특히 지난해 영화 ‘걸캅스’에서는 주인공인 라미란 이성경에 비해 역할 비중이 적은 조연이었지만 개성이 확실한 경찰 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해 관객에 깊은 인생을 남겼다. 이후 내놓은 영화 ‘감쪽같은 그녀’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중에 연연하지 않고 착실하게 실력을 쌓은 최수영은 최근 연기하기 녹록지 않은 장르 드라마의 주연으로 도약했다. 올해 2월 방송한 OCN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를 통해서다. 한 번 본 장면은 절대 잊지 않는 비상한 능력을 지닌 형사 역할을 맡아, 사이코패스를 추적하는 긴장감 넘치는 수사물을 이끌어 호평 받았다. 최수영은 소녀시대로 얻은 명성을 굳이 거부하지 않는다. 가수로 활동한 경험을 연기에도 녹여 넣겠다는 각오를 꾸준히 밝혀왔다. 특히 ‘걸캅스’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연예계 데뷔는) 화려한 옷을 입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소박한 인간 최수영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룹으로 활동할 때 보이지 못한 새로운 매력을 연기를 통해 보이려는 의욕도 크다. 최수영의 다음 출연작은 JTBC 드라마 ‘런 온’이다. 육상 단거리 국가대표 선수가 스포츠 에이전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최수영은 임시완과 호흡을 맞춰 소통하기 어려운 시대에 서로 공감하면서 사랑을 키우는 로맨스 드라마를 완성한다.
최수영 임윤아에 비해 히트작이 적어 경쟁력이 낮다는 평을 받는 서현. 그의 입장에선 9월 16일부터 방송되는 JTBC ‘사생활’에 거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사진=JTBC 드라마 ‘사생활’ 예고편 캡처
최수영의 활약을 바짝 뒤쫓으면서 ‘배우시대’를 구성한 또 다른 멤버는 다름 아닌 서현이다. 소녀시대가 활동을 잠시 멈춘 2017년경 데뷔 때부터 몸담은 SM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해 홀로 선 서현은 MBC ‘도둑놈, 도둑님’과 ‘시간’ 등 드라마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수영이나 임윤아에 비해 히트작이 적고 연기자로 확실한 실력을 보이지 못한 탓에 경쟁력이 낮다는 평을 받고 있다. 때문에 9월 16일 방송을 시작하는 그의 새 드라마 JTBC ‘사생활’에 거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사생활’은 의도하지 않게 국가의 사생활에 개입한 사기꾼들이 기술력을 동원해 골리앗 같은 대기업을 상대로 벌이는 대결을 그린다. 서현은 최근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배우 고경표를 비롯해 김효진 등과 호흡을 맞춰 ‘생활형’ 사기꾼들의 통쾌한 이야기를 펼친다. 이번 작품이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서현이 임윤아 최수영과 더불어 완전한 소녀시대 3대 배우진을 구성할지 판가름 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08년 KBS 1TV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을 통해 연기활동을 시작한 임윤아는 10년이 흐른 지금 흥행배우로도 입지를 굳혔다. 2019년 여름 조정석과 호흡을 맞춘 영화 ‘엑시트’의 900만 흥행이 결정적인 힘이 됐다. 그동안 일일극은 물론 사극까지 두루 경험하면서 인지도를 쌓은 그는 최수영과 마찬가지로 주연 욕심 대신 조연도 마다하지 않는 적극적인 작품 공략으로 실력을 키웠다. ‘엑시트’ 이전에는 선배 배우 유해진 현빈 주연의 ‘공조’에 조연으로 출연, 코믹한 캐릭터로 반전 매력을 과시한 게 결정적이다.
2008년 KBS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으로 연기활동을 시작한 임윤아는 10년이 흐른 지금 흥행배우로도 입지를 굳혔다. 2019년 여름 조정석과 호흡을 맞춘 영화 ‘엑시트’의 900만 흥행이 결정적인 힘이 됐다. 사진=영화 ‘엑시트’ 홍보 스틸 컷
임윤아는 드라마에 주로 집중하는 최수영 서현과 달리 스크린까지 자유롭게 넘나든다. 현재 이성민 박정민과 영화 ‘기적’ 촬영에도 한창이다. ‘기적’은 경북 봉화에 위치한 가장 작은 간이역에서 모티프를 얻은 영화다. 1986년을 배경으로 마을의 유일한 통로인 기차역을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스하게 그린다. 임윤아는 수학천재 역을 맡은 박정민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물심양면 돕는 친구 역으로 극을 이끈다.
소위 ‘캐스팅 1순위’로 꼽히는 배우가 그렇듯, 임윤아의 출연작 일정도 꽉 차 있다. ‘기적’을 마무리하는 대로 배우 황정민과 드라마 ‘허쉬’에서 만난다. 9월 촬영을 시작하는 JTBC ‘허쉬’는 신문사를 배경으로 직장인 기자들의 생존과 양심, 경계의 딜레마를 다룬 작품이다. 실제 신문사 기자가 쓴 소설 ‘침묵주의보’가 원작으로, 임윤아는 황정민과 함께 신문사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을 추적하는 역할이다.
임윤아에게도 소녀시대는 연기자로 안착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 18세 때 아이돌 가수로 데뷔한 만큼 연예계에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은 늘 소녀시대와 함께였다는 게 임윤아의 설명이다. 상업영화 첫 주연인 ‘엑시트’를 내놓으면서 그는 “20대 전부를 소녀시대와 함께했기에 인생에서 뗄 수 없는 존재이고, 지금 더 여유롭고 행복하게 활동할 수 있는 부분도 소녀시대 덕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룹 활동이 중단되면 멤버 간 사이도 소원해지기 마련이지만 소녀시대만큼은 예외이다. 8월 초 데뷔 13주년을 맞은 멤버 8인은 한 장소에 모여 자축 파티를 열고 “소녀시대는 영원하다”라고 외쳤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