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중독 증세를 보인 40대가 의료계 집단 휴진 사태로 응급처치를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3시간을 헤매다가 결국 사망했다.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전공의들이 7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며 단체행동을 하는 모습. 사진=일요신문DB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26일 오후 11시 23분쯤 부산 북구에서 40대 남성 A 씨가 약물을 마셔 위독하다는 신고가 119에 들어왔다.
앞서 A 씨는 음주단속에 적발돼 경찰관과 치안센터로 임의 동행하던 도중 볼 일이 있다며 집에 들렀다가 갑자기 약물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원은 위세척 등 응급처치를 해줄 병원을 찾았지만 대부분 해당 전문의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시간이 지체되면서 A 씨는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고 북구 한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아 겨우 호흡을 되찾았다.
119구급대원은 이후에도 1시간 20여 분간 약물 중독 치료를 위해 부산과 경남지역 대학병원 6곳, 2차 의료기관 7곳에 20여 차례 이송 가능 여부를 물었다. 여전히 치료 인력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러던 중 27일 오전 1시쯤 돼서야 소방방재청을 통해 A 씨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확인했다. A 씨는 119구급차에 실려 부산이 아닌 울산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치료를 받았다. 119에 신고가 접수된 지 3시간 만이었다.
신속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한 채 길에서 3시간가량을 허비한 A 씨는 치료를 받은 뒤에도 중태에 빠졌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결국 27일 저녁 숨졌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A 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