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화빌딩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우선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아들인 김동관·동원·동선 삼형제가 100% 지분을 가진 에이치솔루션이 지배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지배구조 개편과 연결하는 해석이다.
에이치솔루션은 100% 자회사인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종합화학을 지배한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주)한화에 넘기고, 대신 (주)한화가 보유한 한화솔루션 가져오는 방법이 가능하다. 한화솔루션은 한화그룹의 중간지주회사 격이다. 에너지·화학부문은 물론 레저·리조트 계열사도 지배한다.
한화종합화학 상장으로 주식가치의 공정한 평가가 가능해지면 선택지는 다양하다. 한화종합화학 기업가치는 4조~5조 원으로 추정되는데, 한화에너지 보유 지분 39.16%는 1조 6000억~2조 원이 된다. (주)한화의 한화솔루션 지분 37%의 시가도 2조 원가량이다. 맞교환하면 한화에너지가 한화솔루션을 지배하게 된다. 현재 (주)한화 시가총액은 2조 원 남짓이다.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솔루션까지 사실상 지배하면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진다. 만일 (주)한화와 합병할 경우 삼형제 지분율은 김승연 회장을 넘어설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한화그룹 관계자는 “지분 맞교환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세금을 납부해야 하며, 회사의 실익이 없어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분 가치평가 과정, 경영권 프리미엄 산정 등이 복잡하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현재 승계와 관련해 검토하는 바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매입대금 확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맞닿은 해석도 가능하다. 한화종합화학의 전신은 삼성종합화학이다. 2015년 삼성그룹이 화학과 방산을 한화에 넘길 때 삼성종합화학이 1조 900억 원에 팔렸다. 아직 삼성그룹 지분이 24%가량 남아있다.
지난해 한때 삼성물산 보유 지분 20.04%를 베인캐피탈로 매각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이 이뤄지면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운데 약 18조 원 어치를 단계적으로 매각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삼성물산이 이 매각 지분을 최대한 인수해야 한다. 차입도 동원하겠지만 상당한 자체 자금이 필요하다.
한화종합화학의 삼성물산 보유 지분을 매각하면 약 1조 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한화그룹은 삼성종합화학을 사들이면서 삼성 잔여 지분 현금화를 위해 2021년까지 상장을 약속했다. 늦어도 2021년까지 상장이 안 되면 삼성 잔여 지분을 되사기로 했다.
#한화종합화학 수소·태양광 투자자금 마련
한화종합화학의 최근 실적은 썩 좋지 않다. 유가 하락으로 핵심 자회사인 한화토탈의 마진이 악화된 데다가 2017년부터 1조 5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설비투자에 돌입했다. 올 상반기에는 영업적자를 기록할 정도다. 부채비율도 100%를 넘어섰다. 한화종합화학이 증자 등 자금지원까지 할 상황은 아니지만, 주 수익원인 한화토탈 배당에는 분명 악재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한화토탈에서 받은 배당금 1조 5000억 원은 대부분은 차입금 상환에 썼다. 한화종합화학은 미국 수소트럭업체 니콜라가 북미에 세울 수소충전소 운영우선권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도 니콜라 수소충전소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태양광발전소를 지어야 한다.
주식분산 요건(30%)을 채우기 위해 삼성 잔여 지분 외에 신주발행은 불가피하다. 한화종합화학은 이번 상장에서 신주발행 규모를 늘려 대규모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상장 후 개선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2조 원이 넘는 이익잉여금 가운데 일부를 한화에너지에 배당할 수도 있다.
#이부진 ‘의문의 1패’?
2014년 삼성종합화학은 삼성석유화학을 합병한다. 2007년 영국 BP 지분을 441억 원에 매입해 삼성석유화학 주주가 됐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이후 삼성종합화학 주요주주가 된다. 당시만 하더라도 삼성의 화학 부분은 이부진 사장 몫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와병으로 경영에서 물러나고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 경영을 맡으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이 부회장은 2015년 삼성종합화학을 한화에 넘긴 데 이어 2016년에는 삼성정밀화학까지 롯데에 매각한다.
이부진 사장은 2015년 삼성이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한화로 팔 때 개인 지분 282만 주를 함께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1주당 3만 2255원으로 910억 원가량이다. 이번 상장 과정에서 한화종합화학 가치가 약 4조 원으로 인정받으면 주당 가치는 약 10만 원가량이다. 이 사장이 당시 지분을 팔지 않았다면 이번 상장에서 구주 매출에 참여해 2800억 원가량을 손에 쥘 수도 있었던 셈이다. 현재 이 사장의 삼성물산, 삼성SDS 보유 지분 가치는 약 1조 6000억 원가량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