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카니발’ 사진=기아자동차 제공
카니발의 쓰임새는 분명하다. 많은 이를 편하게 움직이는 데에 충실한 모델이다. 이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도 생긴다. 스타일이다. 실내 공간 확보를 위해 크고 네모난 외형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디자인의 변화를 준다고 한들 외관 디자인에서 풍기는 첫인상을 떨쳐내기 쉽지 않다. 방법은 있다. 세부 디자인을 가다듬고 내장재의 질감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신형 카니발이 선택한 전략이다.
카니발의 전면부는 그릴과 헤드램프를 하나로 연결해 한층 넓게 보이는 효과를 노렸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주간주행등의 배치가 파격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리듬과 박자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는 설명에서 알 수 있듯, 다소 난해하게 보일 수도 있다. 측면부는 시원하고 간결하게 처리된 캐릭터 라인을 갖췄다. C필러에는 가니쉬 디자인을 활용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인상에 포인트를 줬다. 3열 측면 창문 라인을 내려 개방감도 확보했다. 후면부 역시 통일된 하나의 선으로 처리했다.
실내의 경우, 전 모델 대비 한층 진화된 면모를 자랑한다. 군더더기 없이 시원스럽게 배치된 각 부위는 크게 멋을 부리지는 않았지만, 마감재의 질감과 필요한 것을 놓치지 않은 구성만으로도 나름대로의 ‘격’을 확보했다.
각각 12.3인치의 크기를 자랑하는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하나로 통합돼 있다. 대시보드 하단의 우드의 질감도 손색이 없다. 2열의 시트가 눈에 띄는데, 7인승 전용인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는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사용자를 무중력 공간에 떠 있는 듯한 자세로 만들어준다. 2열 시트는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터치로도 조절이 가능하다. 3열의 경우, 신장 175cm가량인 기자가 타도 무릎공간에 여유가 있었다. 머리 위는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공간을 확보했다.
카니발의 세심함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2열의 휴식을 위해 스피커 출력을 조절해주는 후석 취침모드, 슬라이딩 도어와 테일 게이트 자동 오픈 기능, 타고 내릴 때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1~2열 스텝 지상고 하향 등이 대표적이다.
시승한 차는 디젤 모델로 스마트스트림 D2.2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의 동력 성능을 갖췄다. 운전의 첫 느낌은 놀랄 만큼 경쾌하다. 차체의 크기를 잊게 만든다. 중저속 구간에서는 넘치는 힘을 안정적으로 뽑아낸다. 부드럽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주행보조와 같은 기능은 비록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이제는 신뢰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느낌을 준다. 급격한 코너에서도 조향이 거칠지 않다. 이를 활용하면, 막히는 도로 위에서 운전자는 전방을 주시하는 것을 빼고는 좀처럼 할 일이 없다.
차체가 갖는 한계로 인해 코너링 구간에서 생기는 쏠림은 시트가 어느 정도 잡아준다. 고속 구간에서 치고 나가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힘을 낸다. 패들 시프트나 스포츠 주행모드 등은 실제로 사용할 일은 없어 보인다.
실제 연비는 공인 연비 13.1km/ℓ를 살짝 웃도는 수준을 기록했다. 신형 카니발은 가솔린 3.5와 디젤 2.2 등 총 2개 모델, 7·9·11인승으로 운영된다. 7인승 가솔린 모델 기준 가격은 노블레스 3824만 원, 시그니처 4236만 원이다. 디젤 모델은 118만 원이 추가된다.
일부 수입차 브랜드가 카니발과 유사한 모델을 내놓고 있지만 판매량만 놓고 보자면, 국내에서는 적수가 되지 못한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상품성도 카니발이 앞선다. 카니발은 오랜 시간, 소비자의 선택을 꾸준히 받았다. 신형 카니발은 전작에 비해 편안해졌고, 보다 세심해졌다. 자신이 잘하고, 어쩌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신형 카니발은 소비자의 기다림에 충분히 부응했다.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