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선 과거 검찰 인사가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청와대를 통해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주도한 인사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소위 ‘추·이 라인’이 구축됐다는 얘기다. 사진=고성준 기자
#마지막까지 ‘혼전’…대부분 예상대로
당초 인사 발표가 예정됐던 8월 27일 오후 대검찰청 분위기는 계속 뒤숭숭했다. 막바지까지 ‘계속 인사가 바뀌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리고 오후 4시 즈음 법무부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새로 호흡을 맞출 차장검사 등이 포함된 중간간부(고검 검사급) 및 평검사 630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8월 7일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인사에 이어 20일 만이었다.
이성윤 지검장을 보좌해 주요 수사를 이끌어갈 중앙지검 1차장검사에는 이미 손발을 맞춰본 적이 있는 김욱준 중앙지검 4차장검사가 임명됐다. 2차장에는 최성필 의정부지검 차장검사, 3차장에는 구자현 법무부 대변인, 4차장에는 형진휘 서울고검 검사가 각각 선임됐는데 ‘형사·기획통’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1차장으로 이동한 김욱준 차장검사다. 현재 형사1부에서 수사 중인 ‘검언유착’ 사건의 공소유지 및 잔여 사건 수사를 맡게 됐는데 김 차장검사 인사를 놓고는 이성윤 지검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이 나온다. 실제 김 차장과 함께 사건을 담당할 형사1부장 역시 손발을 맞춰 본 적이 있는 변필건 중앙지검 형사7부장이 임명됐다.
독직폭행 논란 당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정진웅 검사. 이번에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서울고검 감찰 관련 검사들은 ‘뿔뿔이’
한동훈 검사장 압수수색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는 논란 속에서도 차장검사로 영전했다.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는데, 검찰 내에서는 “승진하는 대신 지방으로 보낸 것은 그나마 논란을 감안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진웅 부장검사를 감찰하는 과정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서울고검 내 감찰부 라인 등 고위직 검사들은 모두 일선으로 밀려났다. 정진웅 부장검사의 감찰을 맡고 있던 정진기 감찰부장이 대구고검으로 인사가 나는 등 직간접적으로 감찰에 관여했던 서울고검 검사들도 모두 ‘지방’으로 가게 됐다.
윤석열 총장과 가깝다고 분류되는 특수통 검사들 역시 자리를 옮기거나, 직급이 내려갔다. 윤 총장의 ‘입’을 담당하던 권순정 대검찰청 대변인은 전주지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겼고, 윤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이번 직제개편으로 자리가 폐지되면서 직급이 내려간 수사정보담당관으로 발령이 났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해온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2부장도 대구지검 형사1부장으로, 서울 동부지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휴가 미복귀 사건 수사를 맡았던 양인철 형사1부장은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 불법승계 의혹을 수사한 이복현 경제범죄형사부장도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임명되는 등 주요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은 ‘영전’으로 보기 힘든 인사가 났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과거에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청와대가 인사를 서로 맞췄다면 이번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주도한 인사”라며 “‘추·이 라인’ 구축됐다고 보는 게 가장 정확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무부는 대검찰청 참모 축소와 형사부와 공판부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검찰 직제개편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면 ‘윤석열 총장 고립’에 더 고삐를 조였다. 윤 총장 주변에는 빈자리만 늘어가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대규모 사의표명 예상
이보다 앞선 25일, 법무부는 대검찰청 참모 축소와 형사부와 공판부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검찰 직제개편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면서 ‘윤석열 총장 고립’에 더 고삐를 조였다. 법무부가 대검에 직제개편안을 공개한 지 14일 만이었다. 대검찰청을 비롯한 검찰 일선에서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직제개편으로 대검찰청에 차장검사급 4자리가 폐지됐고, 검찰총장을 보위하며 전국에서 이뤄지는 특수 수사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던 반부패강력부 2개 과가 줄어들었다. 대검찰청의 일선 청 장악력이 약화된 셈이다.
검찰 조직 개편과 함께 이뤄진 이번 인사에 사표를 만지작거리는 검사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는 후문이다. 재경지역의 한 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좌천성으로 볼만한 메시지가 나올 경우 그만두고 나가겠다고 하는 검사들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했다.
실제 검사장 승진 인사 후, 다수의 검사들이 사의를 표현 상황이다. 대표적인 공안통 가운데 한 명인 이건령 대검 공안수사지원과장(사법연수원 31기)도 일찌감치 사의를 표했고, 문찬석 광주지검장, 김남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전성원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등 특수·공안으로 분류되던 검사들이 검찰을 떠나게 됐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제 문재인 정부에서 ‘새로운 라인’이 만들어졌다고 봐도 될 만큼, 피아식별이 확실하게 끝난 상황”이라며 “윤석열 총장 라인이거나, 추미애 장관·이성윤 지검장과 가깝지 않은 검사들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나오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