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우 한화 이글스 코치는 선수 시절 퍼펙트 게임을 눈앞에 두고 구심의 아쉬운 볼판정 하나로 눈물을 삼킨 적이 있다. 사진=연합뉴스
1991년 10월 12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해태 타이거즈와 빙그레 이글스의 한국시리즈 3차전. 팀이 2패를 먼저 안은 상황에서 등판한 송진우는 8회 초 투아웃까지 해태 타선을 퍼펙트로 막았다. 내야땅볼 12개, 외야플라이 8개. 아웃카운트는 차곡차곡 쌓여갔다. 궁지에 몰린 해태 김응용 감독은 김종모의 대타로 정회열을 투입했다.
2B-2S서 송진우가 회심의 승부구를 던졌다. 당시 주심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원년 심판 A 씨였다.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히자 송진우는 미소를 지었다. 스트라이크존에 꽉 차게 들어갔다고 믿어서다. 그러나 심판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송 코치는 지금도 “내 야구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 하나가 바로 그 공이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을 꼽으라면 역시 바로 그때”라고 말한다.
송진우와 빙그레 더그아웃은 삼진을 확신했지만, 정회열의 타석은 그렇게 이어졌다. 결국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 내심 기대했던 퍼펙트게임이 깨졌다. 허탈한 송진우는 마음을 잡지 못했다. 홍현우와 장채근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은 심판의 고유 권한이다. 심판마다 스트라이크존이 조금씩 달라 ‘오심’의 기준을 정하기도 어렵다. 송진우가 퍼펙트게임 무산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던 이유다. 그러나 1루에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 스포츠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가 ‘역대 최악의 오심’으로 선정했던 장면이 그 예다. 2010년 6월 3일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전. 메이저리그(MLB)가 비디오 판독 ‘챌린지’를 도입하게 된, 결정적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디트로이트 선발 아만도 갈라라가는 9회 투아웃까지 단 한 타자도 1루에 내보내지 않는 완벽한 피칭을 했다. 27번째 타자인 클리블랜드 9번 제이슨 도날드도 1루 쪽 땅볼로 유도했다. 디트로이트 1루수 미겔 카브레라가 타구를 잡아 1루를 커버하러 온 갈라라가에게 토스했다. 한 눈에도 명백한 타자 주자의 아웃. 역대 21번째 퍼펙트게임이 성사되려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1루심 짐 조이스가 세이프를 선언했다. 야구장이 모두 얼어붙었다. 조이스 심판 자신도 팔을 양쪽으로 벌려놓고 어안이 벙벙해졌을 정도다. 말 그대로 역사적인 기록을 날린 역사적 오심이었다. 갈라라가가 침착하게 아웃카운트 하나를 더 잡고 완봉승으로 경기를 끝냈지만, 여론은 들끓었다. 팬들은 물론 백악관까지 나서 판정번복을 요청했다.
그럴 방법이 없었다. 당시만 해도 야구에서 세이프-아웃 판정은 한 번 콜이 떨어지면 절대 번복할 수 없는 게 규칙이었다. 심판 스스로 오심을 인정한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조이스는 결국 불문율을 깨고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어 눈물로 사과했다. 갈라라가 역시 “오심도 야구의 일부다. 심판이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이스 심판과 화해했다. 두 사람은 2012년 함께 책도 출간했다.
그러나 갈라라가 역시 곱씹을수록 아쉬움이 더 컸던 듯하다. 그 후 10년이 흐른 지난 5월,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MLB에서 지금이라도 내 퍼펙트게임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그 경기는 실제로 정말 ‘완벽하게’ 끝났기 때문이다.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그 경기는 갈라라가의 처음이자 마지막 완봉승으로 남았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일무이한 ‘28타자 퍼펙트게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썼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