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개봉 예정이던 ‘뮬란’이 일주일 개봉 연기됐다. 사진=영화 ‘뮬란’ 홍보 스틸컷
요즘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는 분위기를 미국 월트디즈니 본사가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수년간 마블 시리즈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가 한국 극장가에서 연이어 대성공을 거뒀다. 디즈니 입장에선 한국은 가장 큰 시장 가운데 하나다. 이런 까닭에 한국에서 직접 영화를 촬영하는 등 한국을 배려한 월드투어 일정을 잡곤 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전세계 극장가까지 덮친 탓에 매년 어마어마한 개봉 수익을 올리던 디즈니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후 몇 년 동안 개봉할 영화들을 하나의 페이즈로 묶어 개봉 타임라인으로 밝히는 마블 입장에선 향후 일정이 다 꼬여버렸다.
원래 지난 3월 개봉 예정이던 ‘뮬란’을 하반기로 연기했던 디즈니는 결국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자사 OTT(Over The Top,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다만 한국처럼 아직 디즈니플러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국가에서는 극장에서 개봉된다. 따라서 ‘뮬란’이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샘플이 한국 극장가였다.
‘뮬란’의 가장 큰 시장은 중국인데 중국 역시 아직 개봉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결국 한국에서의 흥행 성적은 중국에서의 흥행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여름 성수기를 지나며 한국 극장가가 어느 정도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 디즈니 입장에서는 ‘뮬란’ 한국 개봉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았다.
‘뉴 뮤턴트’는 ‘뮬란’과 달리 북미에서 9월 초에 개봉한다. ‘뉴 뮤턴트’는 1982년 마블 코믹스를 통해 처음 공개된 마블의 일원이었지만 디즈니의 마블이 아닌 20세기폭스 소유였다. 최근에야 디즈니의 20세기폭스 인수 작업이 완료되면서 다시 마블의 품으로 돌아왔다.
‘뉴 뮤턴트’는 디즈니를 통해 개봉되지만 사실 20세기폭스가 직접 제작한 마지막 히어로 무비다. 디즈니에 인수되기 전인 2017년 촬영을 마쳤으나 개봉 일정이 밀려 지난 4월 디즈니를 통해 개봉될 예정이었다. 이후 코로나19로 개봉이 또 미뤄진 뒤 이제야 비로소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뉴 뮤턴트’의 흥행 성적은 향후 디즈니의 20세기폭스 라인업 영화의 활용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제대로 된 평가는 어려워졌다.
전세계적인 위용을 자랑하던 디즈니 영화는 20세기폭스까지 인수하며 한 층 더 높은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힘겨워졌다. 디즈니랜드를 통해서 엄청난 수익을 거둬왔지만 테마파크 수익이 급감했다. 그만큼 실적도 부진하다. 최근 발표된 디즈니의 분기 실적은 일반회계 기준으로 47억 2000만 달러(약 5조 6200억 원) 적자다. 디즈니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무려 19여 년 만이다.
현재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3대 통신사가 디즈니 플러스의 국내 상륙을 위해 디즈니와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디즈니플러스 홈페이지
반면 디즈니플러스와 훌루, ESPN+ 등 OTT 서비스는 급성장했다. 디즈니플러스 가입자는 6050만 명으로 아직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인 1억 9200만 명에는 크게 못 마치지만 성장세는 매우 빠르다. 이런 까닭에 악화된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는 올랐다.
지난해 7월 21일(한국시각) 마블은 페이즈4 타임라인을 발표하며 극장 개봉 라인업과 동시에 ‘팔콘과 윈터솔져’ ‘완다와 비전’ 등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할 영화의 라인업도 함께 발표했다. 그만큼 새로 시작할 디즈니플러스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였는데 이런 방향성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엄청난 호재가 됐다. 넷플릭스 최저 요금제보다도 2달러가량 낮은 저렴한 이용료에 마블 시리즈 등 디즈니 독점 제공 콘텐츠의 힘이 코로나19를 만나 폭발했다.
국내 마블과 디즈니 팬들 사이에선 과연 디즈니플러스가 언제쯤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느냐에 집중돼 있다. 모두가 극장 방문을 꺼리는 이 시국에 디즈니 팬들은 더욱 더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서비스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현재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3대 통신사가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상륙을 위해 디즈니와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곧 국내 파트너가 결정돼 구체적인 서비스 관련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